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은 우리나라 사람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누구라고 생각할까? <월간조선> 8월호에 그 해답이 나와 있다. <월간조선>은 극동방송 사장 김장환 목사의 입을 빌어,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라고 쓰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저명한 사람에 걸맞는 대우(?)라도 하듯이 인터뷰 기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성장 등의 기사에서 조용기 목사 찬양(?) 일색인 무려 30페이지 분량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우선 <월간조선>의 기사를 큰 제목만 살펴보자.
▲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趙목사 설교 들으면 정신이 든다 ▲외국인 관광코스 / 시끄러운 교회, 즐거운 교회 ▲열성 信者 10만명 / 교인 가운데 호남 출신이 70% ▲『살아선 자서전 안 쓴다』▲가장 강력한 영적 지도자 ▲趙鏞基와 朴正熙의 「하면 된다!」▲蛇足 없는 설교 ▲시장 가는 주부의 마음으로 설교 준비 ▲24시간 일하는 체제 ▲목사와 장로가 협력과 견제 ▲해외파송 선교사 629명 ▲새마을운동과 한국 근대화 소개 ▲세계 부흥강사 「빅3」▲자로 재지 않고 바로 실천한다 ▲하는 일마다 최초이며 최대.

왜 찬양일색의 글인지 이 큰 제목만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이 제목 안에 어떤 글이 쓰여 있는지는 금새 짐작이 갈 만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월간조선>은 때아닌 조용기 목사의 특집, 그것도 호의적인 기사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비판적인 내용조차 거의 없는 기사를 그렇게나 많은 지면을 할애해 실었을까. <월간조선>이 정말 평소에 조 목사의 위대성을 '흠모'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조 목사측 부탁에 의해 지면을 빌려준 것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 <월간조선> 기자가 직접 쓰지 않고 자유기고가의 손을 빌린 이유는 또 왜일까. <월간조선>이 조 목사를 평소 '흠모'했기 때문이라면 자사 기자가 직접 취재 기사를 쓰도록 배려(?)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사실 <월간조선>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국민일보> 노사분규 사태로 인해 조용기 목사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제기된 바 있었다. 기독교계와 시민단체에서도 조 목사 부자가 '<국민일보>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일반 방송에서도 <국민일보>가 조 목사 부자의 족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도 한 시사주간지에 의해 <국민일보>와 관련된 이런 부정적인 보도는 계속됐다.

특히 기독교계의 한 신문은 노조의 시위가 가장 뜨거웠던 4월, 교인들의 헌금으로 만들어진 <국민일보>가 스포츠와 연예 오락 전문 매체를 창설하는 징검다리가 되었으며, <국민일보>의 소유권이 어느덧 교회에서 개인으로 넘어가 버렸다는 사실에서 순진한 기독교인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8월 <월간조선>의 보도는 이런 모든 부정적인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인터뷰를 통해 조 목사의 주장을 논평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 조 목사가 10년 동안 이단시비를 겪었던 사실과 관련, 기성 교계 인사들과 친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게재, 조 목사 이단시비를 교리와 전혀 상관없는 단순한 감정대립 정도로 평가절하시켜 버리고 말았다.

또 소위 조선일보식 '대북관'은 조 목사 인터뷰에서 적나라하게 되풀이되고 있다. 조 목사 인터뷰 몇구절이다.
▲남북 頂上회담 이후 국민 전체에 평화 무드가 넘치고 당장 평화통일이 될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 대단히 우려된다. 6·25 전쟁이 나기 전에 남북의 평화 무드가 넘쳤던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장을 풀면 다시 전쟁을 겪을 수도 있다.
▲金正日은 미국의 경제적 압력 때문에 여러 가지 계산에 의해 金大中 대통령을 만났으며, 배후에 작정이 있어서 연극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金正日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햇볕정책을 실시하되 빗장을 완전히 열어 놓아서는 안 된다. 머루와 다래가 있는 곳에는 뱀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사람들은 국가가 만든 냉장고 속에 들어가 있다. 햇빛을 비추어도 냉장고 문은 안 열린다. 어찌하든지 냉장고 문을 조금씩 열도록 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멘트는 남북관계 정상화에 가끔씩 찬물을 끼얹는 <조선일보>식 노조의 복사판과 같다는 느낌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사람이라는 조 목사의 견해가 <조선일보>와 같다는 식의 주장을 펴기에 딱 좋은 구절들인 셈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은 세계 최대 교회를 이끌고 있는 조 목사의 <월간조선> 특집을 기독교계 혹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단순히 호의적이고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오히려 '조선'과 '조용기 목사'가 한 배를 탔다는 씁쓸한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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