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 공연이 열린 날, 공연을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제 생각보다 나이가 어렸습니다. 20~30대 청년이 대부분이었고,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도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1200만 기독교인, 5만 5000개 교회 운운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공연을 막겠다고 큰소리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는 코빼기도 안 보였습니다. 주최 측은 반대자 1000명이 모인다는 얘기에 잔뜩 긴장했지만 실제로는 30명 정도의 초라한 인원이 모여 기도회를 여는 수준이었습니다.

공연 반대자들은 온갖 야유와 비웃음에도 꿋꿋했습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면 할수록 더 뜨겁고 크게 기도하고 "회개하라"고 외쳤습니다. 아무리 봐도 너무 순진한 청년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삐딱한 기자에게도 전달됐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차라리 극우 인사들이 모여 정치적 목적으로 레이디 가가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마음 편했을 거 같습니다.

▲ 이 아무개 선교사가 레이디 가가 공연을 보고 나오는 관객에게 '회개하라'고 외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기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 청년에게 심경을 물었습니다. 그는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반응에 안타까워하며 "레이디 가가의 해악을 모르는 저들을 보며 슬펐다"고 말했습니다. 눈물까지 보였던 그의 말에서 진심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무례했습니다. 공연에 참가한 관객에게 거침없이 '회개하라'고 외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었습니다. 관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죄인 취급당하는 것에 대해 어이없어했습니다.

불똥은 <뉴스앤조이>에도 옮겨붙었습니다. 공연 반대자들은 진중권 교수와 윤정훈 목사의 토론을 다룬 기사에 대해 "<뉴스앤조이> 관계자들은 기독교인 맞느냐"며 신앙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댓글에는 "교회를 사랑하지 않는 기독교 언론", " 기독교를 가장한 안티 기독교 뉴스", "기독교 모독과 종북 지랄", "기독교의 탈을 쓴 이단에 가까운 인터넷 신문"이라는 험악한 글들이 달렸습니다.

공연 반대자들에게는 순수함과 무례함이 동시에 목격됩니다. 다시 말해 순수한 사람과 무례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순수하여서 무례한 것이 이들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물론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자기 눈에는 분명 악하게 보여 소신껏 악하다고 말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결국 공연은 취소되기는커녕 대박이 났습니다. 보수 기독교인의 공연 반대로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입니다. 공연 반대자들은 레이디 가가 현수막이 찢어진 것에 기뻐하며 자신들의 기도가 이뤄졌다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레이디 가가의 완승입니다.

이제라도 열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되돌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비둘기처럼 순결할 뿐 아니라 뱀처럼 지혜롭게 이 사안을 정리했으면 합니다. 혹여나 뱀이 사단의 상징이라며 배척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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