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연의 기독학생 인간선언 기도회. ⓒ뉴스앤조이 김승범

이라크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기연)의 기도회가 4월 4일 2시 기독교회관 앞 평화기도마당에서 열렸다. 4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이 기도회에서 한기연은 각 학교 별로 고려대학교에서 하던 금식기도회를 이어 나가기로 결의하고, 미국은 비이성적인 침략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홍근수 목사.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이날 기도회에서 메시지를 전달한 홍근수 목사(향린교회)는 마태복음 말씀을 인용해 "평화를 건설하는 자가 받는 복은 모든 복 중에서 가장 크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중에 가장 큰 것이 평화이다"고 역설했다. 홍 목사는 전쟁을 바라보는 기독인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현 상황을 우려하며, "가끔 조지 부시가 하나님께 뭐라고 기도할까 궁금하다. 미국의 기독교 지도자들도 진보·보수를 망라해 전쟁 반대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전쟁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의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한기연의 활동에 대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한국 기독교가 아직은 망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11일 동안 금식기도를 한 강현석 간사(왼쪽)와 김바울 연합회장.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이어서 고려대학교에서 이라크 전쟁 중단을 촉구하며 11일 동안 금식기도를 한 김바울 학생(한기연 연합회장)과 강현석 간사의 경과보고가 있었다. 김바울 학생은 "우리들의 금식 기도가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기연 전지부로 이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강현석 간사는 참석자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이라크를 사랑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친 후, "더 이상 금식을 하다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금식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패배감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남을 사랑한다고 해도 죽음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이 연약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그는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한기연 전지부의 금식에 기대를 걸고 전쟁이 끝나는 날까지 가장 꽁무니에서라도 묵묵히 따라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금식을 하면서 만든 꽃 모양 조형물.
ⓒ뉴스앤조이 김승범
두 사람의 경과 보고가 끝나고 각 지부 한기연 대표들이 나와 그동안 학교별로 벌인 반전 활동을 보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국대학교 대표로 나온 한준섭 학생은 "이틀 동안 금식을 하며 모금 활동을 벌였다"며 "선교단체의 무관심이 아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건국대학교의 경우, 각 회원들이 돌아가며 전쟁을 반대하는 대자보를 썼다고 보고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수진 대표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전쟁을 점점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라크인들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느끼기 위해 금식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도회는 황영준 2002년 연합회장의 선창으로 '기독청년학생 인간선언'을 낭독하는 것으로 끝났다. 기도회 주변에는 전쟁 중지를 촉구하는 전단이 시민들에게 나누어졌고, 금식을 하면서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만든 조형물이 전시되었다.

기독청년학생 인간선언 <우리는 '짐승'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을 본따 지음 받은 '인간'이다>

요즈음 우리는 자신의 이윤과 자국의 국익만을 위해 생명마저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정글과 짐승의 논리에 마주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명분도 설득력도 없는 비이성적인 전쟁이며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잔인무도한 학살 행위일 뿐이다. 그러함에도 세계는 생명보다는 각자의 국익을 쫓아 말과 입장을 바꾸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이 전쟁에 파병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생명보다 우위에 있는 국익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생명보다 나은 가치는 없다.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겨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생명과 맞바꿀 수 있는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성경적일 수도 없고 세상을 파멸로 몰고 가는 적그리스도의 모습 그 자체일 뿐이다.

동물과 인간적 본성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자신을 다스릴 줄 알고 절제할 줄 알며 자신의 아픔 속에서도 남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하나님의 형상이 동물과 달리 우리 안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전쟁을 통해 우리는 이 현실이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모습과 본성이 발현되는 상황이 아님을 고백한다. 오히려 내가 배고프면 무엇이던 잡아먹어 버리는 동물적 본성이 전 지구적으로 발현되는 상황임을 비통한 심정으로 고백한다. 우리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통제할 수 없는 동물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절제와 사랑을 알고 그것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창조주 하나님의 형상이 우리의 본성이다.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 인간으로 지음 받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것이다.

이에 한기연은 전세계가 미국의 힘과 이윤의 이름 앞에 굴복하고 이라크 민중의 생명을 도외시하는 동물적 본성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식욕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을 열흘이 넘게 금식기도를 하면서, 인간도 절제할 줄 알고 동물적 본성대로만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하나님께 기도해온 한기연은 다음주부터 서울지역 전 지부에서 이라크전쟁 즉각 중단을 위한 금식기도에 들어간다. 또 우리는 이 자리에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임을 선언하는 '기독청년학생 인간선언'을 하려한다.

하나. 우리는 내 눈앞의 이익을 위해 남을 희생시켜 버리는 동물이 아니라 가난함과 굶주림에서도 이웃의 생명과 희망을 발견할 줄 아는 인간이다.

하나, 우리는 생명이 이윤 앞에 파괴되는 동물적 현실 앞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인 우리 안의 본성을 지켜가기 위해 실천할 줄 아는 인간이다.

하나, 우리는 배고프면 다른 것을 잡아먹어야 하는 동물이 아니라 스스로 굶주림과 가난을 택할 수 있고 빵이 아닌 말씀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다.

2003년 4월 4일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기연)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