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성경대학교대학원제공사진)

에스라성경연구원(이사장 백정란)이 11월 16일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대학원대학교로 인가 받았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에스라성경연구원은 1997년 3월 에스라교회 부설 교육기관으로 개원해 현재 6기생이 교육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교육과정이 10개월이었다.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로 새롭게 출범하는 내년부터 교육과정을 2년으로 연장하고, 정원도 30명에서 학년 당 50명으로 늘어난다.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이하 에스라)의 특징은 성경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다. 2년 동안 성경 66권을 꼼꼼하게 연구하는 과정을 밟는다.

내년 초 초대 총장으로 취임하는 김북경 목사(영국 레딩한인교회)는 "기존 신학교는 성경신학뿐 아니라 조직신학·신학사·성서 원어 등 다양한 분야를 짧은 기간에 가르친다. 그러다 보니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배우고 졸업한다. 깊이 있는 성경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은 혼자 연구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실정이다. 에스라는 성경 연구가 취약한 한국의 신학교 풍토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에스라 학생들은 함께 연구하고 더불어 실천한다.

조직신학·언어 등 다른 학문의 도움 없이 성경 연구를 깊게 할 수 있을까? 에스라가 내놓은 대안은 신학석사(Th. M) 과정과 문학석사(MA) 과정을 구분하는 것. Th. M은 신학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고 있는 목회자들이 성경을 더 깊이 있게 연구하는 과정이다. MA는 평신도 지도자·선교단체 간사 등이 성경을 연구하는 과정이다. 조직신학과 언어 등 주변 학문은 방학과 오후 소그룹 활동을 통해 공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전임교수는 다섯 명이다. 모두 영국과 그리스 등 유럽에서 성경신학을 전공한 박사들이다. 2004년 초까지 전임교수 4명을 추가로 초빙하는 등 교원을 12명으로 늘려 전문성을 키워갈 계획이다. 김 총장 내정자는 "에스라는 복음주의 신앙을 분명히 지킨다. 그러나 학문은 자유롭게 펼쳐가야 한다. 에스라는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학문의 자유를 막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에스라에 들어가면 처음 1년은 반드시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한다. 에스라는 성경 연구를 통해 삶과 사역이 변화되기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공동 생활은 아침 6시에 시작한다. 말씀을 묵상하고 조별로 묵상 내용을 나누는데 1시간 30분을 투자한다. 오전에는 강의가 있고, 오후에는 개인 성경 연구와 다양한 세미나를 진행한다. 현재 교수 1인당 학생이 20명이 넘지 않아 학습 지도는 물론 상담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학교 당국이 내세운 또 하나의 장점.

▲학생들이 함께 식사준비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루에 한번씩은 식사 준비나 청소를 하는 등 공동 생활에 필요한 봉사를 하는 시간이 포함돼 있다. 백정란 이사장은 "공동 생활의 장점은 목회자들의 변화에서 잘 나타난다. 목회자들은 처음 권위적인 자세로 사람들을 대한다. 교회에서 섬김을 받는데 익숙해 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을 연구하고 공동 생활을 하면서 개인주의적 습관을 벗고 공동체적 영성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학원대학교로 인가 받아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목회자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에만 급급한 나머지 전문적인 성경 연구엔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 신학교의 풍토 속에서 에스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역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의 역사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정란 이사장이 현재 에스라가 들어서 있는 경기 고양시 고양동 일대 6000평의 부지를 사면서 한국교회를 위해 사용할 계획을 품었다. 이 부지 안에 조그만 집을 짖고 기도회를 열어왔다. 기도회에 참여했던 백정란 이사장을 비롯해 윤종하 총무(광야교회)와 이중수 목사(양무리교회) 등이 1993년 성경을 충실히 연구하는 학교를 세우자고 뜻을 모았다.

1994년 12월에는 이사회가 결성되고 이듬해 3월 정기 월요강좌를 개설했다. 같은 시기 건축을 시작해 1997년 3월 건평 1010평 규모의 에스라성경연구원을 개원했다. 윤종하 목사가 2000년 정년퇴임 할 때까지 원장을 맡았다. 설립시 대학원대학교 제도가 없어 교회 부설 교육기관으로 등록했다. 관계법에 따라 교육기간은 10월로 한정, 모집 인원도 30명으로 제한을 받았다.

2002년 현재 150여명의 목회자와 평신도 사역자를 배출했다. 올해 4월에는 학교법인 에스라성경학원을 설립했다. 11월 대학원대학교로 인가를 받아, 내년 2년 과정 50명을 모집한다.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의 초대 총장으로 김복경 목사를 내정했으며, 백정란 이사장를 비롯해 김정한 연세대 교수, 박남우 변호사, 민경동 산업은행 부장 등 9명이 이사회를 구성했다.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총장 김북경 목사

▲김북경 목사. ⓒ뉴스앤조이 주재일
김북경 목사(64)는 지금 영국 레딩한인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프란시스 쉐퍼의 사상을 공유하고 있는 국제장로교의 총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20여 년 동안의 영국 목회를 접고 내년 한국에 온다.

캐나다로 유학 할 때만 하더라도 그는 영문학에 심취한 젊은이였다. 그러나 그는 신앙의 눈을 뜨면서 로마로 건너가 신부들에게 교회사를 공부하는가 하면, 스위스 라브리공동체에서 쉐퍼 박사가 주장하는 기독교인의 사회 참여적인 공동체 생활을 살기도 했다. 목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바이블 칼리지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78년부터 2000년까지 런던한인교회에서 목회했다.

내년이면 65세로 목회를 은퇴하는 그에게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총장 자리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그는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가 성경 연구를 열린 마음으로 하고, 생활은 공동체적 영성을 추구하기를 소원한다. 그래서 자신도 학생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며 학생들의 영성 훈련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신학 연구는 열린 마음으로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적인 한국교회가 배격해왔던 성경해석 방법들의 장점도 제대로 공부해야만 성경을 균형 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신학교들 틈바구니에서 에스라가 내세울 점은 성경을 철저하고 자유롭게 연구하는 것과 깊은 경건 생활이다.

더불어 연구하고 생활하는 학문-실천 공동체를 지향하는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김북경 목사는 총장으로서 이러한 에스라의 학풍을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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