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역 광장에서 열린 촛불기도회. (사진·정의홍 한동대학교 00학번)

3월 31일 포항역 광장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지구촌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포항기도회’ 가 열렸다. 한동대학교(이하 한동대) 법학부 이국운 교수의 건의로 시작된 이번 촛불기도회에는 포항시 각 기독교협의회와 사회단체, 그리고 한동대 총학생회가 참여했다. 촛불기도회는 3월 27일로 예정되었다. 하지만 기도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규모가 커져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해 31일로 연기된 것이다.

조금씩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7시가 되자 한동대 예배팀 프레이즈(Praise)의 찬양과 함께 기도회 1부가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보슬비를 맞으며 한손에는 촛불을 들고 찬양을 했다. 역 앞에서 나눠준 촛불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 포항역 광장을 밝히자 2부 행사인 기도회가 시작되었다.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서, 더 나아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김광웅(포항제일교회·포항시기독교교회연합회 회장) 목사는 시민들에게 “이라크 전쟁을 한쪽의 잘못으로 탓할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나기를 주님께 기도드리자”고 말했다. 특별찬양 시간에는 한동대 워십(Worship) 동아리 지오(G.O.)의 몸 찬양 공연이 있었고, 이라크 전쟁고아와 난민들을 위한 기금을 모금했다.

마지막으로 한동대 윤상헌 교수가 공동기도문을 낭송하고 촛불 점멸식과 함께 촛불기도회를 마쳤다. 기도회가 끝나고 포항역 광장에서 육거리까지 촛불을 들고 걸어가는 ‘평화를 위한 행진’이 계획되었으나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로 취소되었다. 정미나(한동대 국제어문학부 02학번) 양은 “시위가 아니라 기도회였다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촛불을 들고 있는 어머니와 어린 아이. (사진·정의홍 한동대학교 00학번)

다음은 이번 기도회를 기획한 이국운 교수(법학부)와의 일문일답이다.

촛불기도회를 처음으로 제의했다고 들었다.
▲이국운 교수. (사진·이호준)

촛불기도회가 열리기 2주 전 권오병 교수님을 만난 자리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이러고 있어도 되는가, 무엇이든 해야 되지 않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서병철 YMCA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더니 3월 24일 직접 학교로 찾아왔다. 그 후 한동대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와 같이 협의를 해서 촛불기도회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규모도 훨씬 커졌다고 들었다.
행사 취지가 좋아서 포항 여러 기독교인들과 교섭을 시작했다. 포항시목사회, 포항시기독교연합회, 포항시성시화운동본부와 연결했다. 먼저 포항시의 40대 목사님들과 만나서 촛불시위도 시국기도회도 아닌 ‘촛불기도회’를 해보자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목사님들이 적극적으로 다른 기독교 조직들과 연결해보겠다고 했다. 다른 기독교 단체와 연결이 되어 생각보다 규모가 커져서, 27일로 계획되었던 기도회를 31일로 옮기게 되었다. 홍보는 잘 안됐지만 지역 언론에서 이번 기도회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처음 생각했던 기도회의 성격은.
성격은 잘 모르겠고. ‘모여서’ 기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벌어졌으니까 골방에서 기도하는 것도 좋지만, 빨리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또 광장에서 기도하는 것이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학생들의 참여는 어땠나.
▲(사진·정의홍 한동대학교 00학번)
실망스럽지만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교수나 학생 모두가 신문이나 TV를 너무 안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매스컴이 편향된 보도를 하지만 전황이 어떻게 되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고, 전쟁을 얼마나 상업주의적으로 다루고 있는가, 이 점에 대해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

기독법학자로서 이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나.
양쪽의 결정을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논리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자국의 국익이 아니라 세계를 테러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전쟁이든 아니든, 그런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라크는 무장해제를 제대로 실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라크의 주장도 들어보아야 한다. 전쟁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이라크가 유엔 결의 1441호를 어겼다고 주장하는 미국·영국의 주장이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을 중단하고 유엔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이 계속되면 양국의 감정이 상하게 되고, 정의고 평화고 다 떠나 서로를 파괴하는 전쟁이 되어버린다. 하루 빨리 전쟁을 중단하고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우리 나라 정부도 단순히 파병을 하느냐 마느냐에 시선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협상테이블을 안보리로 끌어올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휴전이 되더라도 다양한 선택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번 촛불기도회를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점과 향후 계획은.
개인적으로 이런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개인적인 일도 바쁘고 이런 모임 좋아하지 않는 학자니까. 그리고 학생들과 교수, 목사님들을 설득하느라 힘이 들었다. 아직 다음 촛불기도회에 대한 논의는 없다. 이제 공식적으로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잘해나가길 바란다.

이번 촛불기도회의 총평을 내린다면.
촛불기도회의 의미가 크게 왜곡되지 않고 전달된 것 같다. 350~400명 정도 모였다고 하는데, 흡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좋은 시작이다. 아쉬움은 많이 있지만 정치적인 의견을 내세우는 곳이 아니고 기도하러 모인 자리가 아닌가. 그리고 마음을 트고 대화하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또한 한동대 학생이나 교수들이 포항 사회의 공론의 장에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포항역을 밝힌 촛불. (사진·정의홍 한동대학교 00학번)


이호준 / 한동대학교 02학번 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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