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리학자 에릭 프롬은 그의 책 <사랑의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삶이 기술인 것과 같이 '사랑도 기술'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랑의 기술을 익히고 싶다면, 우리가 음악이나 미술, 건축 또는 의학이나 공학의 기술을 배우려고 할 때 거치는 과정과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곤란하다.어떤 기술이든 배우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는 무엇인가? 그러한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이론의 자기화(自己化), 둘째는 실천의 습득이다. 만일 내가 의학기술을 배우려고 한다면, 우선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와 여러 가지의 질병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내가 이런 식의 이론을 모두 섭렵했다 해도 아직 완전한 의학기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거친 뒤에야 나는 의학 기술에 능숙하게 되고 마침내 나의 이론적인 지식과 실천의 기술이 합쳐질 것이다. 곧 나의 직관(直觀)이 모든 기술 연마의 본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론과 실천의 연마 외에도 어떤 기술이든 필수적인 세 번째 요인이 있다. 곧, 기술연마가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관심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음악, 의학, 건축 그리고 사랑에도 해당된다. 우리 문화권의 사람들 대부분은, 사랑의 경우 분명히 실패가 거듭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기술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2.
오늘 아침 새벽기도를 다녀 오다가 길을 건너기 위해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건너편 차에서 확성기 소리기 울려 퍼진다.
'예수 믿고 천당 가시오, 예수 믿지 않는 자는 지옥갑니다'
'예수 믿고 천당 가시오, 예수 믿지 않으면 지옥의 불심판을 받습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너무나 민망스러워 길 거너편에서 나를 바라보며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을 쳐다보다가 들고 가던 성경을 감추고 싶었다. 사람들은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본다.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야!'라고 나에게 소리치는 것 같다.

3.
물론 우리는 복음을 전해야 할 사명이 있다. 복음 전도는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지상명령'이다. 성도가 복음을 전하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소리만 외쳐 대는 것이 아니고, 주님의 성품을 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주님이 주기도문에서 가르쳐 주신 것처럼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도록'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천당은 반드시 하늘의 우주적 공간의 파라다이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시공을 초월한 내 마음의 변화(성령의 내주하심)에 따라 날마다 실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내가 너 안에 네가 내 안에 거하면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그러므로 복음을 전하는 자는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한 것이다. 어느 종교심리학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성도들은 목사의 설교를 듣고 변화되는 것이 아니고 목사의 삶을 보고 변화된다.' 참으로 의미 있는 말이다.

4.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고 주위에 사람들이 많은 길거리에서나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외쳐대 '난 당신 없인 못살아요, 난 당신을 사랑하오,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니 나와 결혼해 주시오' 하고 외쳐 댄다면 모든 사람들이 혀를 쯔쯔 차며 젊은 이가 안됐구먼 할 것이다.

사랑을 고백할려면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먼저 그녀가 마음 문을 열게 해야 할 것이며, 그리고 조용하면서도 자상하게 그리고 매너 있으면서도 멋지게, 일회로 그치지 말고 거듭해서 나의 인격을 보여줄 때 그 사랑은 골인을 할 것이다. 이것이 기술이 아니겠는가?

복음을 전하는 것은 일종의 영혼을 사랑하는 행위이다. 육체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는 자가 그렇게 매너 없이 소리만 질러서야 어느 영혼이 감동받고 그를 따르겠는가? 사실 이 말은 오늘 내가 만난 열광주의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예수 믿는다고 요란들 떨면서 그들이 이 사회에 예수의 향기를 뿌린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같은 교단끼리 싸움하다 파나 가르고, 타종교인을 모두 사탄마귀로 싸잡아 귀신으로 몰아세우고, 우리를 길러준 아름다운 산천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귀신문화로 정죄해 버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조용한 새벽길 확성기를 틀어 대며 '예수믿지 않으면 지옥간다'고 외쳐대는 그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사랑에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은총에는 책임이 있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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