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동성애 조항 삭제 권고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곳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와 <국민일보>였다. 한기총은 성명서로, <국민일보>는 각종 기사로 동성애 사이트에 청소년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을 반대했다.

한기총은 4월 7일 '국가기관이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는 인권위가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에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7조에서 동성애 항목을 삭제하라고 권고했고, 청보위가 이를 수용한다는 발표를 한 것에 경악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서 한기총은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로 인해 하나님의 유황불 심판을 받아 멸망했다"며 "에이즈가 동성애자 때문에 많이 전염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기총 총무 박천일 목사는 "그들은 동성애가 태생적 성향이므로 불가피하며 본성에 순응한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사실은 정상적 본성과 타락한 죄성을 혼돈하고 있다. 인간이 끌리는 대로 행동한다면 이 세상은 혼란과 파멸에 빠지고 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동성애자들은 극소수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을 말하고 있지만 절대다수 정상적인 삶의 원리가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만약 개정을 시행코자 한다면 청소년 보호와 건전한 윤리 도덕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천명한다"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한기총 유소년위원장 최낙중 목사는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바란다'라는 글에서 "신약성경 고린도전서 6장 9-10절에는 하나님의 나라를 받지 못할 자는 음란한 자나 남색한 자라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음행의 죄악이 각종 질병과 함께 패가망신케 한다"며 "청소년보호위는 그 이름대로 청소년들을 죄악의 오염으로부터 보호해 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인권위의 권고 결정이 발표된 4월 2일, 동성애 관련 기사들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면서 압력을 가했다. '동성애 사이트 청소년에 괜찮다? 인권위 결정 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기총 박천일 총무와 학부모들의 의견, 인권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등을 근거로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워드'라는 제목의 박스 기사는 동성애의 원인을 '의학적으로는 사람의 본능적 행동과 신진대사를 제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상하부의 이상 등 두뇌구조나 유전인자 같은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규정했다. 동성애의 원인에 대한 논란이 분분함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를 두뇌구조나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으로 단정한 것이다.

같은 날 쓰여진 '성경으로 본 동성애-창조질서 거스르는 행위'라는 제목의 기사는 동성애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기사는 성경을 인용하며 동성애는 사형에 해당하는 추행이며 하늘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신대 변영인 교수는 "동성애가 확산되는 것은 신의 영역에 속한 절대적 가치들이 오늘날 개인 취향의 문제로 전락함에 따라 급속하게 상대화·다원화되는 등 인본주의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4월 3일에도 이 문제와 관련하여 사설을 비롯해 3개의 글이 지면을 채웠다. '인권위의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제목의 사설은 인권위의 결정은 동성애자의 인권만 고려하고 청소년의 인권은 소홀히 한 처사라며 이는 매우 유감이라는 의사를 표명했다.

강지원 변호사는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자의 인권문제와 별개로 청소년들이 동성애 사이트에 무분별하게 접근하는 것은 건전한 청소년 성문화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청소년보호위도 '동성애 유해' 삭제…영상물 빗장 풀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각계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인권위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기사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전병금 목사는 "성경에서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성인도 아닌 청소년들에게 동성애 사이트를 개방하는 것은 비성경적일 뿐만 아니라 반인륜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후 6개의 관련 기사를 통해 인권위가 청보위에 동성애 항목을 삭제하라고 권고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고 성경은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가르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자 육우당이 동인련 사무실에서 자살을 한 사실은 대부분의 신문에서 보도한 반면, <국민일보>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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