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임태득 총회장은 11월 12일 총신대 채플 설교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여자들이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 돼!"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 임태득 목사(대명교회)가 11월 12일 총신대학교 채플 설교에서 여성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임태득 총회장 여성비하 설교(음성파일)

임 총회장은 "최근 총신대 여학생들이 김의환 총장(편집자 주 : 임 총회장은 김의원 총장을 김의환 총장으로 잘못 말했다. 실제로 여학생들은 김의원 총장을 찾아갔다.)을 찾아가 왜 우리 교단은 여성 목사를 안 시켜주느냐고 항의하더라"면서 "그런 학생들은 나한테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 목사 안수 여론에 대한 불쾌한 심경을 거르지 않고 드러냈다. 그는 "학생들이 다 몰려와도 걱정할 것 없다"면서 "대한민국 어느 교단이든지 여자 목사, 여자 장로 만들어도, 우리 교단은 안 돼. 그게 보수고, 그게 성경적이고, 그게 신학에 맞는 거야"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임 총회장은 "학교에 왔으니 이 말 한마디만 하지" 하고 운을 뗀 뒤, "여자들이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 돼!"라며 말했다.

임 총회장은 지난 10월 30일에 총신대학교 신대원에서도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내용의 설교를 한 바 있다.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이어지자 신대원 여학생들은 설교 중간에 집단적으로 퇴장했다.

학생들, "성폭력 발언 직접 사과하라"

이 날부터 총학생회와 여학생회 홈페이지에는 임 총회장의 여성비하 발언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최선미 씨(역사교육학과 3학년)는 "우리 교단에서 여자 목사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하면 되었지 그렇게 표현한 것은 성폭력 수준 아니었냐"면서 "이 정도 수준의 목사가 우리 교단의 총회장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다"고 말했다. '조장군'이라는 아이디를 쓴 학생은 "교단의 원칙 이전에 인격을 가진 한 사람으로, 한 목회자로 너무나도 몰지각한 발언이다"고 규탄했다. 이외에도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대부분의 학생들이 "임태득 목사의 공개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총학생회와 여학생회도 유인물을 통해 임 총회장의 발언을 '성폭력'과 '인권 유린'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하나님의 축복인 아기를 갖기 위한 여성의 신체 구조가 비하되었으며, 이것은 여성의 자아를 땅 끝으로 떨어뜨리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유상섭 교목실장은 14일 채플 후 특별기도회를 인도하며 "학생들이 받은 상처가 컸다"면서 "총회장을 초청한 입장에서 미안하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자 임태득 총회장이 16일 예장합동 홈페이지(www.gapck.org)를 통해 "지난 총신 채플시간 때에 설교한 내용 중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할 수 없다는 본 교단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본의 아니게 적절치 않은 표현 등으로 학생 여러분들에게 상처를 끼치게 됨을 본인의 잘못으로 알고 깊은 양해를 구하며 사과한다"는 공지사항을 발표했다.

총신대보사 김상엽 기자 등은 "유 교목실장의 사과 발언을 끝으로 덮어버리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면서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임 총회장의 '공지사항'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총회장이 학교에 다시 와서 직접 학생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가면서 사태가 학교를 벗어나 언론에 알려지자, 유 교목실장은 17일 학생들에게 이 사건을 밖으로 알리기보다는 기도하자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일부 학생들이 과격한 방법으로 인터넷을 통해 외부에 알리고, 총회의 홈페이지에 예의에서 벗어난 글을 올리는 것은 주님의 감동을 받아 행동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기도하며 분한 감정을 하나님 아버지 앞에 쏟아놓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열 마디 하고 사람 앞에서 한 마디 말을 하는 그러한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은미'라는 아이디를 쓰는 학생은 "사안을 덮으시려 하는 이 편지는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된다"면서 "부디 학생들의 목소리가 이 편지 때문에 잠잠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유 교목실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총회장의 부끄러운 행동이 널리 알려져 그가 공적인 어려움에 직면해야 한다. 공적으로 다루는 것이 공인의 행동에 대한 올바른 대가다"라고 지적했다.

총학생회와 여학생회는 이 문제를 놓고 11월 19일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안건에는 서면으로 작성한 임 총회장의 사과를 받을 것인지, 서면 사과 후 신문에 개재하게 할 것인지, 학생들 앞에서 직접 사과하게 할 것인지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등 여성종교단체 등은 임 목사의 발언을 상식 이하의 성폭력성 발언이라며 조만간 연대모임과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해 이번 사태가 사회문제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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