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가정의 달을 맞아 '교회와 부부의 성'을 주제로 연재합니다. 5월 15일 기사를 시작으로 총 4회에 걸쳐 성에 대한 이야기를 싣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 오륜교회는 교회 사역으로 지친 사모들을 위로하는 자리인 '사모 Rejoice 2012'를 개최했다. 행사 둘째 날 저녁 강의는 성교육이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성을 가르치는 교회는 손을 들어보세요."

자리에 앉은 760여 명 모두 침묵했다. 지난 5월 15일 서울 강동 오륜교회(김은호 목사)에서 열린 '사모 Rejoice 2012'의 강의 시간이었다. '부부 친밀감'을 주제로 한 강의는 전체 2박 3일 일정 중 둘째 날 저녁에 열렸다. 다른 일정 탓에 피곤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참석자들 열기는 뜨거웠다. 즐거운 웃음소리와 깨달음의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사모들이 가장 크게 웃은 대목은 강사 이희범 목사(지구촌가정훈련원)가 성에 대한 무지로 생긴 부부 갈등을 재연할 때였다. 원만하지 못한 성생활로 사소한 것에도 짜증을 내는 남편과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사모의 대화에 참석자들은 "맞아 맞아"를 외치며 웃었다.

▲ 이희범 목사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부부 성생활의 중요성을 강의했다. 그는 인간이 타고난 성적 욕구와 성기의 특성까지 알려 주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성욕과 성기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쾌락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규칙적인 부부 성관계는 건강에도 좋다고 설명해 주었다. 한 사모는 강의 도중 "나이 칠십인데 (이제 알아서) 억울해!" 하고 외치기도 했다. 이 목사는 "괜찮아요. 지금부터 열심히 하세요" 하고 웃으며 받았다.

세미나는 배정된 한 시간 반을 넘겨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의를 듣고 나오는 참석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송유선 씨는 "처음에는 생소하고 좀 민망했다. 하지만 들으면서 내가 성을 잘 몰랐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우리 교회에도 건강한 성을 알려 주고 싶다"고 했다. 황옥자 씨는 "새로웠다. 성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참석자들도 "성을 성경적으로 이야기하니 좋다", "유익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회 내 성교육은 '사모 Rejoice 2012'와 같이 주로 가정 사역자들의 강의와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14년째 부부 상담과 훈련을 한 지구촌가정훈련원은 매년 100~150가정을 교육했다. 최근에는 교회 프로그램과 같이하는 경우가 늘었다. 하늘비전교회, 신공항교회 등도 얼마 전 성 세미나를 열었다. 훈련원 수료생은 줄었지만 교회에서 성교육을 받는 교인 수는 늘고 있는 셈이다.

훈련 반응은 대체로 좋다. 지구촌가정훈련원 우영석 사무총장은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교육 덕분에 부부 관계가 개선됐다고들 한다"고 했다. 훈련생 100명 중 3~4명 정도는 거부감을 보이지만 대부분 성교육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우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교회 차원에서 성교육 하는 곳도 있다. 지구촌교회, 온누리교회, 주안장로교회는 직접 가정 사역 프로그램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프로그램에는 부부 성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오륜교회도 4년 전부터 가정 사역을 시작했다. 부부의 성은 정식 과정에는 없지만 필요에 따라 가르친다.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는 조만간 성을 주제로 설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교인들을 상대로 성에 대해 궁금한 점을 설문 조사했다. 김형국 목사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9월부터 건강한 성을 가르친다.

▲ 교회나 기독교 단체가 하는 성교육을 받은 교인들은 교육에 만족하는 편이다. 기존에 몰랐던 부분을 알려 주고 잘못된 성 의식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 '사모 Rejoice 2012' 참석자들이 부부의 성을 주제로 한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더딘 속도지만 성교육이 나름 확산되고 있음에도 아쉬워하는 이도 있다. 일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가정 사역이 이루어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교육이 부족하다는 게 가정사역자들 주장이다. 이희범 목사는 "한국교회 교인 중 성교육을 받거나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교인 수는 여전히 미미하다. 전체 교인을 100명으로 봤을 때 교육 기회가 닿는 이들은 1명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목사는 "강의 현장에서 느끼는 성 의식 수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교회가 성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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