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김종희

9월 5일 열린 총신대 운영이사회(이사장 최기채 목사)는 당초 예상했던 대로 수년간 논란의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교수들 문제를 두고 이사들이 심한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격론을 벌였다.

작년 10월 8일 열린 운영이사회는 어지러운 학내 문제를 화합 차원에서 잘 수습하라고 '화합수습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수습위원회가 분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분란의 불씨를 던졌다. 그러자 운영이사회는 3월 25일 화합수습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 확인하기 위해 3인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동안 조사 활동을 벌인 3인위원회는 9월 5일 운영이사회에서 "제86회 총회 결의정신에 부합된 처리라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날 서면 보고한 3인위원회 서기 이경원 목사는 "미국 시민권 문제로 논란이 됐던 심상법 교수가 사후에 약속대로 시민권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원인사위원회가 교원인사규정 부칙조항을 들고 나와 그를 재임용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총회 결의정신을 수용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고 따졌다. 인사위원회는 '신규임용 45세 제한' 조항을 근거로 심상법 교수(47)의 신규임용을 가결하지 않았다.

이 목사는 '재단이사회가 총회 결의정신을 준수하라고 학교당국에 지시나 명령을 하지 않았는지' '교원인사규정 부칙조항은 개정이 불가능한 것인지'를 김의원 총장에게 물었다. 김 총장은 "재단이사회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으며, 교원인사규정 부칙은 재단이사회가 결정하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 목사의 주장대로, 이들이 총회의 결정사항을 준수할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는 반증인 셈이다.

또 총신에서 대표적인 원로교수 중 한 사람인 정성구 교수에 대해서 "총신대 학장과 총장대행을 역임했고 목사장로기도회에 강사로 가장 많이 나섰으며 수많은 저서를 낸 칼빈주의의 대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8월 31일 이후 원상 회복은커녕 강단에 한번도 서보지도 못하고 퇴임식이나 고별강연회조차 없이 강단에서 쫓아내는 것이 합당하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수습위원회가 작년 12월말 명예교수 추대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이사회가 2개월이 지나 새 학기 강의표가 다 짜여진 다음에 명예교수 처리를 통보한 것과 교수회를 3월말에 연 것 모두 늑장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정일웅·정훈택·심창섭 교수 2개월 정직 건에 대해서는, 교원인사위원회가 이들을 징계할 때에 이미 사안이 종결된 "제85회 총회(2000년)에 보고된 바와 같이…"라고 하거나 "화합수습위원회의 결의대로 하되…"라고 명시했을 뿐, 교육부 법이나 교원인사규정에 근거해 징계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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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위원회는 결론적으로 "화합수습위원회·재단이사회·징계위원회·운영이사회 모두 직무남용·월권적 행동·법적 절차 무시·직무방관 등을 했다"면서, "화합수습위원회·재단이사회·징계위원회·총장·교수들 속에 총회 결의정신을 본질적으로 저항 불복하는 세력이 숨어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목사의 발언이 끝나자 교단 정치권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발언이 줄줄이 쏟아졌다. 수습위원 중 한 사람인 서기행 목사가 나와 "다들 나이 70 가까이 된 사람들이다. 인식모독적 발언이다. 교수들 살리려고 애썼다. 3인위원회도 해산시키라"고 맞섰다. 총회 부총회장 후보로 나선 임태득 목사는 "교수들은 교단 법과 신학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절대 안 된다. 하지만 교수들이 총회 결정을 투표로 까뭉개선 안 된다"고 중간 입장에서 발언했다. 3인위원회 위원장 김동권 목사는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잘못된 표현은 취소하고 사과한다. 하지만 이사들이 반대해도 동료 교수들이 명예교수직을 청원해야 할 판인데, 이사들의 결정을 교수들이 반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수습위원회 위원장 김도빈 목사가 "아무리 그래도 총회의 지시면 그대로 따라야 하느냐, 법에 의해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몇 차례 설전이 오가는 도중 서기행 목사가 다시 나와 "자유주의냐 보수주의냐,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예수가 데모에 실패해서 십자가에서 죽었다'고 하는 얘기가 그 교수가 쓴 책에 있다"면서 선동적인 발언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려 했다. 이는 심창섭 교수를 겨냥한 것이다. 심 교수가 정말 그런 표현을 썼는지 사실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 서기행 목사와 심창섭 교수는 이 사건과 관련해 몇 차례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고, 그러면서 심 교수는 서 목사가 자신을 보호해줄 것으로 철저히 믿어왔다는 숨겨진 사실이 있다. 격분한 이경원 목사도 다시 나와 "위원장이 사과를 했지만, 일부 교수들이 사욕(私慾)을 갖고 이사들을 이리 저리 충동하는 것이 사실이다. 총회 결의를 저항하고 불복하는 세력이 분명히 있다. 왜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느냐"고 반격했다.

총회장 예종탁 목사가 "어쨌든 관련자들이 총회 결의사항과 대치되게 처리됐다. 총신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중재에 나섰다. 운영이사로 처음 참석한 이상민 목사는 "교인들의 식상함과 실망의 뜻을 전하려 이 자리에 나왔다. 우리 모두 총회를 거역하고 불순종하는 죄를 저지른 셈이다. 우리 교단 자체가 앞으로 권위를 잃는다. 오늘 교수들의 명예회복을 결정하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 자랑스럽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임하고 싶다"면서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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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과 관련한 갖가지 발언이 2시간 가까이 계속되다가 서기행 목사가 "현재 수습위원회에다가 김동권 목사와 임태득 목사를 포함해서, 한 교수도 다치지 않도록 조치한 뒤, 다음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것이 받아들여져 사태는 일단락 됐다. 다음 이사회는 교단 제87회 총회 첫날인 9월 23일(월) 열린다. 그러나 이날 운영이사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또 총신과 교단의 매우 중요한 현안인 목연 과정에 대한 처리도 이날로 넘겼다. 따라서 이 날 교수 신분 문제가 제대로 다뤄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정작 총회 현장에 가서 또 한 차례 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이사회 현장의 또 다른 구석에서는 묘한 침묵이 흘렀다. 작년 8월 교수징계 파동이 벌어졌을 때 수 백 명의 신학생들이 교수들의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기도회와 시위를 땡볕에서 벌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장 주변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1천 여 명의 신대원생들이 이날 강릉으로 수해지역 복구활동을 위해 떠난 것이다. 또 다른 침묵은 재단이사장 신세원 목사다. 신 목사는 이날 한 마디 발언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 폐회기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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