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은 대상은 설교 만이 아니다. 신학교에선
동료교수의 논문, 강의안을 베끼기도 한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표절은 대상은 설교 만이 아니다. 신학교에서는 동료교수의 논문, 강의안을 베끼기도 한다.

박 아무개 교수는 몇 년 전 복음주의신학회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자신이 ㅊ신학대 교수로 지원할 때 제출했던 논문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ㅊ신학대에서 역사신학을 가르치는 ㅂ교수가 마치 자신이 독창적으로 연구한 것처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를 발견한 박 교수가 몇몇 사람들에게 불만을 토로했고, 참석자들 사이에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크게 번지지 않고 적당히 덮으면서 마무리됐다.

ㅂ교수의 표절 이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복음주의신학회에서 있었던 사건을 전해들은 한 교수는 "ㅂ교수는 80년대 중반에도 다른 신학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의 글 일부를 도용해 신학논문집인 [신학지남]에 게재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ㅅ신학대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는 ㅇ교수는 외국 책을 거의 그대로 번역해서 각색해 놓고는, 마치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1년간 독창적으로 연구해서 쓴 것인 양 책 서문에 밝혔다. 복음서를 전공하는 ㅊ신학대 교수가 그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이런 문제는 이미 관례처럼 되어 버렸다. 만약 이걸로 문제 삼는다면, 문제 삼는 사람이 오히려 매장 당할 판"이라고 말했다. 상식과 합리성은 결여된 채, 학연을 중심으로 묶여지는 일종의 '패거리 문화'가 교수 사회에도 만연한 것이다.

최근 세 명의 교수들이 외국의 학술전문지에 표절논문을 게재했다가 들통나 그 학술지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교육부와 학교당국이 진상조사를 해 당사자를 징계한 일이 있었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억세게 재수 없는 경우'일 수도 있다. 심지어는 제자의 논문을 그대로 베낀 뒤 제목만 바꿔서 학회지에 기고했다가 들통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과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작년 ㅊ신학대 신대원에서 역사신학을 가르치는 ㅅ교수는 여러 사람의 글들을 묶어 강의용 자료집을 냈다. 문제는 자료집을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팔았음에도, 누구의 글들인지 그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 사실을 안 동료 ㄱ교수는 이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ㄱ교수가 이 사건을 공론화하고 자료집에 실린 글의 저자가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사태의 파장이 커지자 ㅅ교수는 교단 신문에 사과문을 내면서 마무리됐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동료교수의 잘못을 이 잡듯이 뒤진 ㄱ교수는 또 다른 ㅅ교수의 강의안 상당 부분을 베껴서 작년에 강의집을 냈다는 점이다. ㄱ교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도표를 그대로 베꼈고 ㅅ교수가 손으로 직접 그린 도안도 그대로 복사했다. 누구의 필체인지 글씨를 감정하면 금방 들통날 정도다. 그는 그 강의안을 가지고 일반 교회에 가서 특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승들이 이 지경인데 학생들이라고 다를 것이 있을까. ㅊ신학대 신대원 졸업생이 ㅈ신학대 석사학위 논문을 똑같이 베껴 제출했다가, 이를 안 ㅈ신학대 당국이 정식으로 문제를 삼아 ㅊ신학대 신대원 석사학위가 취소된 적도 얼마 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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