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에 사로잡힌 교회' 부록에 있는 한국교회정관의 구조.
현재 교회정관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교회는 그리 많지 않다. 대다수 교회들은 자체 정관 없이 교단헌법에 의존해서 운영되고 있다. 또 정관을 제정해 놓고도, 상당부분의 내용을 교단헌법에 위임한다고 명시한 교회도 많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은 교인들의 의견과 권한을 반영한 정관의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회 운영은 사회와 달라야 한다', '교단헌법이 교회정관의 상위법이다', '교회 일은 목사와 장로들의 권한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인식과 관행 때문이다.

정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민주적 교회정관을 제정한 교회는 기존의 교회 형식을 고수하는 교회보다 회중교회, 평신도교회 등 '대안교회'를 표방하며 교단에 속하지 않은 교회, 또는 시흥교회와 같이 교회 내 분규를 겪으면서 교회개혁을 지향하게 된 교회들이 많다. 일산광성교회의 경우와 같이 대형교회이면서도 설립초기에 정관을 제정한 경우도 드물지만 늘어나는 추세다.

직분 임기와 의결정족수

교회개혁실천연대 백종국 교수(경상대)는 2003년 1월부터 8월까지 수집된 39개의 교회정관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정관 현황을 분석했다. 교회정관을 분석한 결과, 현재 한국의 개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교회정관의 구조와 그 내용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민주적 정관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는 직분의 임기제다. 목사와 장로의 임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39개 교회정관 중 12개가 직분자들의 임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주님의교회 정관에 따르면, 목사와 장로 모두 3년의 시무임기를 갖는다. 시흥교회는 목사와 장로 6년, 부목사 1년의 임기를, 일산은혜교회는 담임목사 10년, 전임사역자 3년, 장로 6년의 임기를 적용하고 있다. 예인교회는 매우 독특하여 담임목회자에게 의사결정권이 없는 대신 시무임기는 종신이며, 교회 일을 실제로 맡아보는 운영위원은 1년의 시무임기를 갖는다.

정관상에서 임기제의 적용 대상이 목사와 장로에만 한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사나 권사 등 다른 직분에 대해서는 종신을 허용하는 것이다. 시흥교회와 일산광성교회의 경우 집사와 권사는 종신 임기이다. 그러나 주님의교회는 목사·장로와 동일하게 집사도 3년의 시무임기를 가진다. 백종국 교수는 목사와 장로 뿐 아니라 집사에게도 본연의 권리와 의무를 동등하게 부여하기 위해 임기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무임기를 정해 놓았다고 해도 연임 혹은 계속의 여부는 각자 규정하는 바가 다르다. 대개의 정관은 시무 재개 혹은 계속의 여부를 공동의회의 참석자 중 얼마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했다. 임기가 다한 후에도 재신임 투표를 통해 지지를 얻으면 연임할 수 있는 것이다. 강남향린교회는 목사·장로를 1년 휴무 후에 3/5 의결로 결정한다. 일산은혜교회에서는 담임목사는 과반수, 장로·집사는 다수결로 시무를 계속할 수 있다. 부천사랑의교회의 경우, 목사와 장로의 시무를 종신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공동의회 의결로 사임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교회정관에서 재신임 혹은 임기 연장의 의결정족수를 지나치게 높인 경향이 나타난다. 부천사랑의교회·시흥교회·향린교회 등은 공동의회 참석자 2/3의 의결로 연임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백종국 교수는 "2/3는 지나치게 높은 비율이며 사실상 연임이 어렵기 때문에 명백히 부결시키기 위해 만든 의결정족수"라고 지적한다. 이는 직분자들이 재신임의 기대를 버리게 만들고 이는 또 불필요한 분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결정족수의 기준인 회의 성원에 대해 명시한 정관은 많지 않다. 일산광성교회의 경우 나중에 교인 수가 증가해 회의의 성원을 채우기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정관에 현실적인 조항을 추가했다. 이 조항은 "① 공동의회와 열린 제직회의 성수는 출석인원으로 하며, 당회의 성수는 재적회원 과반수로 한다. ② 모든 회의 결의는 출석인원(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의결기관과 재산관리의 주체

예산 등 교회운영의 제반사항을 결정하는 의결기관은 각 교회 정관에서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난다. 장로교 교단에 속한 교회들만 공통적으로 교단헌법에 따라 정관에 당회와 제직회를 언급하고 있다. 비교적 교단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교회들은 당회와 제직회의 기능을 통합하는 회의기구를 두고 있다. 새길교회·언덕교회·예인교회 등은 당회와 제직회 대신 운영위원회를, 주님의교회는 사역자회의를 두고 있다. 주안에교회는 당회나 제직회가 있으면서 따로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시흥교회의 경우 당회의 권한을 제직회와 나눴다. 그 동안 당회가 의결권과 집행권을 모두 갖고 있었으나, 이제 규약을 통해 제직회가 실제적인 행정의 역할을 맡았다. 당회가 결의한 예·결산은 제직회의 동의를 얻어야 집행될 수 있다. 각 실행부서 대표인 안수집사회장, 권사회장, 남·여전도회장, 청년회장, 교사 대표, 성가대 대표 등 평신도 7명이 의결권(투표권)은 없지만 발언권을 갖는 언권위원 자격으로 당회에 참석할 수 있다.

교회재산에 관한 규정도 정관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교단헌법은 교회재산의 관리를 당회의 소관사항이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개교회들도 많은 경우 교회정관에서 교회재산의 관리 주체를 당회로 규정하거나 교단헌법에 위임하여 당회가 재산관리의 주체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주님의교회·언덕교회·성현교회·장생포교회는 재정부 혹은 재정위원회에게, 열림교회·밀알교회는 제직회에게, 갈보리교회·부천사랑의교회는 별도의 재단에 교회재산의 관리를 위임하고 있다.

교회재산(건물과 토지, 혹은 기본재산)은 목사나 장로의 개인명의, 교회단체명의, 노회나 총회 혹은 기타 유지재단이라는 3가지 형태로 등록되고 있다. 많은 교회가 재산과 관련된 제반사항을 담임목사 혹은 당회장이 결정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한편 서광교회는 교인 중 10여 명을 지정해 재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에게 재산관리를 맡기는 정관을 채택하고 있다. 갈보리교회·부천사랑의교회 등은 자체의 재단을 운영해 안정적으로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주님의교회 정관 시행세칙에는 교회재산의 취득과 처분에 관한 모든 결의는 공동의회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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