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월경페스티벌 '경(慶)칠년들'의 테마는 '너는 어떤 월경을 하니'이다. 여성이
라고 똑같은 월경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시작된 이들의 반란.
ⓒ뉴스앤조이 이은하

제4회 월경페스티벌이 있었던 8월 31일, 여자들의 당돌한 몸짓에 하늘이 분노(?)했던 것일까? 아침부터 하늘이 열린 듯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오후 5시 30분, 기자는 폭풍우를 뚫고 연세대 정문 앞에 도착했다. 두 명의 남학생이 생리대를 나눠주며 월경페스티벌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었다. 순간 당황했다. 생리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의식이 아직도 남아 있었던 걸까? 남학생의 손길을 피해 정문을 들어섰다. 그러나 기자를 가로막는 또 다른 남학생. '이러면 안되지' 생리대를 얼른 받아 가방에 챙겨 넣었다. 하지만 뒤통수가 뜨거웠다는 걸 굳이 부인하진 않겠다. 기자의 월경페스티벌 취재는 이렇게 내면의 이중 의식과 대면하며 시작됐다.

제4회 월경페스티벌 '경(慶)칠년들'의 테마는 '너는 어떤 월경을 하니'이다. 여성이라고 똑같은 월경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시작된 이들의 반란. 4회 '경(慶)칠년들'은 장애 여성과 트렌스젠더, 종교인이 경험하는 월경을 연극, 퍼포몬스, 영상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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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건 자신의 몸을 추스릴 수 없어 '월경하는 몸'에 대해 더 거추장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 장애 여성의 현실이 드러난 것.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몇몇 장애여성들은 월경 뒷처리를 할 수 없어 자궁을 드러내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또 완벽한 여성이고 싶어 성전환 수술을 했지만 월경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슬퍼하는 트렌스젠더들의 고백 앞에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월경페스티벌이 여성들 사이에서 축제로 받아들여지는 건 단순히 월경에 대한 부정적 경험을 드러내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어서는 아니다. 여성들만의 놀이 공간이 있다는 것, 그곳에서 마음껏 소리지르고 춤출 수 있다는 것, 처음 본 얼굴이지만 조금만 손을 뻗으면 월경한다는 이유로 나를 이해해 줄 자매들이 있다는 것, 월경페스티벌에 참여한 여성이라면 한결같이 지적하는 즐거움이다.

함께 온 여성학동호회 남자 친구에게 물었다. "너는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이 월경페스티벌에서 '마스터베이션'이란 노래 부를 때 여성들이 열광하는 것 이해되니? 아암~~이라는 신음소리 낼 때 거의 뒤로 넘어 가려고 하잖아"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니, 여성학동호회에서 가부장제의 폐해에 대해 알게 됐으니까 여성들의 반응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 하지만 여성들만큼은 아니야. 단지 공감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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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페스티벌은 여성들의 다양한 월경 경험을 드러내고 더 나아가 여성 하나 하나의 월경 경험에 긍정적 의미를 담아 내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에는 어떤 화두로 또 우리를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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