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대구부광교회(박노진 목사·대구 북구 태전동 608-12)가 신도시인 칠곡 지역에서 새 예배당 건축에 들어갔을 무렵이었다. 아파트 단지 옆에 큰 예배당이 들어선다는 소문을 들은 주민들은 일제히 건축반대운동에 나섰다. 어렵게 시작한 건축사역이 벽에 부딪치자 교인들은 기도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감정도 상하고 기세도 올랐지만 부딪쳐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그들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교회가 아닌가. 그러나 결국은 상처를 남긴 채 공사가 진행됐고, 작년에 이르러서야 입당할 수 있었다.

입당과 함께 부광교회는 예배당 공사를 막았던 주민들에게로 손을 폈다. 헌당예배가 있던 날엔 주민들 일부를 초청해 함께 과거를 잊고 좋은 관계를 맺자는 대화도 나눴다. 주민들과의 화해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올해 들어선 모든 교회행사들을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웠다. 특히 올 가을부터 성탄절까지는 아예 이런 행사들로 꽉 찼다.

학부모 초청 자녀교육세미나의 경우 인기가 좋아 두 차례나 열렸다. 황수관 박사를 초청해 열린 신바람 건강강연도 주민들이 교회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었다. 미국의 카핀주립대 흑인영가단 공연도 좋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간 동안은 외국인학교의 교장이 직접 강의하는 BBS 곧, 부광영어성경학교가 열리는데 이 시간에도 영어에 관심을 가진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기독인 문화인사가 대구를 들르면 그들이 부광교회에 와서 공연을 하고 발표를 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좋은 문화향수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접촉하는 게 교회의 중요한 사역이 됐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아예 부광교회에서의 공연을 요구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특히 대학이나 고등학교의 아마추어 연주가들에겐 더 없이 좋은 공연광장이 된다.

올 가을 행사의 절정은 역시 추수감사주일 행사였다. 주민들을 초청해서 함께 예배들 드리고 음악회를 열고 선물을 나눈 '생명줄축제'였다. 따지고 보면 전도집회의 또 다른 모습이지만 교인들이 오랫동안 섬겨오고 관심 가져온 이들을 초청한 행사여서 결실 또한 풍성했다. 누군가 한 말이 떠오른다. 한국교회의 전도문화가 불신자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무력해져버린 까닭은 거기 '생명을 향한 사랑'이 빠지고 오히려 '성장을 위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광교회 '생명줄축제'가 똑같은 전도집회를 치르면서도 뿌듯할 수 있는 까닭 역시 거기 이웃을 향한 성도들의 관심과 사랑이 동기가 됐기 때문이다.

부광교회 청년들은 매주 금요일 밤이면 교회가 위치한 강북지역의 파출소들을 돌면서 '사랑의 차 봉사'를 나간다. 이것 역시 지역을 섬기는 이들에 대한 교회로서의 감사표현이다. 동사무소나 파출소는 필요하면 교회버스를 쓴다. 그만큼 마음을 텄다는 얘기다. 목요일 밤은 6시부터 10시까지 '목요카페'가 생긴다. 지하 휴게실을 꾸며서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시간이다. 그들이 와서 차를 마시고, 다과를 나누고, 음악과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가족들이 함께 나와 웃음을 나누는 광경이 더없이 아름답다. 물론 무료공간이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부광교회는 지역 주민들의 문화공간이 된다. 이쯤되면 교회가 준비하는 행사가 모두 그들에게도 관심사로 다가간다. 바자회도 주민과 함께 할 수 있고, 북한선교의 밤이란 종교성 짙은 행사도 주민들이 관심 갖는 행사가 된다. 교회와 지역을 나누는 선이 희미해질 무렵 그들은 교회를 향해 '우리'란 용어를 쓴다. 그들에게 교회는 세습이나 하면서 여느 기업에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전락해버린 그런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들'이 된다. '생명줄축제' 행사에 초대된 주민들이 2400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나도 교회에 나오겠다"고 자원할 수 있었던 까닭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역언론들까지 부광교회를 소개하는 코드로 "주민에게 다가가는 교회"를 부각시킬 정도가 됐다. 건축과정에서 감정을 상했던 이웃들이기에 부광교회로선 더더욱 그런 '하나됨'이 반갑고 감격스럽다.


<취재 뒷 얘기>

부광교회 주보엔 출석인원을 계수한 숫자가 없다. 숫자가 기준이 된 성장주의로부터의 이탈이다. 부광교회의 신문 이름은 "칠곡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이다. 박노진 목사의 박사학위 논문 역시 지역에 대한 다양한 조사로부터 시작된다. 교회의 지역사회 섬김이 단순히 성장의 곁다리 노릇하지 않음을 말한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을 위한 행사와 공간이 두드러지고, 청년들이 교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넓다.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을 위한 축하보다 불합격한 학생들을 위한 위로의 말이 앞서고, 대학에 가지 않아 소외된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더욱 관심 갖도록 다그친다. 부광교회와 박노진 목사의 목회시각이 다분히 오늘보다 내일에 맞춰져 있음을 말하는 대목이다.

이런 밖으로의 힘은 내면의 건강함으로부터 나온다. 부광교회는 40일 특별새벽기도회 기간을 가지면서 성도들이 제각기 영적 체험을 할 정도로 '하나님과의 관계' 또한 밀착돼 있다. 박 목사는 이 기도문화를 부광교회의 힘이라 일컫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부목사들의 자율적이고 전문적인 사역감각 역시 부광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한 축이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 각 분야에서 그들은 자신의 사역을 전문화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단순히 교회사역에만 멈추지 않고 이를 지역교회와 학원 등으로 이끌고 나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팀플레이'를 통해 가능하다.




▲생명줄축제에 참여한 주민들.




▲ 생명줄축제에 온 이웃들 환영.







▲ 박노진목사.




▲ 생명줄축제의 감격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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