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 전도관, 용문산기도원은 이단인가, 한국적 기독교인가. 주류 기독교에서 벗어난 종교운동을 재평가하는 포럼이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주관으로 열렸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통일교, 전도관, 용문산기도원 등 1950년대 널리 알려진 종교운동을 재평가하는 포럼이 4월 30일 서울 서대문 안병무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사회 우파의 형성과 그리스도교'라는 3년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리는 다섯 번째 포럼으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하고 우리신학연구소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공동 주관했다. 

발표자로 나선 김흥수 교수(목원대)는 소위 이단이라고 규정되는 종교운동을 바라볼 때, 교리적 오류를 지적하는 측면 말고 역사적 배경에서 살펴볼 것을 제안했다. 특히 1950년대 등장한 통일교·전도관·용문산기도원의 종교운동은 △한국 기독교와의 역사적 연관 △한국전쟁이라는 국가적 재난 △한국의 종교 문화 전통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전쟁 등 사회 불안이 끊이질 않았던 위기의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이 새로운 종교운동에 몰려들었던 사실을 주목했다. 김 교수는 1930년대 신비주의 신령파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종교운동을 이끌었던 문선명·박태선·나운몽이 안찰이나 방언 같은 종교 행위를 통해 사람들을 위로했던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950년의 통일교, 전도관, 용문산기도원은 전후 상황에서 안찰과 방언 같은 새로운 종교현상의 발원지였으며, 종교체험에 근거하여 독특한 신학과 의례를 만들어냈고, 부흥 집회를 통해 영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민중들의 종교적 공간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주류 교회들은 사적 계시나 종교체험을 문제 삼으며 새로운 종교운동을 이단으로 규정지었다. 특히 문선명과 박태선이 자신을 메시야로 암시했던 점과 성교를 통해 피를 바꾸어 성결해질 수 있다는 피가름의 교리 등이 집중포화의 원인이 됐다. 

 

▲ 김흥수 교수는 "통일교 등 1950년대 종교운동이 민중의 영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종교적 공간을 열어 주었다"고 평가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교리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통일교, 전도관, 용문산기도원의 신학적 상상은 이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한국의 문화적 또는 사회적 틀로 성서 또는 기독교를 해석, 재구성하는 작업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전쟁 직후의 시대적 조건 속에서 한국인의 생존 욕구와 필요를 독특한 성서 해석과 의례로 채우려 한 신학적 상상과 구성을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이어진 토론 시간에 기독교가 새로운 종교운동을 이단시함으로써 무엇을 잃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통일교의 신론에서 하나님의 고통이 자주 이야기된 점을 언급했다. 반면 주류 기독교는 좋으신 하나님이나 심판하는 하나님을 강조했을 뿐 전쟁과 재난으로 고통받던 한국인들의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방증으로 기독교에 전쟁신학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이단 문제를 사회문제로 여기며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경계했다. 김 교수는 "종교의 자유가 우선하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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