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면 약장사들이 시골구석까지 찾아다니며 한 동네에서 열 개 스므개씩 대목을 만난 듯 한탕 단단히 팔아 떠나곤 합니다.

옛날처럼 바느질을 하나, 나무를 하러가나 평생 일이 몸에 밴 시골 노인들에게 화투치기도 질릴 무료한 겨울 용케도 알고 약장사들이 찾아옵니다.

달콤한 말로 효도관광이니 어쩌니 하여 저녁마다 큰 버스까지 보내, 가기만 하면 익살스런 장난에 실컷 웃고 건강 강의도 듣고 심심치 않은 시간을 보낸다는 겁니다. 꼬박꼬박 나가면 출석상도 주고 다섯 명만 데리고 가면 인도상으로 커다란 밀가루를 한포씩 준다나?...

나올 때는 누구든 설탕이고 화장지고 한 가지씩 인심쓰듯 안겨주니 아무리 추운날 도 빠지지 않고 열성적으로 끝날 때까지 다닌답니다.

약은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지어야지 똑같은 약이 백 명 천명에게 다 약이 되는 건 아니라고, 화장지가 다 공짜가 아니라 엄청 비싼 거라고 그렇게 가지 말라고 일러드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구 그까짓 화장지를 안 받는게 났지, 다덜 하나씩 사는데 안산다구 거절하는게 사는거 보담 더 죽겠더라구유--"

"진짜루 안 사구는 못 배겨유."

언제 다녀왔는지 후회들을 합니다. "더 가믄 얼굴 알려져서 약 사야 돼 인제 고만 갈껴."

그래도 끝까지 맘 안 흔들리고 한 가지도 안 샀다고 자랑하던 이봉실 집사님이 걸려들어 그 비싼 약을 샀답니다.

오천원 만 내면 온천도 시켜주고 점심도 준다는 말에 따라 나섰다가 그만 중풍을 예방한다는 삼십만원 씩이나 하는 약을 사 가지고 와서는 후회를 하느라 한잠도 못 주무셨다고 큰 걱정을 하셨습니다. 반품하자는 얘기도 거절하시고 잡수시더니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이 집사님만 유난히 소화도 안 되고 얼굴도 붓고 열이 오르는 이상한 증세들이 나타났습니다.

아차 싶어 생각해보니, 다른 분들은 혈압이 모두 정상인데 이 집사님만 혈압이 높은 데다 아무 약이나 몸에 좋다고 아침저녁 드시더니 부작용이 나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더 이상 드시면 안 된다고 아무리 말려도 몰래 드시는 바람에 찾아가 반쯤 남은 약을 뺏어가지고 올라왔습니다.

몇 년 전 박재옥 집사님이 고혈압 환자이면서 약장사 약을 잘못 사서 먹다가 뇌혈관이 터져 바보처럼 되었는데 매일 그분을 보면서 어쩜 그렇게 속을 수가 있는지---

지난 주일부터 최간난 성도님이 아프시다더니 어제는 하루종일 토하고 더 고생을 하셨다기에 집히는데가 있어 심방을 가보니 감기몸살이라고는 하지만 그분도 약장사약을 보약처럼 먹고 있었습니다.

혈압이 높은 데 이런 약을 계속 드셨으니 좋을 리가 없습니다. 너무나 아프니까 약장사 말이 다 솔깃하게 들리겠지만 장에 갔다가 국수 한 그릇도 돈이 아까워 안 사먹는 분들이 덥석 그런 큰 돈을 속아서 쓰는게 안타깝습니다.

화장지 한 트럭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영혼을 인도하는 목사님의 말은 왜 싱겁게 듣는 걸까? 우린 성격상 남들처럼 호되게 야단칠 줄도 모르고 속으로만 삭히니까 맨 날 뒷일이나 수습해주는 진짜 머슴으로 아는걸까? 이런 저런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가짜는 진짜처럼 새겨 듣고 진짜는 손해 나는 것처럼 흘려서 듣는--- 이런 게 진짜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민형자/대덕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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