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신문 9월 8일자 김기동 씨 인터뷰 기사. ⓒ뉴스앤조이

한국교계 대표적 이단으로 꼽히는 성락교회(서울 영등포구 신길3동) 담임목사 김기동 씨(66)가 기독교계 주간 <크리스챤신문>(발행인 신명진·편집국장 임종권)을 통해 정통교단으로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신문은 9월 8일자 5면과 6면 일부 등 지면을 대대적으로 할애, 김 목사의 주장을 아무런 비평 없이 그대로 게재했다. 이 신문은 '18년만에 침묵을 깬 김기동 목사의 고백'이라는 타이틀로 김 씨가 "참례교단에 몸담아 다시 한 번 한국교회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목소리를 담아냈다.

김 씨는 이 인터뷰에서 "나에 대한 이단 정죄는 교권에 의한 것"이며 "몇몇 정치꾼들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등 정통교단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또 자신의 베뢰아신학 강연에 나겸일·하용조·김삼환·윤석전·김지철·최이식 목사 등이 참여한 사실을 공개하고, "'그들은 나쁘지 않고 어째서 그들을 키운 나무인 자신만 나쁘다고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성락교회는 김 씨의 이 같은 인터뷰가 실린 <크리스챤신문>을 3만 부 가량 입수해 배포한 것은, 물론 교회가 발행하는 <주일신문>에서 대대적으로 인용하는 등 김 씨의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또 <주일신문>은 <크리스챤신문> 보도가 나간 이후 '이단 감별사들 숨죽인 채 일체 함구' '왜 하용조 목사는 이단이라 하지 않는가' '예장통합 총대들이여, 나겸일 목사가 부러운가' 등 김 씨 발언의 파장을 확산시키려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뉴스앤조이

한편 <크리스챤신문>은 김 씨의 이번 인터뷰 기사 외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가 하나님의교회안상홍증인회(안증회)의 공적을 가로채 아시안게임 관련 훈장을 받았다는 보도로 한기총과 마찰을 빚으면서 결국 한기총으로부터 '이단 옹호 언론'으로 규정된 바 있어, 이단 친화적인 행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비판을 벗기 힘들 전망이다.

또 교계 일각에서는 <크리스챤신문>이 이단 옹호 신문으로 규정된 이후 또 다시 이단과의 관련성 의혹을 줄 수 있는 김 씨의 인터뷰를 대대적으로 게재하고 평소 발행부수의 몇 배를 인쇄한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크리스챤신문> 최치영 부장은 "김 씨도 원했고, 신문사로서도 뉴스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해 기사화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대가성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9월 8일자 신문은 5만 부 정도 인쇄됐으며 이중 성락교회에서 3만 부 가량 가져갔다"고 밝히고 "3만 부를 신문 1부당 가격인 1000원에 판매한 것은 아니며 인쇄비 정도인 3-4백만 원만 받은 것이 전부다"고 설명, 어떤 대가성도 없다고 해명했다.

최 부장의 말에 따르면 <크리스챤신문>은 성락교회에 3만 부를 제공하면서 1부당 100원 정도밖에 받지 않은 셈이다.

한편 <크리스챤신문>측은 이번 기사가 정통교단 혹은 일반 교인들에게 미칠 혼란과 파장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김 씨는 소속교단이었던 침례교는 물론, 예장통합과 합동·감리교·고신·성결교 등 주요 교단들로부터 역시 이단으로 규정됐지만, 이 신문은 "자신은 교권의 희생양"이라는 김 씨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싣고 있다.

따라서 이 신문의 기사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이단 결정 과정을 '교권' 혹은 '몇몇 정치꾼'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오해의 소지를 남겨주고 있다. 또 김 씨가 언급한 몇몇 목회자들이 입을 타격에 대해서도 별반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 최삼경 목사(빛과소금교회)는 "<크리스챤신문>이 김 씨의 소위 '이단은 교리의 잣대로 규정할 수 없고 오직 성경으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간파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고 말하고 있다.

즉 최 목사는 "정통교리는 성경에 근거를 둔 교회의 기본적 규범"이라고 설명하고 "교리에 따라 이단으로 규정됐을 경우 그것이 곧 성경에 근거를 둔 판단이다"고 설명한다.

또 이 신문은 김 씨 발언 일변도로 인터뷰를 실은 것처럼 김 씨를 향한 부정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그가 왜 이단으로 규정되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 및 아들을 후계자로 정해 일찌감치 세습을 확정한 것과, 학력위조 의혹, 자신의 입신상을 세운 것 등 숱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크리스챤신문>은 어떤 신문인가

1960년 발행된 <크리스챤신문>은 한 때 한국 주간신문 계통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았던 신문이다. 이 신문사를 거쳐 일반 언론계로 진출한 인사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교계의 일반신문들이 대체적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처럼 <크리스챤신문>도 실질적인 사주인 김철호 씨가 운영하던 명성그룹이 무너지면서 시련을 겪었다. 더구나 90년 대 중반 기자들이 대거 해직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 예전의 위상이 많이 깎이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이 신문을 이단 옹호 언론으로 규정하면서 정통 기독교 신문으로서 상처를 입게 됐다. 그러나 한기총의 이 같은 결정은 사실상 <크리스챤신문>이 자초한 일면도 없지 않다.

이 신문은 한기총과 예장통합 등이 1999년에 이단으로 규정한 이재록 씨(만민중앙교회)측의 광고와 홍보성 기사, 안상홍 씨를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안상홍증인회(하나님의 교회) 관련 대변성 기사, 예장합동측이 1998년에 이단으로 규정한 말씀보존학회 광고, 통합측이 1991년 이단으로 규정한 박윤식 씨(구 대성교회, 현 평강제일교회)측 광고 등을 수시로 게재해 왔다. 그리고 성락교회 광고를 실어 왔으며, 이번에는 김기동 씨의 특별인터뷰를 보도, 한기총 결정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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