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가정의 달을 맞아 '교회와 부부의 성'을 주제로 연재합니다. 5월 15일 기사를 시작으로 총 4회에 걸쳐 성에 대한 이야기를 싣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 한국교회에서 성을 자유롭게 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성 담론이 거의 없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정동섭 교수는 2005년 아가서를 부부 성생활을 위한 지침으로 소개한 <하나 되는 기쁨>(좌)에 추천사를 써 교계로부터 음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단 시비로 홍역을 앓았지만, 정 교수는 최근 한국교회의 성 의식 건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부부 연합의 축복>(우)을 출간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이번에도 성경을 성애적으로 왜곡했다며 비난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금기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교회에서 성을 말하는 것이 그렇다. 교회가 성을 배제하자 교인들 사이에 금욕주의가 일반적인 경향이 됐다. 양승훈 교수(캐나다밴쿠버세계관대학원대학교)는 성 담론이 거의 없는 교회 현실에서 그리스도인 부부가 하나님이 창조한 성을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05년 <하나 되는 기쁨>(예영커뮤니케이션)을 썼다.

양 교수는 부부들이 인간의 육체와 성에 대해 영지주의적이고 이원론적인 생각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리고 책 출간으로 많은 부부가 실제로 도움을 받았다고도 했다. 가정사역자 정동섭 교수(가족관계연구소)도 '성경적 관점에서 성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현대인을 위한 아가서'라는 추천사로 양 교수의 논리에 힘을 보탰다.

별다른 문제없이 일부 사역자들을 통해 유통된 <하나 되는 기쁨>은 2009년이 되어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국기독언론협회(한기협·회장 김형원)가 <하나 되는 기쁨>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이단 서적'이라는 비판을 했다. 한기협은 기자회견에서 "전통적으로 아가서는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로 해석됐다. 육체적이고 성적인 관계로 해석하는 것은 사이비 종교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따로 <하나 되는 기쁨>을 비판하는 세미나도 열었다.

교회의 성적 타락을 경계한다는 한국교회개혁연대(공동대표 박노원·윤병조)도 여론조사를 통해 대다수 목회자가 <하나 되는 기쁨>을 반성경적 유해 서적으로 본다며 교계에 수용되지 않도록 대처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장로회총연합회를 비롯한 9개 평신도 연합 단체도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에 음란 서적이 더는 보급되지 못하도록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지속하자 예영커뮤니케이션은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시중에 있는 서적을 회수·폐기했다. 양 교수는 "2009년 5월 이후로는 출판을 중단하고 출판사와 계약도 해지했다. 앞으로도 출판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양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성경에 대한 지나친 해석·적용과 선정적인 표현이 일부 있다고 인정하고 책의 표현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단 시비로 확대됐다. <하나 되는 기쁨>은 평신도 연합 단체의 요구대로 한기총 이대위의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이대위는 "<하나 되는 기쁨>은 반기독교적인 음란 서적으로 규정하고 저자와 추천자는 사이비로서 강단에 세우는 일이 없도록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한기총 최종 결정 기구인 실행위원회에서 이 안건은 채택되지 않았다. 오히려 친이단 성향을 드러낸 이대위가 해체되었고 양 교수와 정 교수가 사이비라는 이대위 보고서는 부결됐다.

한국교회가 금기시하는 성을 공론화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정 교수는 최근 <부부 연합의 축복>이라는 서적을 출간했다. 정 교수는 책 출간으로 한국교회의 성 의식을 건강하게 하고 나아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 교계가 금기시하는 주제를 공론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비판은 여전했다. 교개연은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성경을 왜곡한 <하나 되는 기쁨>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 내용도) 동의할 수 없다"며 "아가서를 성애적으로 해석하는 어떠한 논리도 반대한다. 성 사역 주도자들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양원준 장로(한국기독교이단사이비대책협의회)는 "정 교수는 자의적인 해석으로 성경 말씀을 왜곡했다. 성경을 마치 섹스의 지침서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이단적인 행태가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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