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민 후보는 "탐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을 압박하는 기득권으로부터 사회 약자를 지키고자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양상호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8년 전 한 인터넷 방송에서 말한 막말로 공개 사과했다. 4월 11일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돌려준다던 김 후보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문제가 된 발언이 공개되고 논란이 커지자 새누리당은 "성도착증 환자가 아닌가 싶다"는 등 원색적으로 김 후보를 비난했다. 서울 노원갑 국회의원 선거는 정책 대결이 아닌 후보 자질 문제로 변질됐다. <뉴스앤조이>를 만난 김 후보는 적절하지 못한 발언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품으면서도, 논란에 묻히고 있는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유에 대해 소신 있게 들려주었다.

김 후보는 선거 공식 블로그에 동영상을 게재해 논란이 된 막말에 대해 4월 4일 공식 사과했다. 김 후보는 그 음성은 자신의 음성이 맞으며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부끄러운 과거가 많을 것이라는 김 후보는 지난 과거를 반성하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사퇴하지 않고 금식 기도 하며 선거를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에 뛰어든 지 한 달도 되지 않다는 김 후보는 지역구를 돌며 인사 다니기 바쁘다고 한다. 잠은 분당에 살던 집이 아직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가족과 떨어져 새로 구한 공릉동 새집에서 혼자 잔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로 노원구에 처음 와서 외부 수혈에 대한 거부감으로 지역 유권자가 자신을 거부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다고 한다. 다행히 만나는 분마다 알아봐 주고 반갑게 맞아줬다고 김 후보는 전했다.

"하루는 공릉동의 한 보수 교단 목사님이 보자고 하여 찾아갔다. 보수적인 교회에서 나를 왜 보자고 하는지 의문을 품고 찾아갔는데 목사님이 눈치 보지 말고 정의롭게 (정치) 하라고 격려해 주더라. 지역 어르신들도 만나 인사할 수 있도록 자리도 마련해 줬다. 보수적인 교회를 보면 표를 주지 않을 분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감동을 받았다."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이야기도 꺼냈다. 김 후보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한다고 (이동원 목사에게) 알리지도 않았는데 이 목사가 화분도 보내 주고 3월 27일에는 직접 찾아와 격려도 해줬다고 했다. 교인이 출마한다고 하여 심방 온 이 목사에게 김 후보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 여러 차례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김 후보는 이 대통령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고 말한다. 김 후보는 쌍용차·용산·강정마을·한진중공업 등 대부분의 갈등 현장을 보며 서로 편을 나눠 시민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갈등 문제를 조율하여 시민의 생각을 통합해야 하는 정부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강자의 손을 잡고 강자와 약자의 싸움을 소모전으로 만들었다고 김 후보는 지적했다.

김 후보의 출마는 이명박 정권을 만든 주체인 보수 개신교 목사들 때문이라고도 했다. 도덕 불감증 정권을 만든 주체가 우리 사회의 주류 목사들이라는 김 후보는 교회에 그런 신앙인만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어 후보가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이명박 장로라는 개신교인이 헤집어놓은 문제들을 또 다른 크리스천인 자신이 풀어가는 모습을 꼭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나꼼수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고소·고발 등 여러 압박을 받았다. 정봉주 전 의원이 그래서 감옥에 있다. 더불어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도 감옥에 갇혔다. 국회의원에게는 200여 가지의 면책특권을 준다. 면책특권엔 관심 없지만, 국회에 가서 고급 정보 접근 권한을 얻고 제기한 의혹들을 책임 있게 규명하겠다. 정 전 의원과 국민의 권리도 자유롭게 하겠다.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을 압박하고 이용하는 기득권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키는 방패로 국회의원 배지를 사용하겠다."

나꼼수를 비롯한 언론에서 제기한 이명박 정부의 의혹 중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의 재산 관련 의혹과 10.26 부정선거만큼은 꼭 규명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정권이 끝난다고 해서 자동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모든 의혹이 풀릴 때까지 꼭 밝혀내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 한 사람만이 아닌 임기 동안 함께 탐욕을 추구한 1% 기득권의 의혹과 문제도 함께 밝혀내겠다고 김 후보는 말했다.

▲ 김용민 후보가 노원구 공릉도깨비시장을 찾아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김 후보는 폐선된 경춘선 자리를 문화 프로그램으로 채우는 등 지역 주민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김용민 선거 사무소)
직접 정치권 참여는 처음이어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김 후보는 노원구 주민을 위한 공약도 남달랐다. 김 후보는 폐선된 경춘선 자리를 무분별한 토목 공사가 아닌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으로 채우겠다고 했다. 지역 주민도 문화를 즐기고 다른 지역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찾아와 노원구가 제공한 문화 공간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래된 집들이 많은 곳은 원주민을 내쫓는 재건축이 아닌 옛것의 정취를 살려 도심 속 올레길도 만들겠다고 했다. 홍대 길거리와 같이 노원구도 사람들이 찾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만들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김 후보는 포부를 밝혔다.

정책이 좋다며 호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김 후보는 나꼼수에서 욕설 등 적절치 못한 언행을 보고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평생 악당 역할을 해 온 배우 허장강이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지만 그는 악당이 아닌 배우라며 김 후보는 자신의 언행도 연기로 봐 달라고 부탁했다. 김 후보는 흥을 돋우는 표현이 필요하거나 사람들의 쌓인 울분 해소에 도움이 될 때 방송을 통해 욕설했지 평소엔 잘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든 정부는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외칠 때 공권력을 동원해 집회를 해산하고 개인을 불법 사찰했다. 고소·고발로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했다. 억울하고 울분이 쌓인 이들의 마음이 풀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대신 정부를 욕했다. 이 같은 전후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나꼼수에서 욕한 부분만 편집하여 후보 자질 문제만 묻는 사람들이 있다. 아쉬운 부분이다."

'목사 아들 돼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김 후보는 어린 시절부터 개신교 신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청렴한 목회자 아버지를 보며 신앙을 키웠지만, 보수적인 목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극동방송 PD를 그만뒀다고 했다. 이후 김 후보는 문제 있는 한국 개신교 목회자를 비판하는 시사평론가가 되었다. 여전히 김 후보는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자신의 기득권을 확장하는 데만 관심 있는 목사들을 비판한다고 전했다. 나꼼수에서 다루는 교회와 목사들도 같은 이유에서 비판하는 것이라고 한다.

▲ 김 후보는 "국가조찬기도회는 정교 유착의 불의한 행사다"라며 "국회의원이 되면 기도회가 열리는 날 행사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양상호
김 후보는 국회에 간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고 했다.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리는 날 행사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싶다고 김 후보는 전했다. 정교 유착의 불의한 행사인 국가조찬기도회를 없애는 것은 작금의 타락한 한국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매번 총선 때마다 기독 정치인이 국회에 들어가지만, 예수의 목소리가 담긴 법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기독교를 종교로 가진 정치인이 아니라 기독교 정신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억울하고 분하고 서럽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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