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량교회 김승환 목사는 돈도 안되고 해도 좋은 소리
하나 듣지 못하는 일들만 골라가며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강진 칠량교회 김승환 목사(42)는 교회가 존재하는 근거를, 세상이 관심 갖지 않지만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실천하는 모습에서 찾는다. 돈도 안되고 해도 좋은 소리 듣지 못하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그 일을 찾는 것이 선교라는 것이다.

칠량교회는 농촌지역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과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 설립 당시 초등학교마다 병설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복 투자해 정부와 경쟁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젊은 가정이 없는데 아이들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유치원은 아이들로 넘쳤다. 처음엔 김 목사와 사모가 운전을 했지만 100명이 넘는 지금은 전용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애정 없는 제도교육의 문제는 농촌일수록 더 심각했기에 사람들은 주저 없이 교회 유치원 문을 두드렸다. 또 도시의 젊은 부부들이 맞벌이를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긴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노인들도 바쁜 농사일 때문에 제대로 돌봐줄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칠량교회가 부속건물을 공부방으로 내놓고 교회 마당을 놀이터로 고치자, 동네 아이들도 자유롭게 찾아와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한다.

김 목사가 유기농 조합인 '생명사랑영농조합'을 만들었을 때도 어려움은 많았다. 지금이야 너도나도 유기농업 하겠다고 뛰어들지만,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유기농업 하자고 하면 지역에서 은근한 탄압을 받을 정도였다. 그래도 처음엔 정부가 보조하는 돈을 보고 참여하던 농가들까지 열 세 가정이 참여했다.

그러나 하나 둘씩 빠져나가더니 90년대 후반에는 교인들 다섯 농가만 남았다. 다양했던 품목도 이제는 쌀 하나로 축소됐다. "유기농업은 큰 이익이 남아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유기농업이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을 뿐입니다." 신앙이 있었기에 10년을 버틸 수 있었다.

최근에는 유기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김 목사를 찾아오는 이들이 제법 많다. 그러나 김 목사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유기농산물은 유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진은 대도시에서도 멀고, 지방 도시들은 시골에 연고를 두고 있어 농산물 소비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답안도 교회의 몫이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칠량교회가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또 다른 일은 노인학교다.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도 하고 의료봉사도 실시하는데, 참여하는 노인들이 1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4년 전부터는 매일 독거 노인 60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급식도 하고 있다. 식비를 정부로부터 보조받는 무료급식에는 여선교회 회원들이 봉사하고 있는데, 가끔 노인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처음에는 고마운 마음으로 드시던 노인네들이 '이 음식은 입에 안 맞는다', '왜 닭이냐, 난 오리고기가 좋다'는 등 불평을 늘어놓을 때는 봉사하는 입장에서도 힘이 빠져요."

김 목사는 봉사활동의 핵심을 지속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작한 일들을 되도록 멈추지 않으려 노력한다. 한 두 가지 일도 하다가 끊기면 급속하게 신뢰를 잃어버리는 농촌선교의 비장함을 김 목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 목사의 노력에도 어쩔 수 없는 커다란 벽이 있다. "지난 어버이날 65세 이상 되신 분들에게만 꽃을 달아드렸습니다. 그런데 출석교인 110여 명 가운데 91명에게 달아드렸지 뭡니까." 교인들의 고령화는 농촌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아예 없는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다만 투기성 농사에 더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논밭에 나가고 혼자 남는 아이들 걱정, 혼자 남은 노인들 걱정, 젊은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방법 고민, 유기농산물 유통대책 마련…. 김 목사의 일상은 교회 담 밖의 일 때문에 더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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