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교단 내 많은 목사들이나 신학교수들조차도 교단 직영 고신대 총장과 관련된 이 사건을 보며 별로 놀라는 기색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현재 황 전임 총장은 총장직을 사임한 상태이다. 부산노회 전권위원회가 황 전 총장에 대한 목사 면직을 의결한 후 그가 총장직을 사임한 것은 그것이 압박으로 작용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다. 기독교 역사상 유례없는 비상식적인 일이 교단 내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그러므로 필자는 교단에 속한 목사로서 반성적 차원에서 사건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교단 직영대학의 총장에 대한 목사 면직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고신대학은 신학에서 출발했으며, 현재 많은 일반학과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목회자 양성기관인 신학대학원을 비롯한 전체 대학을 신학적으로 이끌어 가는 이들은 목사 교수들이다. 그러므로 고신대학이 다양한 학과들을 둔 일반 기독교 대학이기는 하나 전반적으로는 교단의 지원을 받는 신학대학의 성격을 지닌 대학이다. 신학대학의 총장은 총회장이나 노회장과는 달리 교단의 대표 교사로서의 직능을 가진다. 즉 총회장이나 노회장 등은 일년 단위의 행정적·정치적 봉사를 하는 직책인데 반해 고신대학 총장은 교단의 교사(교수)들 중 가장 막중한 위치에 있는 최고 권위를 가진 신학 교사이다. 만일 황 전 총장에게 목사 면직에 해당될 만큼 중요한 신학적 문제나 비리가 있다면, 충분한 사전 검증 없이 그를 교단 신학의 최고 권위자인 총장으로 임명한 교단에 문제가 있다.
둘째, 교단 직영대학 총장에 대한 목사 면직과 같은 중대 사안은 임시노회에서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목사 면직과 같은 중대한 인사 문제는 정기노회에서 다루어야 한다. 더구나 정기노회에서 전권위원회를 구성했으면 그에 대한 의결사항은 정기노회에서 다루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목사 면직에 관련된 문제는 단순히 표결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황 전임 총장의 목사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결의한 전권위원회와 41명의 부산노회 회원들의 의사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황 총장을 면직해야만 한다고 믿는 노회원들의 말을 결코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그들은 황 총장에게 목사 면직에 해당하는 심각한 신학 및 실제적 죄증이 있음을 알기에 그런 의사를 표명했을 것이다. 만일 황 전 총장에게 목사 면직에 해당될 만큼 심각한 신학적 문제가 있다면 노회가 어떤 결정을 했든지 간에 반성의 기미가 없는(기독교보 참조) 그는 더 이상 목사로서 자격이 없다. 그것은 가부간 표결 결과 때문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불건전한 신앙 인격과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그의 비리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셋째, 만일 전권위원회가 황 총장에 대한 면직 결정을 단순한 정치논리로 시도한 것이라면 전권위원회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보도(뉴스앤조이, 2003. 5. 25, 최재호 기자)에 의하면, 해당 노회의 일부 인사들은 '전임 황 총장 죽이기'를 시도했다. 그것도 불건전한 신학적 문제나 노회에서 논의할 만한 그런 비리 때문이 아니라 불의에 비협조적인 '괘씸죄' 때문이었다. 즉 황 총장이 교단 내 일부 인사들의 비리를 들추어내므로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그를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그런 행위는 코람데오를 부르짖으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교단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악행이다. 전임 황 총장은 임시노회 석상에서 "나로 인해 수억 원씩 재물 손실을 당한 이들에게 면목이 없고 깊이 사과(?)한다"는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는데(뉴스앤조이 기사 참조) 부산노회는 그에 대한 사실 여부를 엄정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만일 전임 황 총장의 공적인 그 말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 황 총장은 마땅히 징계를 받아야 하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전임 황 총장을 징계하자고 외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다시 조사해야 한다.
넷째, 기독교보에 의하면, 임시노회에서는 전임 황 총장의 목사직 박탈 여부를 두고 많은 논란을 거쳤다. 그래서 일부 회원들로부터 전권위원회의 보고안을 받지 말고 보류하여 재조사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임시노회는 전권위원회의 보고에 대해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해 투표한 결과 그 안이 부결되었다. 전임 황 총장에 대한 전권위원회의 보고가 부결되었으면 그것으로 사건은 일단 종료되어야 한다. 목사 면직을 의결한 보고건이 부결된 상태에서 동일회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재론하여 다른 전권위원회를 만든다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만일 다른 위원회를 구성하려면 '기존 사건을 다루었던 이전 전권위원회와 황 총장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전임 황 총장 때문에 수억 원씩 재산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황 총장이 어떻게 했길래 그들에게 거액의 재산적 손실을 입혔는지 밝혀야 한다. 만일 그것이 황 총장의 잘못이라면 그에게 재산 변제의 책임까지 물어야 할 것이다. 전권을 위임받은 위원회가 황 총장이 노회 앞에서 말한 그런 내용들을 고려하지 않고 노회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면 그것은 마땅히 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광호 목사. |
이광호 / 예장고신 실로암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