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바라보고 기댈 수 있는 언덕과 같은 교회를 꿈꾸며 / 조래원 화백 작품

"누구나 바라보고 기댈 수 있는 언덕과 같은 교회." 여기 '언덕'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골고다' 언덕이고, 또 하나는 '고향의 언덕'이다. 골고다 언덕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의 현장을 뜻한다. 그곳은 슬픔과 걱정이 약속과 희망으로 바뀐 기적의 현장이다. 그래서 그 언덕을 바라보면 위로와 희망이 생긴다. 고향의 언덕은 일상의 삶에서 지쳐 쉬고 싶을 때 떠오르는 곳, 언제라도 돌아갈 때 항상 그 자리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곳이다. 4월 27일 창립예배를 드린 언덕교회는 '언덕과 같은 교회'를 지향한다.

설교, 일반신도도 할 수 있다

▲창립예배에는 60명 정도가 참여했다. 이날 창립총회도 열어서 교회 규약을
정하고 운영위원회도 구성하는 등 조직도 갖췄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언덕교회는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금천여성인력개발센터 3층을 임대해 예배공간으로 쓰기로 했다. 창립예배에는 60명 정도가 모였다. 절반은 이날 예배를 축하하기 위해 온 손님들이고, 30명 정도가 창립멤버들이다. 이들은 각자 전통적인 기성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왔으나, 평소 좀더 모범적이고 개혁적인 교회를 꿈꿔오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들어졌다. 교회 내부 문제로 커다란 몸살을 앓다가 독립해서 교회를 만드는 최근의 흐름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언덕교회는 강단을 개방해 목사 뿐 아니라 일반신도도 설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예배를 마친 후 그날 설교 내용을 가지고 토론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설교자는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인 이승구 교수다.

언덕교회는 "한국교회의 병든 모습을 애석하게 생각하면서, 평신도가 깨어 건강하게 일구어 나가는 교회의 본이 되고자 한다.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교회가 이러한 목적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연합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라고 창립 취지를 밝혔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돌보는' 교회가 되기 위해 △모든 삶의 영역에서 드리는 참 예배를 실천하는 교회 △성경에 기초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교회 △소외된 이웃과 지역사회를 돌아보는 교회 △한국교회의 건강 회복을 위해 일하는 교회 등 네 가지 비전을 설정했다.

좋은 교회 위한 열 가지 실천지침

▲창립축하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언덕교회 제공 사진)

구체적인 실천지침도 마련됐다. 1. 모든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주일 오전예배에 가족들이 같은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해 아동설교를 먼저 들은 뒤 아이들은 따로 모여 별도의 프로그램을 갖고 성인들을 위한 설교가 이어진다. 2. 모든 교인이 참여하는 사회봉사활동을 매월 정기적으로 시행한다. 우선 안양에 있는 '평강의집'을 돕기로 했다. 이곳은 장애를 가진 노인 10여 명이 생활하고 있는 곳. 이밖에 교회 인근에 외국인노동자들이나 빈민층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3. 정기적으로 다른 교회에 참석하는 흩어진 예배를 드린다. 일년에 한 두 차례는 다른 교회를 출석함으로써 언덕교회의 모습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4. 교회의 민주화를 위해 모든 직분에 임기제를 도입했다. 목사는 청빙할 때 시무 기간을 정하기로 했다. 장로·권사의 임기는 6년이고, 집사의 임기는 3년이다. 연임 여부는 교인총회에서 결정된다. 5. 교회 운영에 관한 결정을 민주적으로 하고, 6. 평신도가 주축이 되어 교회를 운영한다. 10개의 부서를 비롯해 직원회·자치회의·교육기관·구역회 등이 있고, 교역자회 대표·장로회 대표·집사회장·각 부서장이 집행권을 가진 운영위원회가 있다. 교회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은 교인총회다. 운영위원장이 교인총회의 의장을 겸임할 수 없다. 7. 관리 지출을 최소화해 이웃사랑을 실천한다. 8. 전용 예배당을 소유하지 않고, 교회의 모든 시설과 재산은 최대한 사회적 용도에 개방한다. 재정 운영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목회자 후생 수준은 사회적 통념에 의해 중산층 수준을 원칙으로 하되 교인의 평균 수준에 맞춘다. 무엇보다 최소한의 교회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재원은 선교사업(1/3)·사회복지(1/3)·발전기금(1/3) 용도로 지출한다. 발전기금도 자칫 돈이 축적될 때 생길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교회의 발전과제를 정하고 거기에만 쓰기로 했다. 빈곤층이나 취약 계층 학생 지원, 목회자 재교육 등의 사업이 포함된다. 9. 한국교회 개혁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와 같은 단체의 운동에 참여하고 후원한다. 10. 민주적인 교회규약을 만들어 실천한다. 창립예배를 드린 후 곧바로 교인총회를 열고 앞에서 소개한 내용이 뼈대를 이루는 규약과 이를 구체화한 시행규칙을 통과시켰다.

창립예배 후 총회, 민주적 규약 통과

▲설교자 이승구 교수. ⓒ뉴스앤조이 김종희
이승구 목사는 '내가 내 교회를 세우리니'라는 제목으로 첫 설교를 했다. "교회는 사람이 세우는 곳이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세우시는 곳이라는 분명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회를 '내가' 세운다는 마음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힘들고 어렵지만 성경이 말하는 예수님의 생각에 우리의 생각을 끊임없이 맞춰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우리 자신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내 것을 드려나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희생하고 내가 먼저 헌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우리끼리 지내면서 '여기가 좋다' 하고 안주하고 만족하면 의미가 없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참된 교회의 의미를 자꾸 알려서 같이 동참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예배가 끝나고 서로 소개하고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혁연대 집행위원 중 한 사람인 이승종 교수가 이 교회 창립멤버인 탓에, 개혁연대에서 함께 활동하는 신흥식 장로·고세훈 교수·이진오 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YMCA 중앙연맹 김의욱 부장·YWCA 금천여성인력개발센터 오경혜 관장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기독교 내 교회 안팎의 NGO 운동가들의 만남은 이 교회의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암시한다.

점심식사를 한 뒤 첫 번째 교인총회를 열었다. 총회 때 논의할 내용들을 인터넷으로 공지한 덕분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다가 규약 중에 '장로는 본 교회에 등록한 50세 이상 남녀 세례교인으로…' 하는 대목과 '권사는 장로 후보 자격이 있는 여자 교인으로서 장로직을 선호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 하는 조항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여자가 장로가 될 수 있나' 하는 한국교회 전통의 첨예한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그러나 투표 결과 원안대로 통과되어서 여자도 일정한 자격이 되면 본인의 희망에 따라서 장로 또는 권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 연락처 011-324-2098 / 02-760-0375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