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인간 활동의 무대, 살기 위한 기계, 언어, 응고된 음악 등 다양한 표현으로 설명된다. 이는 건축이 인간의 정서와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물론 대부분의 교회들도 교회당 건물을 단지 교회의 다양한 활동을 담는 단순한 그릇 정도로만 생각해 왔고, 따라서 얼마나 큰 공간을 얼마나 싸게 지을 것인가에 주로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는 건축이 경제성과 규모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삶의 환경으로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간과한 것이다.

먼저, 삼풍 사건을 비롯한 많은 건축물의 재해는 건축물의 구조의 안전성 여부가 우리에게 재산의 피해는 물론 수많은 인명까지 빼앗아 감을 심각하게 깨우쳐 준다. 지은 지 1년도 안되어서 여기저기 누수가 되고 금이 가며, 누전이 되고 몇 십년 된 건물처럼 노후화한 건물은 우리의 활동을 여러 가지로 제약하며, 건물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하나하나의 건물들이 잘 디자인되지 못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까닭에 우리의 도시는 잡다하고 누더기 같은 모습으로 무질서해 보인다. 도시만이 아니라, 자연 속에 지어진 잘못 디자인된 수많은 건물들이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창조하신 그 자연의 경관을 망치는 모습을 우리는 흔히 본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건축이 인간에게 미치는 가장 기본적인 영향일 뿐, 건축은 그 이상의 중요성을 가진다. 건축은 그 건물을 무대로 이루어지는 활동들의 의미와 성격을 세상에 알리고, 문화예술적 가치로서 인간의 정서를 고양시키며, 후세에 선조들의 역사의 증거로서 봉사해야 한다. 이는 공공건축물일수록 더욱 그러하며, 하물며 교회 건축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며, 그 분이 다시 오실 그날까지 세상을 향하여 복음을 전하고 세상을 섬기기 위해 이 땅에 존재하는 하나님의 집이다. 따라서 교회는 이 땅 위에서 교회가 존재하는 그 이유와 교회가 감당하는 사역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이처럼 교회가 자신을 알리는 여러 가지 수단 중에 교회당 건축은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건축은 시각적으로 강력한 언어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건물은 한번 지어지면 반영구적으로 존재한다. 현대건축물이 그 구조재료 때문에 과거의 건축물들처럼 수백년 또는 수천년을 지탱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100년 이상의 긴 세월동안 존재한다. 이 건물이 바로 교회활동의 근거지요 환경이 되어 우리에게 너무나도 가까이 그리고 강제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러한 교회당 건물이 기독교와 목회의 비전을 세상에 알리는 상징물이 되고, 그 활동을 위한 좋은 환경이 되어 교회의 사역을 돕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 그 시대의 기독교 문화는 주로 기독교인들의 삶의 현장인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그들의 교회 안에서의 일상적인 활동 속에서 나타나지만, 그들의 신앙을 표현하는 다양한 예술로서 표현되기도 한다. 교회건축은 교회음악이나 교회미술 등과 함께 중요한 교회예술의 한 장르다. 더욱이 다른 예술이 선택적이라면, 건축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강제성을 가지고 있어서 기독교 문화예술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건축의 공간은 그 효율성과 쾌적성에서 교회의 활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 감동을 줌으로써 건축을 진정한 예술로 승화시킨다.

교회건축은 이렇듯 세상의 다른 여러 목적의 건물들보다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나라의 교회들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교회건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