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단어라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엽기" 라는 단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호출하는 강력한 키워드였다. 패러디 음악에서부터 캐릭터 마시마로 인형, 엽기 사이트의 등장 등은 엽기 문화의 셀수도 없는 많은 창작물을 낳았다. 이러한 창작물들은 바로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 해소를 포함하여 가볍게 웃고 즐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엽기라 지칭되는 문화의 생간과 소비는 상당히 모호하다. 알다시피 이제는 가깝게 사용하는 엽기, 무서울 정도로 그 범주는 크게 확장 되었다.

그렇다면 엽기란 무엇이기에 네티즌을 비롯한 많은 젊은 층에 폭 넓은 지지를 바도 있는 것일까? 이들이 엽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엽기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기괴한것이나 이상한 일에 강한 흥미를 가지고 쫓아다니는 일이라 쓰여 있다. 하지만 요즘 사용하는 엽기라는 단어는 그런 뜻을 포함해 발상의 신선하고 발랄한 전환, 황당한 것, 썰렁한 것 , 실험적인 것, 그러나 무엇인가 와 닿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의 엽기 사이트들에 오른 주메뉴는 그야말로 사전적 의미의 엽기에 충실한 것들이 였다. 시체를 난자한 사진 여자의 시체를 해부하는 사진, 사람이 차에 치이는 장면 등등 말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의 잔인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그 가지수가 늘어났으며 내용적인 면에 있어 순화가 된 느낌을 받는다. 단순히 잔인한 내용만이 아닌 사회, 문화적 이슈를 이용해 그것들을 약간씩 비틀고 시비를 걸어 보는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불붙기 시작한 엽기 문화가 우리 문화의 틀을 깨고 얼마나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아직은 조심스런 견해가 많다. 하지만 엽기는 어디까지나 하위문화의 영역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문화가 주류를 형성하기 힘든 탓이다. 하지만 이러한 엽기류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폭력과 광기가 엄연한 인간의 본능이고, 성숙한 사회는 이같은 저항문화를 포용하는 다양성을 하위문화로 거느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틀을 탈피하고 예상을 엎는 예외성으로 다소 발랄한 상상력이 엽기 문화의 테두리를 이루고 있다면 그 이면에는 지나치게 세속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우리의 감수성이 물질만능주의적 토대 뒤에서 지극히 자극적이고 피상적인 사고와 연결되어 있는것은 아닌지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정상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것들을 비정상의 위압적인 몸짓을 취하는 이 엽기가 단순하게 머물러 놀아 난다면 당연히 결국엔 엽기의 역할을 크게 상실하고 말 것이다. 아무리 도발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어떻든 언젠가는 유행어로서의 엽기는 묻히겠지만 다양한 엽기적 문화물들이 어떤 형태로든 생산되고 지속되리라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따라서 엽기라는 말을 의식하지 않는 진정으로 엽기 발랄한 상상력과 꾸준한 노력과 실천들의 틀에 박힌 엽기를 넘어서고 소멸시키는 과정에서 이뤄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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