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이승균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로 손꼽히는 소망교회. 그리고 소망교회를 상가교회에서 오늘날의 거대 교회로 키운 곽선희 목사(70). 명성과 존경을 한 몸에 받던 곽선희 목사가 은퇴를 코 앞에 두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기억될 위기에 처해 있다. 편법적 세습과 낯뜨거운 불륜 의혹, 그리고 불투명한 재정운용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들이 소망교회와 곽선희 목사에게 집중되어 있다. 현재 소망교회 내에서 발생한 사건은 일개 교회와 목회자만의 문제로 단정지을 수 없는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교회 구조적 병폐의 싹이 소망교회를 통해 여실히 투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망교회 사건이 시사하는 한국교회 어두운 자화상의 한 단면을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뉴스앤조이 김승범

소망교회가 경기도 분당에 건축하는 예수소망교회의 별칭은 '곽선희 목사 성역 40주년 기념교회'. 소망교회 인근의 광림교회(김정석 목사)가 경기도 일산에 '김선도 목사 성역 40주년 기념교회'를 건축한 것과 비슷한 출발이다. 광림교회의 김선도 목사 기념교회 건축은 곧바로 본 교회 세습이라는 '악수'로 이어졌다.

손봉호 교수(서울대)는 한 목회자를 기념하는 교회에 대해 "한국교회 내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형적 현상"이라고 따끔하게 꼬집는다. 어떠한 우상도 거부하는 기독교가 담임목사를 기념하는 교회를 몇 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짓는 것은 "북한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손 교수는 "살아 있는 목회자를 기념하는 교회 건축은 인간 우상화를 거부하는 기독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안타까운 심경을 피력하고 있다. 결국 소망교회 문제는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써 강력한 통치력을 행사하는 담임목회자의 절대권력에서부터 잉태되고 있다. 담임목사의 절대권력은 곧 인간을 우상화하는 교회를 건축하는 상황까지 초래한 셈이다.

소망교회는 담임목회자를 우상적 지위로 승격시킨 것과 더불어 곽선희 목사의 장남 곽요셉 목사의 예수소망교회 부임을 묵인해 결과적으로 '변칙적 세습'이라는 또 다른 불명예를 자초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망교회측은 이같은 외부의 비난 여론에 대해 정당한 당회 결의를 거쳐 통과되었고, 또 이제 예수소망교회와 소망교회는 어떤 관련도 없기 때문에 세습이라는 비판은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권위적 사제주의와 결합한 변칙적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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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교회측 항변에도 불구하고 담임목회자의 장남이 막대한 재원이 투자된 교회를 고스란히 맡는 상황은 기득권자의 특수지위를 이용한 '무임승차' 혹은 '특혜'라는 비난을 벗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손 교수는 이 부분 역시 "오히려 드러내놓고 세습하는 것보다 더 가증한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고 빗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이끌며 기독교의 양심 회복을 부르짖는 손봉호 교수는 소망교회 사태에 대해 극도의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곽선희 목사나 일부를 제외한 소망교회 교인 대부분은 별다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차례 전개된 교회개혁실천연대의 가두집회가 소망교회 교인들의 강한 반발로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소망교회 교인들의 현 사태를 보는 시각은 교회 모 관계자의 언급에서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곽선희 목사가 돈을 착복한 것도 아니고 분당에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교회를 지은 것이다. 또 곽요셉 목사는 곽선희 목사의 아들 입장이 아닌 소망교회 부목사 자격으로 예수소망교회에 부임하는 것인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고 나름대로 현 상황을 합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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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백종국 교수(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소망교회의 이런 시각은 선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이지만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이다"고 지적하고 "예수님이 광야에서 시험 당한 상황을 고려하면 금방 이해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백 교수는 "소망교회 교인들의 의식 속에 성공이 원인을 정당화시킨다고 생각할 정도로 성공제일주의가 깊게 파고들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판단한다.

백 교수는 소망교회에서 형성된 담임목회자의 절대권력 그리고 교인들의 성공주의 혹은 무비판적 의식은 한국교회의 구조적 병폐 중 하나인 권위주의적 사제주의가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백 교수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아직도 구약시대의 제사장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목사를 '주의 종'으로 부르고, '주의 종을 잘 섬겨야 한다'는 설교가 보통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 이같은 현상은 예수그리스도께서 헐어버린 담을 다시 세우는 것이며, 종교개혁을 통해 바로잡은 교권과 악습이 다시 재생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대부분 교단의 교회법이 권위주의적 사제주의가 통용될 수 있도록 목회자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을 합법적으로 집중시켜 놓고 있는 점도 이런 현상을 가중시키는데 한몫하고 있다.  백 교수는 "담임목회자에게 행정·입법·사법 등 3권이 송두리채 집중되어 있어 어느 조직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재권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감신대 박충구 교수는 소망교회 사태에 대해 한국교회 심각한 신학적 위기라고 진단한다. 신자들의 공동체인 교회를 이루는 주체인 다수의 신자들이 목사와 장로들에게 말씀의 증거자와 치리자로서 권위를 의탁했지만, 이제 목사와 장로들이 위탁받은 권위를 오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

한국교회 심각한 신학적 위기의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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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박 교수는 "일부 목사와 장로들이 자기 자신을 교회 자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까지 보고 있다. 마치 왕권신수설을 주창하며 '짐은 곧 국가다'라고 말한 프랑스 루이 14세처럼 '목사는 곧 교회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것.

목회자의 권위가 우리의 전통적 유교 의식과 섞이면서 문제는 더욱 심화되는 것도 또 다른 문제점 중의 하나다. 박 교수는 유교적 관료주의와 신민 관계 구조 등이 교회를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분리시키고 교인들을 피동적으로 만들어, 무조건적인 복종을 암묵적으로 수용하게 하는 현상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런 현상은 목회자의 공적 사적인 생활까지 구별하지 않고 전 영역에 걸쳐 복종과 순종의 형태로 이어진다는 것이 박 교수의 견해.

결과적으로 교회 세습이 교인들의 별다른 저항 없이 성사되는 것은 일부 교회 내에 형성된 보이지 않는 주종관계 혹은 유교적 위계질서나 가부장적 권위 때문인 셈이다. 일부 교회 담임목사는 영적인 권위와 유교적 권위주의를 한 몸에 받으면서 슈퍼스타로 부각되고 있고, 그 권위 밑에서 공적 혹은 사적인 부분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목사에 대해 얘기하는 것 두려워하고 징계받는다고 생각하는 노예적 신앙이 목회자의 질주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큰 원인이라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노예적 신앙으로 인해 옳지 못한 일 앞에 저항하지 못하고 주의 종과 대립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물려 받는 당사자 곽요셉 목사가 더 큰 문제
박 교수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교역자에게 막강한 권위와 특권 그리고 경제적 문제까지 결정할 수 있는 제도의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외국의 교회는 이미 목사의 권한을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인다. 특히 세습이 이뤄지는 것은 일세대 목회자의 문제뿐 아니라 이후 세대 목회자들의 건전치 못한 사고가 영합해 이루어지는 만큼, 다음 세대 건전한 신학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망교회의 경우 특권을 물려받은 곽요셉 목사에게 어쩌면 더 큰 문제점을 찾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박 교수는 교회가 이제는 신앙만이 아니라 신학적 사고를 할 줄 아는 평신도를 키워내는 일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잘못된 권위 앞에서 비판하고 저항하는 것도 교회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는 교인들이 늘어날 때 한국교회 건전한 풍토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기사의 손봉호 백종국 박충구 교수 등의 견해는 CBS 저널(라디오)에서 밝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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