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신대 신대원 학생들과 운영진들이 학내 문제에 대한 공개 토론을 했다. 이 자리에는 총신대 원우회 박요셉 총무, 권규헌 부회장, 이귀환 전 사생회장과 정일웅 총장, 김영우 재단이사장, 남태섭 운영이사장, 전대웅, 박충규 이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들과 총장, 이사들이 현재 총신대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토론을 벌였으나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총신대 원우회는 4월 12일 총신대 양지캠퍼스 백주년기념관에서 '학내 문제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운영진 측은 김영우 재단이사장과 남태섭 운영이사장, 전대웅·박충규 이사, 정일웅 총장이 패널로 참석했고 학생 측은 원우회 박요셉 총무, 권규헌 부회장, 이귀환 전 사생회장이 나섰다. 소병군 원우회장 사회로 진행한 토론은 3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안건은 △송전탑 이설 토지 구입 △교수 충원과 인사이동 △학내 사태 관련 조치 △직원 인사 청탁 뇌물 수수 문제 등 4가지였다.

책임 떠넘기기, 입장 반복하기

▲ 김영우 이사장은 "땅은 구입하려 노력하고 있다. 송전탑 이설이 아니더라도 땅은 사놓자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했다. 땅 구입 전략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할 수 없다"라고 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현재 송전탑 이설을 위한 부지 매입과 교수 충원 문제는 운영진이 해결하기로 약속을 했는데도 몇 년째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책임론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어떤 형태로든 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으나, 운영진의 입장을 반복해서 듣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학생 측은 "운영진이 2009년 토지 매입을 약속했는데도 3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계속 미룬다는 것은 땅을 사겠다는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우리가 그 땅을 반드시 사야 한다는 것을 안 토지 소유주가 95억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고 해명했다. 김 이사장은 "땅은 송전탑 문제가 아니더라도 학교 발전을 위해 많이 사놓을 계획이다"라고 했다. 땅 구입 의사가 있다면 전략을 내놓으라는 학생들 요구에 김 이사장은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전략을 말하면 땅 소유주가 알고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꺼렸다.

교수 충원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학생 측은 "신대원 중 총신대가 학생 대비 교수 비율이 71.7명으로 가장 많다"며 교수 충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자 김 이사장은 "이사회는 적임자가 올라오면 언제든 충원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교수 측에서 적임자를 올려 보내지 않는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오랜 기간 교수 임용이 없는 상태에 대해 학생들이 "교수 임용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이사장은 "(임용에서) 떨어지는 사람은 대부분 목회 경력이나 신학 사상의 문제 때문이다. 절차에는 문제없다"고 했다.

또 학생들은 "교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난 2월 갑작스런 교수 인사 발령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꼴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이 아니다. 신대원과 학부 교수들의 팀웍을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한 것"이라고 답했다.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나는 그런 식으로 보복하는 자신감 없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 권규헌 원우회 부회장은 "집단 시위나 수업 거부는 모두 공감해서 한 것이지, 교수들이 선동해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해할 만한 설명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얼마 전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해 김 이사장과 정 총장이 총신대 직원 ㄱ 씨로부터 인사 청탁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귀환 전 사생회장은 "이 사건으로 인해 총신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가 불쾌하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사장과 총장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잘 대처하고 있다"고 일축하며, "나는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돈 몇 백만 원에 욕심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전대웅 이사는 "이 사건은 조사 중이니 더 이상 논의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라고 했다.

운영진의 학내 사태에 대한 조치도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신대원생들은 송전탑 이설, 교수 충원, 인사권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집단 시위와 수업 거부를 한 바 있다. 학생 측 박요셉 총무가 운영진에서 구성한 조사처리위원회에 대해 "조사위가 원우회장을 조사하며 작성케 한 질문지를 보면, 학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인지 한 명을 대표로 처벌하려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하자, 박충규 이사는 "그것은 비약이다. 질문지에는 그냥 '예', '아니오'로만 답하면 그만이다"라고 답했다.

학내 사태에 관련한 교수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사실을 두고 학생 측 권규헌 부회장은 "집단행동은 학생이나 교수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한 것이지, 누가 선동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운영진은 "교수들이 학내 사태를 선동한 증거가 여러 번 포착됐다"고 반복할 뿐이었다.

쏟아지는 질문…풀리지 않는 의문

▲ 토론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는 모든 안건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 학생은 "운영진이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안건에 대한 토론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시 모든 안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토론이 답보하는 모습을 보이자 참석한 학생들이 질문을 쏟아낸 것이다. 한 학생은 "답답하다. 운영진의 입장이 그렇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송전탑 이설이나 교수 충원 문제가 몇 년째 해결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찌됐든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며 운영진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사과로 해결될 일이면 사과하겠다. 그러나 나는 장기적으로 총신의 발전을 위해, 지금 잠깐 여러분과 갈등이 있더라도 역사 앞에 오판을 하지 않기 위해 속전속결하지는 않겠다"며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특히 교수 임용과 학내 사태에 연루된 교수들의 징계위 회부 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교수 임용 절차를 완화할 수는 없는지, 왜 학내 사태에 관련한 교수들이 인사 발령됐는지, 인사 발령은 이사들의 실력 행사가 아닌지에 대한 질문들이 계속됐다.

애초 토론회를 제안한 김 이사장이 "나도 답답하다"며 "오늘이고 내일이고 밤새 여러분과 끝장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시간을 좀 더 연장합시다!", "끝장 토론합시다"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그러나 토론회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길어져 마칠 수밖에 없었다.

토론회가 끝난 뒤, 한 학생은 "교수들이 학생을 선동했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학생들이 선동 당할 인격도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얘기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현 이사장, 총장이 선출됐을 때 금권 선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기본적으로 운영진에 대한 믿음이 없다. 교수 징계 건은 누가 봐도 보복성이 짙은데, 계속 학교 정책이라고만 주장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어떤 학생은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 확실해져서 속 시원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본보 제휴 <마르투스>(www.martus.or.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