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9월 30일 오후 2시 서울 동부지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 김홍도 목사(66. 금란교회) 2차 공판은 검찰과 변호인측 증인 심문이 4시간 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치열한 법정공방전이 전개됐다.  

9월 22일 보석 석방된 김 목사는 머리카락을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감색 줄무늬 양복 차림의 단정한 모습으로 공판 개시 10분전 쯤 가족들과 함께 법정에 도착했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 증인으로 전 금란교회 장로인 정승수·유한규(고소인), 변호인측 증인으로 김 목사의 매제인 한낙동(금란교회 전 사무국장)·백정기(금란교회 기획위원회 서기) 등이 출석했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정 장로는 지난 7월 김 목사의 권위에 대항한다는 이유로 전격 장로직에서 제명된 인물. 정 장로는 △96년 감리교 감독회장 선거 당시 김홍도 목사 측에서 금품을 살포한 것으로 안다 △MBC '시사매거진2580' 보도와 관련 광고비 및 변호사비 지출을 결의했다는 실행위원회나 기획위원회 결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진술했다.

특히 정 장로는 김 목사 측의 '교회 결의에 의해 혐의 사실과 관련된 비용을 지출했다'는 일관된 주장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기획위원회 회록조작' 가능성에 대해 진술,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정 장로는 "금란교회 기획위원회는 찬반으로 가부를 결정하며, 회의록에 기재된 서명은 출석을 확인하는 의례적인 근거일 뿐 서명 자체가 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서명만 가지고 당시 기획위원회가 소집되었고, 혐의와 관련된 비용지출을 기획위가 동의했다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는 것.

▲유한규 장로, 정승수 장로. ⓒ뉴스앤조이 이승균

또 정 장로는 금란교회 장로들이 모두 교회 보관용 도장과 개인이 사용하는 도장을 따로 갖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정 장로의 경우 플라스틱 도장은 교회에, 나무 도장은 자신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진술, 언제든지 교회가 원하면 장로들의 도장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음을 암시했다.

정 장로에 이어 증인으로 나선 유한규 장로 역시 혐의사실과 관련된 기획위원회는 소집된 적이 없었다고 밝혀, 정 장로의 진술을 뒷받침했다. 또 유 장로는 94년과 96년 감독선거에서 모두 거액의 돈이 살포되었으며, 특히 96년에는 모 호텔에서 교회 여사무원 등과 같이 봉투에 돈을 담았고, 1억 정도가 들어가는 007가방을 들고 다니면 밤새도록 돈봉투를 뿌렸다고 진술, 당시 금권선거 실태를 상세하게 고발했다.

그러나 변호인측 증인 두 사람은 모두 기획위원회 회록 조작 가능성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했으며, 백정기 장로의 경우는 "감독선거 당시 돈을 쓸 이유가 없을 정도로 김 목사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고 있다"고 진술했다. 또 이들은 "당시 회의록이 정상적으로 작성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없는 사실을 가짜로 만들겠느냐"고 항변했다.

결과적으로 양측 증인들은 금란교회 내에서 김홍도 목사의 개인비리에 대해 사안별로 회의를 개최해 필요한 비용을 교회가 부담하자는 사전 결의가 없었다고 주장과 회의록에 나타난 대로 그때그때 회의를 개최해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한 것이 사실이라는 반론이 맞서 팽팽한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한편 김회재 검사는 양측 증인들의 진술이 전혀 엇갈리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의 핵심이 교회 공금인 '헌금'이 김홍도 목사의 개인 비리를 무마하고 뇌물 등 범죄에 이용된 것인 만큼 이를 실체적으로 증명하는데 집중했다.

김 검사는 증인 4사람에게 모두 △헌금의 사용 용도는 무엇인가 △목회자 개인 비리를 무마하거나 범죄에 헌금이 사용된다면 옳은 일인가 등의 원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독교인이면 모두 피해갈 수도 없고 정답이 뻔한 이 질문 앞에 검찰측 증인들은 순순히 답변했지만 변호인측 증인들은 다소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여 역시 상반된 입장에 있음을 시사했다.

또 김 검사는 김 목사가 개인돈이라며 10억원을 교회에 헌금하고 2억원은 큰사위 최정렬 목사의 유학자금으로 쓴 것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즉 김 검사는 김 목사가 이렇듯 거액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한 번 해외에 나갈 때마다 지급되는 수천 만원의 선교비를 이용해 주로 모았기 때문에 결국 '교회 돈'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더구나 이 돈은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치부의 수단으로 삼기 용이했다는 것.

하지만 변호인측은 김 목사가 월급과 부흥회 강사비 등으로 모은 순수한 자기 돈이며, 큰 사위 유학자금 역시 인재양성을 위한 합법적인 지출이라고 변론하고 있다.

한편 변호인측 증인인 한낙동 백정기 장로 등은 △MBC 로비 및 소송 비용, 관련 광고비  △불륜의혹 당사자인 배 모 여인과의 합의금 △이동우 등 전 교인들에게 지급된 합의금 등 은 김 목사의 개인 비리가 아닌 금란교회 명예에 관련된 만큼 교회 돈을 쓴 것은 합당한 결정이었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차기 공판은 10월 21일 오후 2시에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동부지원 1호 법정의 3명의 크리스천

▲김회재 검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김홍도 목사 횡령 사건 공판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동부지원 1호 법정. 이 재판의 검사와 피고, 그리고 변호인은 공교롭게도 모두 크리스천들이다. 김회재 검사는 안수집사, 김홍도씨는 목사, 백현기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장로다.

이 3명이 벌이는 법정 공방전은 한마디로 한국교회 현실의 축소판이다. 김 검사의 공소 논지의 곳곳에는 교회 개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이 마치 금과옥조처럼 녹아 있다. 김 검사는 "헌금은 교인들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쓰인다는 믿음을 전제로 교회에 바친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 신념은 교회라는 종교단체를 바라보는 사법기관의 일원으로서의 믿음이면서 동시에 한 명의 크리스천으로서 갖고 있는 기본적 신앙관이다. 이 같은 신념 속에서 헌금이 교회 권력을 가진 자의 개인 비리를 은폐하거나 뇌물과 같은 범죄에 사용된다면 설령 교회 내부 소수의 결의가 있더라도 사법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공소논지가 탄생했다.

김 검사가 이 사건의 피고와 증인을 심문하는 과정 속에는 한국교회가 과연 어떻게 해야 개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지침이 드러나 있다. 비단 헌금을 본래 목적에 맞도록 투명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목회자가 교권을 이용해 교인들의 무조건적인 순종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점까지 엿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위치에 있는 김홍도 목사는 과연 어떨까. 이번 수사 결과 드러난 바에 따르면 김 목사는 세습 의혹과 불투명한 재정운용, 소수 측근에 의한 교회 운영 등 한국교회 대형교회가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사법처리 대상 여부를 떠나 교회 개혁 차원에서 모두 새롭게 바뀌어야 될 점들이다. 그러나 김 목사가 최근 발표한 사과문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더 나아진 모습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측근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회가 새롭게 나아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변호사 백현기 장로의 입장은 조금은 모호하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이름은 예수님을 상징하는 것만큼 백 변호사는 예수님의 정신을 실천하는 변호사라는 달란트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백 변호사는 김 목사를 변론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금란교회의 비개혁적 요소를 용납하면서 검찰의 공소논지를 반박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백 변호사는 변론 중에 김 목사를 비롯 단지 9명의 실행위원에게 거의 전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금란교회 규약을 자주 언급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혐의사실이 김 목사의 개인비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금란교회 전체의 문제라는 논리를 계속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백 장로는 피고인의 편에 서서 법리에 따라 충실한 변론을 하겠지만 교회 개혁 차원에서는 목회자의 지나친 교권주의를 연장하고 평신도들의 입지를 축소, 결국 교회 비민주화 및 소수에 의한 헌금유용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는 말끔히 가시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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