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 동등하게 참여하는 새터교회의 성찬식.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오래 전부터 가진 의문이 있다. 왜 성찬식에는 세례 교인만 참석하는 것일까? 모든 교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성찬식을 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안내를 하곤 한다. "교회 질서를 위해 세례를 받은 교인만 성찬식에 참여해 주십시오." 성경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세례 교인만 성찬에 참여하라는 말은 없는데 무슨 근거로 교회는 성찬을 제한하는 것일까? 워낙 어려서부터 듣던 말인지라 별 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던 이 문제를 새터교회에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서울 금천구 독산1동. 새터교회(박후임 목사·예장통합)가 자리잡은 곳이다. 주변의 공단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서 과거에는 이곳이 소위 '벌집' 혹은 '닭장'이라고 불리는 작은 집들이 밀집된 지역이었다. 방 하나에 부엌이 딸리고 공동 화장실을 쓰는 구조를 가진 집을 사람들은 벌집이라고 불렀다. 마치 벌집처럼 조그만 방에 다닥다닥 붙어서 사는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이제는 세월이 흘러 벌집을 차지하고 있던 공장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외국인노동자들로 바뀌었다. 골목마다 가득한 중국어 간판과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외국어가 달라진 동네 분위기를 대변한다.

▲새터교회 전경.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꼬불꼬불 골목을 가로질러 새터교회에 도착했다. 아담한 3층 건물. 교회 간판은 보이는데 건물 바깥에 그 흔한 네온 십자가 하나 없다. 예배 장소인 지하실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모여 앉아 찬양을 하고 있다. 지하의 아늑한 예배실 안에는 묘한 생동감이 넘쳐난다. 높은 강대상과 커다란 십자가가 없다는 것 외에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는 모습인데 어디에서 이런 기운이 나오는 것일까? 가만히 살펴보니 새터교회가 여느 교회와 다른 점이 눈에 띤다. 다른 교회 예배보다 유난히 많은 아이들이 바로 그것.

▲둥그렇게 모여 앉아 성찬을 준비하는 새터교회 식구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새터교회에서 드리는 주일예배의 주체는 어른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예배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성찬에도 어른과 동일하게 참여한다. 교독문 낭송도 사회자, 어른, 아이들이 함께 돌아가며 한다. 커다란 유리벽으로 일체의 소음을 방지한 모자실 안에서 어머니 등에 업혀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보는 것에 익숙한 나로서는, 예배당 바닥을 제집인양 기어다니는 아기를 보는 것이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함께 찬양하는 경건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강대상은 완전히 아이들 차지다.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한 꼬마는 결국 강대상 대용인 책상 위로 올라가 춤을 춘다. 강대상에 아이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어른들의 반응도 이채롭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흐뭇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본다. 박후임 목사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며 찬양을 한다. 아이들이 떠들면 경건한 예배 분위기가 망가진다는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새터교회에는 엄숙하고 조용한 경건과는 다른 어떤 것이 넘쳐난다.

▲강대상 위를 점령한 꼬마.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아이들과 어른을 차별하지 않고 드리는 예배 분위기는 말씀 시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는 자리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이 괴로운지 아까부터 몸을 뒤튼다. 하지만 박 목사가 설교 도중 질문을 하자 눈을 반짝거리며 대답을 한다. 박 목사의 설교는 강의가 아닌 묵상이 중심에 놓인다. 성경 본문을 사회자, 어른, 아이들과 교독한 후 각자 이를 각자 묵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묵상이 끝나면 짧은 질의·응답과 해석이 이어진다.

설교에 이어진 성찬 시간. 박후임 목사는 "다섯 가지 곡식이 오곡떡으로 만들어져 우리 눈에는 하나로 보이듯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도 각각 다르게 보이지만 하나님 안에서 하나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모인 사람들에게 이 떡이 만들어지기까지 누가 수고 했을까 생각해보자는 제안을 한다. 농부, 물, 불, 태양…. 온갖 것이 답으로 나온다. 듣고 있던 개구쟁이 녀석이 '떡집 아저씨'라는 대답을 내놓자 예배실은 금세 웃음바다가 된다.

어설프게 잘라 놓은 카스테라와 어색한 잔에 담긴 포도주 대신에 성찬상에 오른 것은 두툼한 오곡떡과 오곡을 넣고 끓인 오곡물. 둥그렇게 모여 앉은 교인들 사이로 자그마한 반상에 담긴 성찬상이 오간다. 떡 한 덩이와 오곡물 한 사발을 돌려가며 서로 먹여주는 것이 새터교회가 성찬식을 하는 방법이다. 원 중간 중간에 앉은 아이들에게 떡을 나누어주는 어른들의 모습, 어른에게 오곡물을 먹여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지하기 그지없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갓난아이도 엄마에게 떡을 받아먹는다.

예수님은 아이들이 옆에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셨으며 어린 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는 말을 하셨다. 단지 시끄럽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예배에서 배제하는 한국교회가 새터교회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새터교회는?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새터교회의 역사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어린이집과 기독여민회(기여민·회장 정태효 목사)다. 가난한 여성들과 함께 하는 교회를 세운다는 목표를 가지고 준비를 하던 기여민은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탁아소라는 결론을 내리고 교회보다 먼저 어린이집의 문을 열었다. 1987년 3월 새터어린이방이 처음으로 세워지고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의해 1989년 11월 새터교회 창립예배를 드렸다.

처음에는 3살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유아 탁아를 하던 것이 89년에는 공부방·영아방으로 확장되었다. 1996년부터 시작한 지역 주민을 위한 바자회는 주민들의 높은 호응으로 결국 올해 6월에는 상설 재활용매장인 녹색가게를 개장했다. 현재 박후임 목사와 안지성·한선영 전도사가 공동 목회를 하고 있으며, 생후 2개월부터 만 5세까지의 아동을 위한 '새터 어린이집', 공단 지역의 저소득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초등학생들을 위한 '새터 어린이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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