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월간조선>의 기사를 큰 제목만 살펴보자.
▲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趙목사 설교 들으면 정신이 든다 ▲외국인 관광코스 / 시끄러운 교회, 즐거운 교회 ▲열성 信者 10만명 / 교인 가운데 호남 출신이 70% ▲『살아선 자서전 안 쓴다』▲가장 강력한 영적 지도자 ▲趙鏞基와 朴正熙의 「하면 된다!」▲蛇足 없는 설교 ▲시장 가는 주부의 마음으로 설교 준비 ▲24시간 일하는 체제 ▲목사와 장로가 협력과 견제 ▲해외파송 선교사 629명 ▲새마을운동과 한국 근대화 소개 ▲세계 부흥강사 「빅3」▲자로 재지 않고 바로 실천한다 ▲하는 일마다 최초이며 최대.
왜 찬양일색의 글인지 이 큰 제목만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이 제목 안에 어떤 글이 쓰여 있는지는 금새 짐작이 갈 만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월간조선>은 때아닌 조용기 목사의 특집, 그것도 호의적인 기사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비판적인 내용조차 거의 없는 기사를 그렇게나 많은 지면을 할애해 실었을까. <월간조선>이 정말 평소에 조 목사의 위대성을 '흠모'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조 목사측 부탁에 의해 지면을 빌려준 것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 <월간조선> 기자가 직접 쓰지 않고 자유기고가의 손을 빌린 이유는 또 왜일까. <월간조선>이 조 목사를 평소 '흠모'했기 때문이라면 자사 기자가 직접 취재 기사를 쓰도록 배려(?)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사실 <월간조선>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국민일보> 노사분규 사태로 인해 조용기 목사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제기된 바 있었다. 기독교계와 시민단체에서도 조 목사 부자가 '<국민일보>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일반 방송에서도 <국민일보>가 조 목사 부자의 족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도 한 시사주간지에 의해 <국민일보>와 관련된 이런 부정적인 보도는 계속됐다.
특히 기독교계의 한 신문은 노조의 시위가 가장 뜨거웠던 4월, 교인들의 헌금으로 만들어진 <국민일보>가 스포츠와 연예 오락 전문 매체를 창설하는 징검다리가 되었으며, <국민일보>의 소유권이 어느덧 교회에서 개인으로 넘어가 버렸다는 사실에서 순진한 기독교인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8월 <월간조선>의 보도는 이런 모든 부정적인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인터뷰를 통해 조 목사의 주장을 논평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 조 목사가 10년 동안 이단시비를 겪었던 사실과 관련, 기성 교계 인사들과 친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게재, 조 목사 이단시비를 교리와 전혀 상관없는 단순한 감정대립 정도로 평가절하시켜 버리고 말았다.
또 소위 조선일보식 '대북관'은 조 목사 인터뷰에서 적나라하게 되풀이되고 있다. 조 목사 인터뷰 몇구절이다.
▲남북 頂上회담 이후 국민 전체에 평화 무드가 넘치고 당장 평화통일이 될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 대단히 우려된다. 6·25 전쟁이 나기 전에 남북의 평화 무드가 넘쳤던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장을 풀면 다시 전쟁을 겪을 수도 있다.
▲金正日은 미국의 경제적 압력 때문에 여러 가지 계산에 의해 金大中 대통령을 만났으며, 배후에 작정이 있어서 연극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金正日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햇볕정책을 실시하되 빗장을 완전히 열어 놓아서는 안 된다. 머루와 다래가 있는 곳에는 뱀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사람들은 국가가 만든 냉장고 속에 들어가 있다. 햇빛을 비추어도 냉장고 문은 안 열린다. 어찌하든지 냉장고 문을 조금씩 열도록 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멘트는 남북관계 정상화에 가끔씩 찬물을 끼얹는 <조선일보>식 노조의 복사판과 같다는 느낌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사람이라는 조 목사의 견해가 <조선일보>와 같다는 식의 주장을 펴기에 딱 좋은 구절들인 셈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은 세계 최대 교회를 이끌고 있는 조 목사의 <월간조선> 특집을 기독교계 혹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단순히 호의적이고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오히려 '조선'과 '조용기 목사'가 한 배를 탔다는 씁쓸한 느낌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