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교회(길자연 목사) 초등4부 어린이 19명은 8월 7일부터 9일까지 경북 경산 신천교회로 농촌체험을 떠났다. 낯선 시골이지만 아이들은 금방 친해졌다. 초등4부를 지도하는 류진욱 전도사가 예배 때마다 예화를 들려준 곳들이 곳곳에 산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오랫동안 불교신자였던 외할머니를 전도했던 곳이요, 마을을 지키는 큰 나무 아래서 마을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기도 했던 곳이다.

도시에서만 사는 아이들에게 농촌의 생활을 느끼게 해주려고 계획했다는 말마따나 마을의 이곳저곳은 어린 시절 류 전도사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기에 안성마춤이었다.

이곳에 와서 몇 가지 규칙을 정한 것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밥을 절대로 남기지 않는 것이다. 반찬투정이 뻔한 아이들에게는 무리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처음에는 불평하던 아이들이 순전히 받아들였다.

아이들은 시골 할머니의 거친 손마디도 만져보고, 고추밭이며 시골 논두렁에 호박넝쿨을 따라 마을을 구경했다. 뒷산에 올라 메뚜기도 잡고 개울물 징검다리를 건너며 협동심도 키웠다.

그 중에서도 젖소농장에서 똥 치운 기억은 가장 인상적이다. 신천교회 집사의 협조로 농장에 간 아이들은 젖소에서 우유를 짜는 모습도 보고, 송아지의 큰 눈을 빠꼼이 쳐다보고 등을 쓰다듬기도 했다. 이날 아이들의 체험은 다름 아닌 소똥치우기. 먼저 똥 체험에 들어갔다. 소똥을 한웅큼씩 잡아보라는 말에 "어휴~ 냄새나요" "싫어요" 하던 아이들은 한웅큼씩 잡은 소똥으로 선생님들과 장난까지 치게 되었다. 더럽다는 아이들의 투정에 류 전도사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이 더럽다"는 성경말씀을 적용해 정말 더러운 게 무언지 일깨웠다. 이렇게 소똥을 만져보고 깨끗이 치우고 나서 아이들은 변했다. 이전까지는 소똥 냄새가 풍기면 "으~윽 똥냄새"였지만, 이제는 "와 ! 소똥 냄새다"라며 소똥 앞에 모여들었다.

같이 동행한 교사 이정림 집사는 "소똥 치우고 나서 포도밭에서 풀을 뽑았어요. 아이들이 꼼꼼하고 열심히 일하더라구요"라며 아이들의 변화에 놀랐다고 한다. TV와 컴퓨터가 없으면 하루도 못 견딜 것 같았던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더 신나게 놀았다고 흐뭇해했다. 편안한 도시생활에서 불평하고 감사가 없던 모습을 돌아보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다.

동네 할머니가 마을에 손님이 왔다며 첫 수확한 콩을 보내와 삶은 콩을 콩깍지에서 꺼내 먹는 재미도 맛보았다. 신기한 듯 콩깍지를 훑었고, 함께 한 교사들은 어느새 어릴 적 추억을 더듬기도 했다.

가르치지 않아도 배울 수 있는 곳. 아마 그곳이 있다면 자연이요, 바로 이런 시골일게다. 그저 즐겁게 놀러 왔다는 말 같이 불편함도 견디고, 친구들과 함께 모든 일을 해내면서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또다른 놀이시간이었다. 느릿한 파리들을 쫒으며 또래끼리 노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쫒겨 다니기에 바쁘게 몰아부친 어리석음을 반성해 본다. 적어도 농촌체험을 다녀온 아이들은 마음이 더 넓어지고, 소똥보다 더러운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았을 것이다. 어른조차도 쉬 잊는 것들을 작은 가슴 속에 차곡차곡 담아왔다.

<취재후기>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4시간 정도 가면 만나는 경산. 류 전도사가 토박이로 자란 신천마을 입구에 신천교회(이득수 목사)가 섰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송두리째 보여준 체험을 마련, 혹자는 류진욱 전도사의 일대기 탐방이 아니었냐는 비유가 어울릴 정도였다. 삼일 내내 푸세식에서 일을 못 본 아이들도 있었지만 자유스럼과 넉넉함은 금새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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