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기자회견 형식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이화여대 총학생회(www.praxis.zoa.to)가 일부 네티즌으로부터 사이버테러를 당했다.
 
29일 이화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28일 낮 12시부터 8시간여 동안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욕설 등을 포함한 항의성 글 2,000여 개가 올라와 사이트 접속이 느려졌다는 것. 총학생회는 총학 자유게시판에 도배하듯이 글을 올린 네티즌 중 일부 네티즌은 "이대생은 다리나 벌려라" "나 어제 이대생과 잤다"는 등 성폭력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총학생회가 28일 오후 8시께 자유게시판을 폐쇄하자 로그인을 해야 글을 올릴 수 있는 이대 커뮤니티 사이트 '이화이언'(www.ewhaian.com)을 해킹하고 비난성 글을 계속 올리는 등 사이버테러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테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몇몇 재학생들의 신상이 인터넷 상에 공개되기도 했다.

총학생회는 "이번 사이버테러는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의도된 일이라"며 "28일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학생회가 이번 사이버테러를 의도된 일로 보는 근거는 DCinside(www.dcinside.com)게시판에 '이화이언'을 공격하겠다는 글이 올라갔다는 것.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는 10월 1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이버테러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문제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 군대 문제를 말했다는 것 때문에 발생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사이버성폭력이 여성들의 인터넷 접근도를 떨어뜨려 인터넷 여론을 남성중심적으로 만드는 만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이화여대 총학생회 성명서 >

   이화여대 관련 홈페이지 사이버 테러에 관련한 입장

지금까지 여성은 군대에 대해 침묵하기를 강요당해왔다. 군대가 전쟁을 막아준다는 허구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신념에는 상관없이 젊은 남성들이 강제징병되고 있을 때, 징병된 군인들이 인권을 유린당하며 군사훈련을 받을 때는 물론이고 군대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나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지지를 받고 있을 때도 여성은 침묵하기를 요구받았다.

하지만 지난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밝혔듯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나가야 하는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들 역시 성폭력, 기아 등에 노출되어 갖가지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이다. 오히려 전쟁시 주체로 나설 수 없기 때문에 무기력하게 죽어갈 수 밖에 없다. 군대는 절대 전쟁을 막아줄 수 없다. 오히려 일상적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군사주의 문화가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 사회를 견고하게 뒷받침해주고 있으며 여성이 군대에 갔다오지 않는다는 것은 신체건강한 '정상적인 남성'과는 달리 '이류인간'으로 취급받으며 억압과 착취를 정당화하는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시 여성은 폭력으로 다루어지며 전쟁이 여성에게 의미하는 것은 강간이다 라는 말은 전쟁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징병제는 전시체제를 일상화함으로써 일상 속에서 여성들에게 성폭력, 성매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수자의 관점에서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떠나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위해 싸워온 여성들은 남성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하나의 기제인 군대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문제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남성들의 신념에는 상관없이 강제 징집되는 것과 군대 내 인권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성들은 이에 대한 강한 지지와 연대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군대 자체가 얼마나 여성에게 피해를 주는지를 천착하고 더 넓은 의미에서 여성들은 군대, 혹은 군사주의 문화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화의 이름으로,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하며 한국사회 징병제를 폐지해나가기 위한 노력들을 해 나갈 것이다. 또한 현재 전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실현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가장 앞장서서 실천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있고 이틀이 지난 직후인 9월 28일 낮 12시를 기해 이화여대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이에 대한 반박글들이 대거 게시되기 시작했고, 수천개의 글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는 요즘 유행하는 '아햏햏체'를 쓰는 '햏자'들로 이화여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지지한다는 것에 대해 반박하여 집단적으로 사이버 테러를 가함으로써 이화인들을 공격하고 사이트를 다운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 글들의 대부분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문제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는 여성들이 군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 자체에 대한 반박으로 보여진다.  

가령, 이화여대 총학생회 홈페이지 대신 '이제 양심에 따른 대체복무제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 게시판에 테러를 가하자'는 제안에 '그곳은 아니다' 라고 반대하는 모습에서도 여실히 볼 수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홈페이지나 이화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이화이언에 테러를 가하자는 이들의 속성에서 우리는 여실히 이러한 작태를 볼 수 있다. 사실 군대에 대한 문제제기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실제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의 경우 수많은 대학에서 함께 그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 총학생회에서는 이미 전학대회에서 이 결의문이 통과되었으며, 연세대에서는 이것을 지지하는 예비역들의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숭실대의 한 예비역의 경우, 훈련장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유독 이화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화여대 총학생회 홈페이지나 이화이언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아햏햏체를 사용한 의도적 도배를 넘어서 사이버 성폭력까지 동시에 자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화인은 다리나 벌려라' '이화인은 다 걸레다' '나 어제 이대생이랑 잤다'는 등 이화인 전체를 상대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게 하는 성폭력적 발언뿐 아니라 이화이언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는 이화인들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유발하였다. 또 이화여대에 대한 양가적인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잘난 척하고 외모에나 신경쓰는 여성들'이라며 이화인들 전체에 대한 일방적 비하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이화라는 공간이 여성들만의 공간이며 여성들만의 공간 속에서 불거져 나온 군대에 대한 담론들을 논리와는 무관하게 여성, 혹은 여성들의 공간에 대해 반박하고 나서는 마초들의 행태로 보여지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 성폭력이 이제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이버 테러 혹은 사이버 시위 자체가 인터넷을 활용한 정당한 의사표현이라 할 지라도 그것이 성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비방으로 흐른다면 분명 문제시된다. 사이버 성폭력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향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게 하고 이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 여성들의 인터넷 접근도를 떨어뜨리며 인터넷 여론을 남성중심적으로 구성하게 만든다. 특히 익명성을 담보로 한 이러한 행태들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근절해야한다는 것이 이화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이화에서는 집단적 사이버 테러에 대한 강력한 조치로 사이버 수사대에 고발한 상태이며 이 중에서도 사이버 성폭력으로 보여지는 욕설을 게시한 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징병제, 군대 그리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에 대한 담론들 속에 여성이 배제되는 것을 그리고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나서는 여성들에게 무차별적 테러를 자행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성주의자는 평화주의자이다. 평화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여성이 본래적으로 그렇게 태어났거나 길들여졌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실천들을 벌여나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여성이 만들어 내는 적극적 평화개념이란 단순히 군대에 의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한시적 평화가 아니라 군대의 존재로 인해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는 일상적 전시체제까지도 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화인들은 이와 같은 일관된 주장을 끝까지 펼쳐나갈 것이며 이화와 함께 하는 모든 단체들과 함차게 연대하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가장 주체적으로 벌여낼 것이고 징병제, 군대에 대해서도 점차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나갈 것이다. 또한 이러한 우리의 실천들을 가로막는 어떤 탄압에도 당당히 맞서 싸워 나갈 것이다.

       2002년 10월1일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지지하는 단위
이화여자대학교 법대 학생회, 이화여자대학교 인문대 단대운영위원회, 이화여자대학교 인문대 학생회, 이화여자대학교 여성위원회, 이화여자대학교 레즈비언 인권운동 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자', 여성해방연대, 장애여성공감, 대학내여성주의자연대(경희대 총여학생회, 항공대 여성학회, 국민대 여성학회 '페마레', 전여대협,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여학생회, 중앙대 흑석캠퍼스 총여학생회), 전학협 여성위원회,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 서울여대 총학생회,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관악여성주의자연대모임, 성균관대 페미니즘 교지 '정정헌', 국민대 여성학회 '페마레', 성공회대 총학생회 여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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