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신철민
교회개혁운동의 방법론을 둘러싼 논쟁이 교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방법론 논쟁은 최근 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가 '교회개혁운동이 지나치게 비판 일변도'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으며, 이에 대한 반론이 이어지면서 확산됐다.

교회개혁 방법론이 이슈로 부각되기 오래 전부터 비판 운동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는 곳곳에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본격화한 것은 5월에 접어들어서이다. 비판 운동에 대해 중간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뉴스앤조이>는 4월초 당시 CBS 방송위원이었던 변상욱 부장에게 '교회개혁운동세력에게 고언을 해달라'는 청탁을 했고, 변상욱 부장은 "어차피 썩은 교회에 대고 외쳐봐야 무슨 소용이 있냐"며 차라리 좋은 교회를 더 많이 키우고 알리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변상욱 부장은 "개혁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별 가망 없는 곳을 향해 공연히 애쓰고 힘쓸 것이 뭐가 있느냐'는, 다소 안쓰러운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오세택 목사는 반론을 통해 "교회는 맘에 든다고 택하고 맘에 안 든다고 버리는 상품과 같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문제 삼는 교회가 갖는 상징성을 볼 때 나쁜 점이 유행처럼 번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부득이 강하게 비판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대화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일단락 되는 듯 보였다.
▲교회개혁 방법론을 두고 비판이냐 대안이냐 공방이 치열했다. 사진은 5월 28일
진행된 CBS 집중토론. ⓒ뉴스앤조이 이승규

개혁운동 방법론 공방으로 달궈진 5월

민주화의 계절인 5월 들어 개혁운동 방법론을 둘러싼 공방이 청년 웹진 <새벽이슬>에서부터 시작됐다. 서경석 목사는 5월 13일 <새벽이슬>에 '그대들은 왜 네거티브 캠페인에만 몰두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러자 다음날 <새벽이슬> 대표 이진오 씨가 반론을 제기했다. 이어 CBS 라디오가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집중적으로 토론방송을 내보냈다. 논쟁의 불씨를 지핀 서경석 목사와 이진오 대표가 먼저 출연했고, 한국교회언론위원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와 <뉴스앤조이> 대표 김종희 기자가 이틀간 출연해 언론의 비판적 보도의 공과(功過)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마지막으로 예장통합 바른목회실천협의회 총무 안광덕 목사, 세계신학교육기관연합협의회 부회장 강남순 교수,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가 교회 내부의 자정 가능성에 대해 3자 토론을 벌였다. CBS 텔레비전도 5월 28일 '교회개혁운동, 비판이 먼저인가 대안이 먼저인가?'를 주제로 공개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경석 안광덕 박득훈 목사와 이진오 대표가 또 출연했다. 공개토론회는 6월 4일, 8일 이틀간 방송됐다. 여기에 최근 문을 연 인터넷 매체 <뉴스파워>가 일련의 과정을 중계 보도하는 형식으로 가세했다.

단순한 이분법, 비판이냐 대안이냐

▲<새벽이슬> 이진오 대표.
ⓒ뉴스앤조이 신철민
토론의 쟁점은 무엇인가. 교회개혁운동의 방법론에 있어서 비판성에 대한 평가이다. 서경석 목사는 <새벽이슬> 칼럼을 통해 "위기에 처한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대안을 제시할 운동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기껏 보이는 운동은 네가티브 운동뿐이다"며 현재 진행 중인 교회개혁운동을 '네가티브 캠페인'으로 단정했다. 서 목사는 또 "무조건 반대하는 운동은 파괴적일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세습반대운동에 대해서도 "세습을 한 것은 모양이 좋지 않으나, 세습 문제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세습을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문제보다 먼저 비판되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진오 대표는 "마치 네가티브 운동만 하고 포지티브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 뒤 "교회개혁에 있어서 네가티브 운동에 대한 대안이 포지티브 운동이라 제기하는 것은 자칫 교회개혁운동이 불필요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혁운동에는 비판적 측면과 대안 제시의 측면이 분리될 수 없는데, 개혁운동의 방법이 비판적이기만 하다는 것은 편향적인 시각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세습 문제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문제"라면서 "교회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는 운동이 (개혁운동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박득훈 목사는 '비판'운동에 대해서 '네가티브'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가치판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했다. '비판'에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것인데, '비판'이 곧 '부정적'이라고 하는 등식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언론의 비판운동에 대해서는 이억주 목사와 김종희 대표가 공방을 벌였다. 비판적 보도가 선교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 쟁점이었다. 이억주 목사는 "일부 교회에 문제가 있는 것을 침소봉대해서 모든 교회가 다 잘못된 것처럼 비판하고 지적할수록 교회의 이미지는 ·더욱 더 실추될 수밖에 없다"면서 비판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김종희 대표는 "몸 전체가 병든다고 죽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는 지극히 작은 것이라도 치명적인 독소일 때 죽을 수밖에 없다"면서 "세습 헌금 유용 성적 비리 등은 교회의 본질을 망가뜨리는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에, 한국교회에 암 세포가 더 커지기 전에 메스를 가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단 내의 갱신단체 여성단체 시민단체의 대표가 벌인 토론에서도 입장은 갈렸다. 안광덕 강남순 박득훈 목사는 '한국교회 내부에 있는 문제를 직시해야 하고, 교회의 갱신과 발전을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큰 줄기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개혁운동의 방향 목표 방법 등 구체적인 대목에서는 각자의 입장 차를 보였다.

일련의 논쟁에서 각자의 입장에 따라 몇 가지 커다란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비판운동에 대해서 비판하는 이들은, 지금 비판을 하고 있는 문제들이 사실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경석 목사는 "특정 교회나 특정인을 지목해서 비판하는 것이 옳지 않다"면서 그 이유를 "개인 윤리 차원의 문제이고 그 공동체 내부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었다. 세습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또한 안광덕 목사는 "지나치게 비판 일변도이다 보니까 대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소수자 운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도 제시하고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하지만 비판 운동을 하는 이들은 '특정인이나 특정교회를 지목하는 것은 그 교회나 개인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고, 그것이 무분별하게 답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세습에 대해서는 교회의 주인이 예수님이 아니라 목사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처럼 교회의 본질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소수자 운동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평가는 이르다는 태도다. 또 비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서는 '한국교회 교인들이 목회자의 말에 절대 순종하는 신앙 정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비판에 낯설고 당황해 하고 있다'고 해석하면서, 비판만 하지 않고 대안을 만들어 나가면서 교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비판만 하지 않는다, 왜 대안작업은 외면하나

그렇다면 비판적 단체로 지적된 이들이 비판만 해왔나. 청년단체인 <새벽이슬>의 경우, 영등포에 있는 행려자들을 돕는 광야교회를 지원하는 일도 벌였고, 대학에서 컨닝추방운동을 했으며, 선거 때는 공명선거운동에 참여했다. 또 통일국토순례대장정이나 금강산땅밟기와 같은 포지티브 운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물론 스포츠투데이의 음란성을 비판하고 교회세습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를 해왔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작년말에 창립됐기에 이렇다 할 내용은 없다. 개혁연대는 민주적 정관 갖기, 신앙아카데미 등 대안을 만드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비판적 언론으로 지목 받은 <뉴스앤조이> 역시 작지만 건강한 교회,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목회자를 소개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고, 교회에서 상처받고 떠난 이들을 보이지 않게 돌보고 섬겨왔다. 이들이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노력도 하고 있는데, 이들을 비판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애써 외면한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백종국 교수는 "교회개혁운동 방법론의 문제는 비판이냐 대안 제시냐 하는 선택의 차원이 아니다. 서로 보완하고 더 필요한 방법을 취하여 더욱 교회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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