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를 꿈꾼다> / 김형국 지음 / 포이에마 펴냄 / 300쪽 / 1만 2000원
유대인만의 견고한 벽을 뛰어넘은 첫 번째 교회이자 지난 2000년 동안 교회의 존재 양식을 규정할 수 있는 원형적 교회가 된 안디옥교회, 그 모델은 우리 시대에도 실현 가능한 모델인가? 교회의 시작과 성장, 하나의 공동체, 세상에 대한 영향력, 그리고 역사에 남긴 의미 등 특별했던 안디옥교회를 설계도 삼아 지어져 가고 있는 나들목교회의 정체성과 핵심 가치를 담은 책 <교회를 꿈꾼다> 출간에 즈음하여 까칠한 벽수 씨가 대표목사에게 단도직입적 질문을 던졌다!

1. 최근에 '신앙과 성품이 두루 훌륭한' 식구로부터 '네모 왕자'라는 고급스러운 별명을 증여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소감을 한 마디 들려주시죠. 얼마나 기쁘세요.

그분은 저로 하여금 정말 '신앙과 성품을 두루 갖추게' 해 주는 형제지요.^^ 형제가 붙여 준 별명이 뭐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제 얼굴은 결코 네모에 가깝지 않고 또 이미지도 네모보다는 타원형에 가까울 것 같은데···. 거기에 '왕자'라는 단어는 왕자병이 생각나서 마음에 들지 않고···. 그래도 별명이란 보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붙여 주는 것이고 자신 스스로 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유쾌함으로 받아들여야겠지요?

2. 일주일에 몇 번씩 설교해야지, 직접 그 메시지를 살아 내려고 노력해야지, 수시로 말썽을 피우는 어린 식구들까지 끌어안고 가야지···목회라는 수렁에 빠진 걸 후회하시죠? 저만 알고 있을 테니, 솔직히 털어놔 보세요.

목회가 바로 그런 것이라는 걸 모르고 시작하면 수렁이 맞지요. 그렇지만 목회의 본질이 사람과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했다면, 그 수렁은 연꽃이 피어나게 하는 수렁이지요. 너무 불교적 이미지인가요? (웃음) 목회는 사람이 변화되는 것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지요. 물론 성도들도 이 목양을 할 수 있으니, 그런 면에서는 저와 같은 축복을 누릴 수 있어요. 제게 한 가지 더 축복을 덧붙인다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성도들을 준비시킨다는 것이지요. 나들목 공동체를 통해 우리 목자들과 함께 이 기쁨을 누리고 있어서, 저나 목자들이나 다 알고 수렁에 빠졌지만, 연꽃을 피워 내려고 애쓰고 있지요.

3. 책에 이렇게 쓰셨더군요. "(안디옥교회 교인들은) 서로 나눠 주고, 서로 필요한 것을 채워 주고, 함께 모여서 떡을 떼고, 함께 교제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함께 사는 법, 함께 사랑하는 법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설마, 21세기에도 이게 가능하시리라고 보는 건 아니시죠.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본주의(資本主義) 사회에서 쉽지 않지요. 그러나 목자들이 진정으로 공동체를 세워 가는 꿈을 품기 시작하면 다양한 모습으로 이런 공동체를 세워 나갈 수 있습니다. 나들목 공동체에 이런 꿈을 품은 목자가 100명이 넘으니, 이런 공동체가 점점 세워져 나가지 않겠습니까? 우리 나들목은 도시라는 맥락 속에서 공동체는 어떤 모양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실험할 것입니다. 10년이 조금 넘은 교회로서 지금도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21세기에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성경을 더 이상 읽지 말아야지요.^^

4. 믿음이 자꾸 흔들린다 싶으면 1년 동안 벽돌을 쌓는 심정으로 기초를 다져 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저도 해 봐서 아는데' 365일은 너무 길지 않은가요? 금식을 하거나 소나무 뿌리가 뽑힐 때까지 기도하는 방식으로 그 기간을 단축했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영성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법이 없습니다. 아니, 세상에 어떤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다는 말입니까? 벽수 씨는 번역가로서도 유명하신데, 영어 번역하는 일이 1년 정도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된 일입니까? 어릴 때 화장실 가는 연습부터 직장 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두 오랜 기간 학습하고 훈련해서 되는 것입니다. 물론 가끔씩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급진적인 '점프'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어떤 방법이나 기술 때문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하나님이 주시는 전적 은혜 때문이지요. 아, 그리고 저는 "저도 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웃음)

▲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는 앞으로의 10년을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했다. (사진 제공 박진희)
5. '삶의 원리와 상황을 아는 지도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깨닫고 행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더군요. 누구나 그래야 한다는 뜻은 아니겠죠? 그런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신학교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만.

나들목에서는 영적인 부모를 두 종류로 나눠요. 사역자와 지도자. 사역자는 하나님나라 공동체를 '세우는 사람'이고, 지도자는 좀 북쪽 냄새가 나서 다른 단어를 찾다가 그냥 쓰기는 하는데, 하나님나라 공동체를 '이끄는 사람'입니다. 세우는 것과 달리 이끌기 위해서는 시대와 상황을 읽는 지식과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나들목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사역자까지 성숙할 수 있지만, 지도자는 더 많은 훈련과 은사가 필요하다고 보아서 모두 다 지도자에 이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역자와 지도자를 교회가 꾸준히 배출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6. 똑같은 크리스천이라고 해도, 동에서 서가 먼 것같이 생각이 완전히 다른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죄다 성령 충만했던 안디옥교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요. 그런 이들까지 껴안고 하나님나라를 향해 가야 하는 건가요.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 책에서 이야기했듯이, 안디옥교회 구성원은 정말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과 다른 이들을 껴안은 것이 아니라, 주님에 의해서 껴안아진 것입니다. 예수 안에서 하나 되는 것이 안디옥교회의 특징이지요. 그러니 자신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면, 어찌 나와 다르다고 다른 사람을 그리스도 밖으로 몰아내겠습니까? 그러다가는 자기가 그리스도 밖으로 내 몰릴걸요? (웃음)

7. 21세기 판 사도행전을 낸다면, "2000년대에 이르러 한국의 크리스천들이 비로소 '개독교인'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고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속상한 건 부분적으로는 그런 소릴 들어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이렇게 교회의 뿌리를 상하게 만든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아, 그 이야기는 책 한 권을 써도 부족할 겁니다. 여기서는 간단히 말씀드리지요. 두 가지를 제대로 못 했다고 봅니다. 성경을 정말 제대로 믿고 공부하지 않은 것이 그 하나이고요, 우리가 신앙을 살아 내야 할 세상에 대해서 무지한 것이 또 하나입니다. 저는 교회를 개혁하려고 하는 분들도 예수께서 가르치시고 바울이 꿈꾸었던 교회에 대해서는 잘 모른 채 민주적인 교회를 세운다고 할 때, 참 안타깝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교회를 먼저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교회를 꿈꾼다>가 안디옥교회 케이스 스터디라고 생각하는데, 한국교회가 안디옥교회를 오늘날 교회의 전형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더불어 세상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급변하고 있는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 무지하면, 우리 자신의 삶뿐 아니라 세상에 내놓는 대안과 세상에 대한 반응도 문제를 일으키기 딱 좋지요. '문제가 있는 자기 확신'과 '문제가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가 바로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지요. 이런 문제를 극복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다시 '크리스티아노스'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8. 그럴 리가 없겠지만, 아직도 무언가 꿈꾸는 일이 있으신가요? 목사님처럼 고령에 이르러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아서요.

50대 중반에도 못 이른 사람에게 50대 문턱에 갓 올라선 분이 질문하는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하겠네요. (웃음) 꿈이 있지요. 꿈을 잃으면 늙는 겁니다. 아마 그리스도인들은 죽을 때까지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안디옥교회를 세운 사람들이 바로 그런 꿈을 꾸었지요. 저는 지난 10년 동안 교회를 꿈꾸었습니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교회가 현대 사회 속에서 가능한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 신앙의 중요한 축이 무너져 버리는 것이지요.
 
현실에서는 안 되고 성경에서만 된다면 우리 신앙은 도대체 무엇이겠습니까? 그래서 10년 정도 나들목교회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제 지금 결론은 '됩니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10년은 이렇게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분들을 돕고 싶습니다. 나들목에서 연구하고 실험한 것들을 조심스럽게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아마도 나들목교회는 교회 개척을 계속해서 해 나갈 것입니다. 이미 두 개의 교회를 개척했고 또 하나의 교회를 준비하고 있지요. 저는 200~300명 규모의 건강한 교회 10개 정도는 은퇴하기 전에 세웠으면 좋겠다고 꿈꾸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교회들이 복음의 재생산을 통해 하나님나라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해내서, 하나님나라 공동체 운동이 이뤄질 것입니다. 그런데 벽수 씨, 벽수 씨는 언제 새로운 교회 개척 멤버로 신설동에 있는 나들목을 떠날 생각이세요? 그 전에 목자가 먼저 되셔야 할 텐데, 내년쯤에는 목자 벽수 씨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요? (웃음)

나벽수 / <벽수 씨의 교회원정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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