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교회 전경. ⓒ뉴스앤조이 신철민

"인터뷰 안 하면 좋겠는데…."
"목사님, 해 주세요. 이웃사랑교회를 꼭 소개하고 싶어요."
"기사 보고 교인 늘면 어떡해요?"

이웃사랑교회 전성표 목사와 전화로 나눈 대화 내용이다. 그는 '특이한' 목사다. 교인을 늘려 큰 교회 만드는 것이 많은 목회자들의 꿈인 한국교회에서, 교인이 늘까봐 인터뷰를 거절하는 경우는 짧은 기자 생활이지만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억지로 우겨서 결국 전성표 목사와 약속을 잡았다. '와서 차나 마시고 가라'는 것이 조건이었다.

▲전성표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웃사랑교회는 흔히 '민중교회'로 불리는 교회이다. 그러나 전성표 목사는 소위 민중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한 사람은 아니다. 그는 일반교회에서 전도사·부목사를 지내며 목회를 시작했다. 전 목사는 그곳에서의 경험이 지금 이웃사랑교회 목회를 하는 데 큰 자산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일반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동안, 신앙 색깔이 잘 맞지 않아 불편하기도 했지만,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의 경험은 목회의 일순위를 교인들을 돌보는 것으로 삼는, 민중교회 목회자로는 다소 이례적인 목회 방식을 낳게 만들었다.

교인을 소중히 여기는 민중교회

이웃사랑교회는 교인이 30명 정도 되는 작은 교회이다. 그러나 전 목사는 교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친밀한 교제를 나누기에는 이 정도 인원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웃사랑교회에서 드리는 예배 순서 가운데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목사의 설교가 아니라 교인들의 삶을 나누는 '평화인사' 시간이다. 평화인사는 교인들이 일 주일 동안 겪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이를 주제로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다.

▲6월 1일 예배에서 설교하는 강유겸 준목.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격의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에는 다양한 주제들이 오르내린다. 그림을 배우면서 느꼈던 점, 이가 아려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 한 주 내내 피곤해서 힘들었다는 고백, 노무현 정부에 대한 성토…. 빨래터에서 나누는 수다처럼 온갖 다양한 주제가 '경건한' 예배 시간에 쏟아진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다가 난데없이 훈수를 두거나 토론을 벌이는 것도 이웃사랑교회에서는 그다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목사가 말하고 교인들은 그저 듣기만 하는 예배 구조에서 벗어나 다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예배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평화인사는 이제 이웃사랑교회의 주요한 특징이 되었다. 전 목사가 교인이 늘어날까 노심초사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평화인사가 부실해질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서로 친밀감을 가지고 공동체를 꾸리는 것도 좋지만 '그 정도 인원으로 교회 운영이 가능할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전 목사는 "교회 운영을 하고도 남는다"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교인이 적으니 이 교회가 내 교회라는 책임 의식이 생겨 교회 운영에 다들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사례비로 한 달에 85만 원을 받는다. 그런 것을 밝혀도 괜찮으냐고 물으니, 자신이 받는 액수가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는 "교인이 줄까봐 매주 안절부절하는 일부 목사들에 비해 나는 너무 행복한 것이 아니냐"며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서로의 삶을 나누는 예배

▲묵상하고 있는 이웃사랑교회 교인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작은 공동체가 가지는 이점이 또 있다. 작기에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 뉴에이지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교회에 횡행할 때에는 교인들이 직접 뉴에이지를 연구하고 음악을 들으며 뉴에이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려고 노력했다. 전생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교인들의 요청에 교회에서 전생 유도 테이프를 들으며 전생경험을 해보기도 했다. 언뜻 들으면 '너무 막 나가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생길 수도 있는 대목이다.

▲전성표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그러나 이웃사랑교회 교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무엇이든 직접 경험한 후에 판단하는 것이 정직한 대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 전생에 대한 경험도 교인들이 직접 참여하여 실험을 해 본 결과 "전생은 실재하지 않고 자신의 암시와 최면이 투영되는 것이다"라는 잠재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웃사랑교회의 실험은 주일예배에도 이어진다. 퀘이커 모임에 참여해 그들의 영성을 느껴보기도 하고, 동방정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이런 모임은 타 교단 영성의 체험을 통해 이웃사랑교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기회가 됐다.

전 목사는 목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교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인들이 겪는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에 같이 아파하는 것이 목사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인들과 같이 울고 웃을 수 없는' 때가 찾아오면 과감히 목사직을 포기할 생각이다. 전 목사의 표현을 빌자면 목사는 '주일 한 시간 떠들고 일주일 내내 듣는 직업'인 것이다.

교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

▲이웃사랑교회의 소박한 공동식사.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이웃사랑교회가 교인들 사이의 친교만 강조하고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주변의 독거노인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일을 소리소문 없이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두 여중생의 죽음에 항의하여 미 대사관 앞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데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기쁨이 아닌 의무에서 하는 것이라면 하지 않는다는 것.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나오는 행동은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영성과 사회참여의 조화도 이웃사랑교회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다. 전 목사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 신앙이 멀어지고, 신앙에 전력하면 사회에 무관심하게 되는 문제의 해답을 퀘이커를 통해 보았다고 말했다. 성공회대학교 박성준 교수가 구체적인 모범이 되었다. 영성을 갖춘 운동가가 가능하다는 소망을 본 것이다. 깊은 내면의 성찰에서 나오는 묵직한 영성이 결국 힘있는 운동을 만들 수 있다는 전 목사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도시에서 살고 있다. 도시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공간이다. 그 도시 속에 살면서 깊이 있는 영성과 예리한 사회 참여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웃사랑교회의 노력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