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회원들은 예장합동 임태득 총회장이 여성을 비하하고 생명을 경시한다며, '기저귀 발언' 공개 사과와 총회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한국여신학자협의회를 비롯한 31개 여성단체는 11월 20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 임태득 목사(대명교회)의 '기저귀 발언'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임 총회장은 이 발언으로 상처와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총회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또 임 총회장이 추후 "실언이었다"고 공개 사과한 것과 관련, "여론을 의식해 무마하려는 형식적인 사과"라고 일축했다. 임 총회장이 '심판을 받을 것이 있다면 하나님께 받겠노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하나님은 사람들을 통해 역사하신다"면서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사람들 앞에 공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임 총회장의 '기저귀 발언'을 △여성의 월경과 출산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생명창조의 역할임을 인식하지 못한 반성서적 발언이고 △여성에게 수치심과 모멸감을 불러일으킨 언어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기저귀 발언'은 △여성안수 제도를 실현하고 있는 10개가 넘는 이웃교단의 공교회적인 입장을 무시한 것이고 △개신교 전체의 사회적 공신력과 명예를 실추시키고 기독교 선교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친 반기독교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1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여성을 비하하는 설교를 근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김혜경 목사(전국여교역자총연합회 총무)는 "'기저귀 발언'은 총회장 한 사람의 망언이기도 하지만, 남성 목회자들에 의한 여성비하가 당연시되고, 설교를 통해 여과 없이 선포되는 교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채수지 회장(한신대 신학대학원 여학생회)은 "총회장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면서 "예장합동 교단은 반성서적이고 여성차별적인 여성안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사회·교계 단체들과 연대해 임 총회장의 공개 사과와 총회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서한 보내기 운동과 함께 공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또 성희롱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과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성명서>예장합동 총회장 여성비하, 생명경시 발언을 규탄한다.

우리 기독여성들은 지난 11월 12일 총신대학교(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수요예배에서 신임 총회장 임태득 목사가 설교 중에 한 비상식적이고 몰지각한 여성비하 발언(일명 기저귀 발언)에 대해서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 기독여성들은 “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택도 없다. 여자가 기저귀 차고 어디 강단에 올라와?!”라고 하는 망언을 묵과할 수 없기에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이 발언은 교회여성뿐만 아니라 생명의 담지자인 여성 전체를 비하하고 모독한 것이다. 총회장의 발언은 여성의 월경과 출산이 하나님의 형상인 남성과 여성을 이 땅에 잉태케 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생명창조의 신성한 역할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모독한 반성서적인 것이다.

둘째, 이 발언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여성으로 하여금 수치심과 모멸감을 불러일으킨 언어폭력이다. 여성계와 교계는 이 땅에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에서 “장자교단(?)의 총회장”이라 자처하는 이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언어폭력을 휘두른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셋째, 이 발언은 이미 여성안수 제도를 실현하고 있는 이웃교단에 대한 공교회적인 입장을 무시한 것이다. 이 발언은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등 10여 개 이상의 국내 유수한 교단들이 이미 여성안수 제도를 도입하여 우수한 여성지도력을 배출하고 있는 마당에 “성경적”이라는 자의적인 주장으로 이웃교단을 비성경적이고 비복음적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를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며, 하나님의 이름과 성서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이 발언은 개신교 전체의 사회적 공신력과 명예를 실추시키고 기독교 선교에 중대한 악영향을 야기시킨 반기독교적 발상이다. 이 발언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이들과 의식있는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작금의 현실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반기독교운동에 더 큰 명분을 제공해준 사건이다.

다섯째, 이 발언은 기독교 신앙의 전거가 되는 성서의 남녀 평등사상에 위배되는 반성서적인 발언이다. 총회장은 보수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 복음의 순수성을 지켜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만인의 구세주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등적인 구원의지와 초기 기독교공동체의 평등의식을 무시하고 있다. 또한 오늘도 우리에게 성서를 통해서 평등과 정의 실현을 촉구하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막고,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성서해석을 하고 있다.

여섯째, 이 발언은 여성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편견과 성차별 의식을 지니고 있는 다수의 남성 목회자들의 의식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성차별적인 목회자들의 의식 전환을 위한 양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우리 기독여성들은 아직도 한국 사회와 교회 내에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풍토와 문화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특히 여성을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주체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남성 목회자들의 성차별적인 여성비하 의식이 당연시되고 여과없이 말씀을 통해서 선포되는 교회 현실을 개탄한다.

따라서 기독여성들은 이러한 망언을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신앙 양심으로 진지하게 뉘우치지 않고 여론을 의식해 임시로 무마하려는 총회장의 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성차별적인 여성비하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무책임하게 일삼는 목회자들의 행위를 더 이상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진정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하나님인양 권위를 내세워 신도들을 무시하는 반말과 비성서적인 언행을 남발하는 목회자들을 기독여성의 이름으로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소위 기저귀 발언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총회장은 형식적으로 사과하면서 이에 대한 심판을 받을 것이 있다면 하나님께 받겠노라고 하였다. 그러나 하나님의 심판은 이미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살아가는 수많은 하나님의 아들과 딸들을 통해서 시작되었다. 총회장은 사람들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심판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이 발언으로 심리적이고 정서적으로 상처와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책임있고 성의있는 사과를 공개적으로 함은 물론, 총회장직에서 사퇴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상의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연대하여 법적 제도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을 천명한다.

 
우리의 요구

1. 임태득 총회장은 성차별적인 언어폭력에 대하여 교회여성과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공개 사과하라.

1. 시대착오적인 여성비하 발언으로 여성들에게 심리적, 정신적 상처를 입게 한 임태득 총회장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

1. 한국교회는 여성차별적인 교회구조와 예배문화를 양성평등적으로 개선하라.

1. 한국교회는 여성지도력 개발과 양성평등한 예수공동체 실현을 위해 여성안수제를 실현하라.

2003년 11월 21일

감리교신학대학교대학원여성신학회, 감리교신학대학교총대학원여학생회,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대한감리회전국여교역자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여교역자회, 기독여민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전국여교역자연합회,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정통)전국여교역자회, 서울신대신학대학원여동문회, 아시아기독교여성문화원, 여성교회, 이화여자대학교기독교학과학생회, 이화여자대학교신대원학생회, 이화여성신학연구소, 장로회신학대학교신대원여학우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여성위원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기독교장로회여교역자협의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신대학교신학전문대학원참여하는여학생회, 여성사회교육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평화를만드는여성회(이상 31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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