"아름다운 스승은 아름다운 삶을 산다."
성공회대 사회교육원(원장:신영복 교수)이 주최하는 교사 아카데미의 테마다. 이 테마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스승 대천덕 신부가 첫 손님으로 초대됐다.

왼쪽 가슴에 '낙태'를 반대하는 리본을 단 그가 강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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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힘겨운 발걸음, 안타까운 듯 바라보는 청중들을 향해 그가 첫 말을 던졌다. "저의 불편한 다리는 곧 미국에서 수술을 받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 첫 인사를 대신했다.

"저는 이곳에 모인 여러분들이 모두 기독교인인 줄 알았어요. 강의도 그렇게 준비했거든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그리고 저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도를 하고 시작해야 해요."

40년을 한국인으로 살아온 그이지만 아직도 어눌한 한국어로 기도를 시작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가르치면서 함께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말씀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대천덕 신부는 참석자들에게 또 미안하다며 강의를 위해 준비해온 성경 구절들을 하나씩 짚어갔다. 참 교사의 모습은 모조리 성경 속에 담긴 듯했다. "성경을 보면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라는 구절이 나와요. 기독교에서는 좋은 소식을 복음이라고 하는데,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문제가 많아요. 성경은 문제 해결을 '구원'으로 표현합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구원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는 우울한 우리 교육현장을 의식한 듯 그 현장에서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위로의 말을 찾았다. "하나님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교육의 문제도 해결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이 소망을 놓치지 마세요." 이런…,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너무 흔해서 이제 의미조차 무색해진 메시지 아닌가. 그런데도 대천덕 신부의 입술을 통해 흘러나온 이 말은 신비할 정도로 신선하다. 어눌한 말 때문은 아닌 듯 한데….

"성경에서 진리는 너무 중요해요. 진리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가르치는 것은 교사의 의무입니다. 진리가 없으면 아름다움이 없습니다." 그는 진정한 교육의 아름다움을 진리에다 놓았다. 바른 교육을 위해 애쓰는 교사들의 고난에 대해서도 말했다. "부패한 사회에서 아름답고 바르게 살아가려면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예수님처럼. 하지만 참고 견디면 아름다운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역시 대천덕 신부다운 방책이고 위로다.

유교적 전통에 익숙한 한국 가정교육에 대해서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이들을 칭찬하는 부모가 부족합니다. 엄격한 가정교육도 중요하지만 칭찬을 통한 교육은 더욱 중요합니다."

강의 도중 갑자기 대천덕 신부는 성경을 찾았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다. 갈라디아서 5장을 펼친 그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하나씩 나열하며 이 열매들을 맺는다면 진정한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래 참음'의 열매에 이르러선 "정말 중요하다"며 강조를 거듭해 참석자들까지 동감의 웃음을 자아내고 말았다.

강의가 끝나자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에게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자신의 고민을 꺼냈다. 대천덕 신부 역시 자신이 겪은 삶을 비춰 대안을 내놓았다. "제가 설립한 예수원은 1백여명의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바로 코이노니아입니다. 여러분도 학생들과 공동생활을 하고 있지요? 학교라는 공동체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해결하세요."

성경의 사랑이 삶 가운데서 이렇게 구체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대천덕 신부는 예의 그 해맑은 미소를 강의실에다 남겨놓고 강의를 마무리지었다.

성공회대 사회교육원 고병헌 교수가 대천덕 신부의 강의를 한 데 묶었다. "교육이 삶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이번 세미나를 통해 삶을 아름답게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교육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고 교수의 말처럼 대천덕 신부의 80년 삶은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분명히 살아있는 교재가 될 듯 싶었다.

4회째를 맞는 성공회대 교사아카데미는 11월 13일부터 오는 12월 11일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 7시에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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