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총회는 그들만의 축제가 되고 회원들은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다. 다중이 모인 자리이며 시일이 촉박하며 전문성과 토론 문화의 부재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가장 뼈아픈 한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총회 소속된 목사와 장로라면 누구나 총회 일과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감히 못 거드는 장벽이 있다. 참여 정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아무나 정치 하나? 돈이 있어야 하고 빽이 있어야지?" 보통 사람하고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고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교계 정치라면 이는 성역을 의미한다.

요즘 'PD 수첩'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유의 프로를 보면 "아직도 남아 있는 성역을 깨기 위하여" 낮뜨거운 현장도 폭로하고 있다.

  가장 개혁이 되지 않는 곳이 종교계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철밥통이 엄존하는 곳이 또한 거기가 아닌가? 왜 참신하고 소신을 가진 신진 인사들이 등용되지 못하고 있는가? 예장합동의 경우 얼마나 많은 인재가 기다리고 있는가? 겪어보면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지역협의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각종 지역협의회가 시퍼렇게 살아 있다. 여기에서 추천을 받으려면 상당한 공로가 있거나, 꾸준히 경력을 쌓으며, 무엇보다 찬조금 형식의 공덕을 쌓아야 한다. 찬조금의 규모는 결코 찬조의 차원이 아니다.

  둘째는 돈 봉투를 잘 받고 잘 주어야 한다. 필자가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먼길을 달려가 만나 부탁을 드렸더니, 뒤에 들리는 말은 실망 천만이다. "누가 요즘 밥 못먹는 사람 있나?" 즉 돈 봉투 없는 부탁을 '부도'라는 말이다. 선배께서 충고하시기를, "돈 안쓰면 떨어진다." 떨어지려면 왜 나오느냐는 것이다.

  나왔으면 여하한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붙어야 한다. 주의 종 대접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몇 장 왜 못쓰느냐고 채근도 들어보았다. 그러나 돈은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목사의 돈은 자기 돈이 아니다. 차라리 몸을 팔아 벌었다면 떳떳할 것이다. 이 때를 위하여 유산을 챙기고 처가집 덕이라도 보아야 하는가? 부유한 교인들에게 읍소해야 하는가?

  목사는 정치가가 아니다. 목회자이다. 영혼을 사랑하고 양무리의 본이 되어야 하는 목자이다. 정치를 하되 그 범주를 벗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원칙론을 지지하고, 참여 속의 개혁을 주창하는 소리는 많으나 행동하는 양심은 희귀하다. 회원된 자신에게 주어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바르게 행사하지 못하는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장 복음화 되지 못한 곳이 교정이 아닌가요.

글쓴이는 예장합동 대길교회 목사로 남서울노회 현직노회장이며,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와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선교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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