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NCD 곧 '자연적교회성장론' 바람이 올해 들어선 목회자들 사이에 중요한 목회의 코드로 부각됐다. 특히 NCD 바람과 함께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가 따라다니고 있다. 'NCD 세계신기록'을 한국교회가 갈아치웠다는 것이다. 그것도 평균이 45점(100점 만점)에 불과한 한국교회에서 98.5점이란 경이적인 점수를 얻어 NCD 편에서 보면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교회"로 선정된 셈이다. 이 교회가 부산의 풍성한교회(김성곤 목사)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두 가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나는 도대체 어떤 교회일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다른 하나는 NCD가 의미하는 '건강한 교회'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그러니까 만점에 가까운 포인트를 얻을 정도라면 이 교회야말로 NCD가 지향하는 교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여겼다.

알콜중독으로 가정을 파탄에 빠지게 만들었던 남편이 예배에 참석하고 교회생활을 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미션스쿨에서 교사들과 '종교전쟁'까지 치렀던 젊은이가 "모든 세대를 통틀어 하나님을 가장 사랑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간증한다. 어느 교회에서나 들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풍성한교회 성도들에게도 이런 벅찬 감격이 있다.

예배를 비롯해 그들이 모이는 곳이면 으레 이런 간증들이 쏟아진다. 그들은 교회에서 가정에서 신자들과 또 불신자들과 식탁을 나누고 삶을 나눈다. 한 번 참석한 사람들은 그 모임의 매력에 이끌려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역시 다른 많은 교회들처럼 누군가에게 전도를 하고, 뜨겁게 기도를 하고, 찬송을 한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엔 사랑이 있고, 간절함이 있고, 감사가 있다. 억지로 함이나 부자연스러움이 없다. 몸에 배어서, 물 넘치듯 흘러나오는 행위다. 건강지수 '98.5'의 현장은 그야말로 사도행전에서 금방 뛰어 나온 것 같은 사람들의 공동체다.

풍성한교회는 1994년 5월에 설립됐다. 무엇보다 제자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펼쳐 가는 교회다. 다양한 연령층에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진 교인들을 양육해 하나의 비전에 이르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비전은 결코 몇 개의 프로그램을 조합해서 달성할 수 없다는 게 김성곤 목사의 생각이었다. 풍성한교회의 환경에 맞춰 교제도 직접 제작했다. 제자를 만드는 일은 단절된 프로그램이 아닌 연속성을 가진 프로세스 곧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세스가 지향하는 것은 재생산이다. 평신도가 평신도를 재생산하도록 모든 과정이 집중됐다.

1996년부터 시작한 '세계비전 제자대학'은 김 목사의 이런 생각을 집약해 만든 '제자 만들기' 2년 과정이다. 지금까지 모두 여섯 차례 신입생을 받았고 4년이 지난 지금 100여명의 제자들을 세울 수 있었다. 김 목사는 "생명을 걸고 온 정성을 쏟은 결과였다"고 말한다.

제자대학은 귀납적 성경공부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것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영적인 공유가 전제됐을 때 가능하며, 이렇게 되기까진 연역적인 학습방법이 오히려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제자대학은 처음부터 사역하는 일꾼을 만드는데 힘쓴다. 셀을 인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사역팀을 이끄는 훈련도 시킨다.

그러나 제자대학 역시 질적 변화를 수반할 내용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많은 프로그램들 가운데 하나로 전락되고 만다. 우리는 그런 사례를 수없이 경험했다. 그래서 제자대학이란 커리큘럼이나 학습이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본질적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는 그 본질적 내용이 하나님께로서 온 파워임을 잘 알고 있다. 이 말을 사람이 해야 할 게 없다는 차원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이 부분에 대한 김 목사의 이야기는 귀기울일 만하다.

"우리 교회를 지탱하는 두 골격은 예배와 양육이다. 빌 배켐이 말하는 '두 날개'인 셈이다. 제자양육과정에서 변화들이 수반되는 건 말씀과 성령의 능력이다. 만약 우리에게 노하우가 있다면 이 능력을 철저히 인정하는 것이다."

말씀에 대한 신뢰와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는 일이 노하우라니…. 그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노하우란 표현으로 구체화 할 수 있다는 건 분명히 충격이다. 보다 정직하게 목회현장을 보자. 말씀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성도들에게 존중되고 있으며, 성령의 능력을 구하는 기도 속에 성령에 반하는 '반성령'의 능력을 포기하려는 결단이 있는가. 교회성장의 욕망이 말씀에 대한 존중과 성령의 능력에 종속되어 왔을까? 교회의 성장이 아무리 거룩한 목적이라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말씀이 가르치는 바를 훼손하고 성령의 능력 아닌 또 다른 '파워'에 기대었다면, 그래서 설사 그 목적에 이를 수 있었다 할지라도 그것을 모든 교회가 따라야 할 '모델'로 접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 목사가 어렵게 꺼낸 그 '노하우'는, 어쩌면 우리가 이미 잃어버리거나 다락에서 먼지로 뒤덮여 있을 교회의 본질, 곧 사도행전이 가르치는 초대교회의 부흥원리에 닿아 있는 셈이다.


김성곤 목사의 "평신도 재발견"




▲ 김성곤 목사.
풍성한교회엔 세 명의 전도사가 있다. 이들 모두 평신도 상태에서 제자훈련을 받고 전임 사역자로 헌신했으며 신학교까지 간 경우다. 이들 외에도 6명의 전임 사역자들이 있으며 이들 역시 평신도로 사역하다 헌신했다. 또 많은 평신도들이 셀을 인도하고 '열린 셀'을 통해 불신자들에게까지 만남영역을 확장해간다.

김성곤 목사는 한 때 자신도 목사안수를 받지 않고 평신도로 남아서 헌신할 마음이 있었을 정도로 평신도를 보는 시각이 특별하다. 적어도 주님의 일을 하는데 있어선 목사안수를 받는 것이 그에게 무의미했던 것이다. 훈련받은 평신도, 그들이 건강하게 일하는 장이 필요하며, 교회가 무엇보다 그 역할을 할 때 건강해진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왜 NCD가 조사한 건강지수 측정에서 그렇게 높은 점수가 나왔을까, 김 목사는 그 대답 역시 사역하는 건강한 평신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다릅니다." 이 말을 하면서 김 목사의 어깨엔 처음으로 힘이 들어갔다. 뚜렷한 확신의 표현이었다.


취재 뒷얘기

풍성한교회는 많은 교회들 가운데 한 교회다. 그러나 전혀 다른 교회다. 300여명의 성도들은 단순히 숫자만으로 그 영향력을 측정하기 어려운 '강한 성도'들이다. 그들은 예배사역에서 이웃을 섬기는 일까지 나름의 사역분야를 가지고 있다. 단 2주만에 지금의 교회건물을 구입할 정도다.

필요중심적 전도, 영감 있는 예배, 하나되는 교제, 전인적 셀, 열정적인 영성, 변화되는 훈련, 열매맺는 전도…, 곧 교회가 지녀야 할 요소들을 골고루 확보한 균형 잡힌 교회인 셈이다. 게다가 NCD의 교회건강지수가 대교회가 아닌 풍성한교회에서 극치를 이뤘다는 점 또한 되씹어 볼 부분이다. 건강할 수 있는 교회의 규모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김 목사가 전통교회의 '모범적(?)' 신앙지도 속에서 자라났고, 친지목사들을 곁에서 보면서 "또 하나의 목사가 될 수 없다"고 다짐한 결과가 오늘의 풍성한교회로 이어졌다는 점 또한 쉽게 지나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나 간 길이 언제나 바른 길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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