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의 일각에서는 오래 전부터 문화사역에 관한 논의들이 있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양적 성장에만 집착하였던 교회들이 최근 미래목회의 비전으로 문화사역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그 동안 한국교회의 지역사회에 대한 생각은 마치 "여기 구원의 방주가 있으니 다 내게로 오라"라는 일방적 선언이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의 문화는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었을 뿐, 참으로 그들과 함께 깊은 나눔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복음의 자연스러운 전파에는 생각이 크게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 필자는 우리 나라의 기독교를 선도해 왔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한 교회의 문화관 건축에 계획안을 제출할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문화사역을 강조하는 그 교회가 원하는 것은 법의 허용범위 안에서 건물을 얼마나 크게 지을 수 있는 지와 그 안에 몇 개의 방을 만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물량적 문제이었다. 기독교 문화관이 되기 위해 건물이 어떻게 보이며, 세상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 그리고 그 안의 공간은 어떤 분위기로 만들 것인가, 더욱이 문화관까지 접근하는 과정으로서의 길은 어떤 분위기여야 할까 하는 건축의 문화적 문제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문화는 인간의 삶 자체이며 여러가지 모습으로 표현된다. 마찬가지로 기독교 문화는 기독교인들의 신앙공동체적 삶이며 그 모습이다. 따라서, 세상과 가장 가까이 접하는 교회공동체의 모습은 기독교 문화를 가장 잘 표현한다.

이러한 교회의 모습은 다양한 수단들을 통해 나타난다. 그것은 성도간의 또는 사회를 향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나타나며, 많은 경우 기독교 예술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교회음악과 미술, 문학 그리고 교회건축 등은 기독교와 교회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 중에서 교회건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독교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첫째로, 교회건축은 교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담는 그릇이며 환경으로서 그 활동을 위축시키기도 하고 촉진시키기도 한다. 잘 디자인된 예배실은 회중을 예배에 집중하도록 만들며, 교회음악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둘째로, 교회건축은 그 자체로 기독교와 교회를 세상에 알리는 상징물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교회가 다른 기관들로부터 구별될 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교회의 비전과 하나님의 사역을 알리는 상징물이어야 한다.

셋째로, 교회건축은 특별히 아름다운 예술품이어야 한다. 천지간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그들을 아름답게 창조하셨으며 보시고 좋아하셨다. 성막과 솔로몬 성전의 건축에서는 스스로 건축가가 되시어 손수 그 식양을 지시하셨다. 그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교회당을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교회의 문화사역 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교회건축을 아름답게 이루는 일일 것이다.  

넷째로, 교회건축은 그 수명이 다하도록 수대에 걸쳐 오랜 기간 동안 쓰여지기 때문에 건물의 곳곳에서 교회공동체의 삶의 흔적이 배어나며, 이러한 흔적들은 후손들에게 역사적 유물이 되어 선조들의 신앙의 증거로서 교훈된다.

교회건축의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기독교 문화사역이 문화적 가치를 가진 교회건축과 통합되었을 때 우리는 진정한 기독교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 것이며, 교회건축은 기독교의 문화사역을 돕는 귀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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