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자연 목사가 이번에는 아들 길요나 목사와 동사목사로 함께 목회하며 교회 세습의 수순을 밟고 있다. 사진은 왕성교회가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과천 갈현동 부지에 지은 드림센터. ⓒ뉴스앤조이 김은실
금권 선거 시비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한기총 해체 운동의 단초를 제공한 길자연 목사(왕성교회)가 이번에는 아들 길요나 목사와 동사목사로 함께 목회하며 교회 세습의 수순을 밟고 있다. 길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83회 총회장을 지냈고 한기총 수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한국교회 지도급 인사이기에, 교계가 그의 행보에 주목한다.
 
왕성교회는 지난 3월 18일 주보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지 않고 다만 다음 주일 오후 예배 후 본당에서 공동의회가 있다는 정도로 광고하였다. 두 교회가 합병하고 은퇴하는 길 목사를 설교목사로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을 교인들에게 구체적으로 공지하지 않았다.

3월 25일 공동의회를 개회하여 여러 안건을 처리했지만, 원인무효에 해당한다. 그 이유는 교단헌법 정치 제21장 제1조 제4호에 "당회는 개회할 날짜와 장소와 의안(議案)을 1주일 전에 교회에 광고 혹은 통지하고 그 작정한 시간에 출석하는 대로 개회하되 회집 수가 너무 적으면 회장은 권하여 다른 날에 다시 회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하여 진행하였으며 교인들이 이를 지적하였는데도 대리회장이 무시하고, 진행한 처사는 불법이라 할 것이다.
 
1만 명 출석을 자랑하는 왕성교회에서 세례 교인 400여 명만 참석한 공동의회라면 홍보 부족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지 않는가. 공동의회는 왕성교회 무흠 입교인이 다 회원 자격이 있다(정치 제21장 제1조 제1호). 그러면 전체 교인들에게 상세하게 광고할 필요가 있었고 특별히 청년들의 참여가 배제된 가운데 진행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헌법에 명시된 "회집 수가 너무 적으면 회장은 권하여 다른 날에 회집한다"고 한 명문 규정을 무시하고 공동의회 연기 여부를 투표로 결정한 것은 회의 진행의 기본적인 상식에도 벗어난 것이다.
 
교회 설립 및 합병 역시 상위 기관인 노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길 목사는 아들 길요나 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하는 방법으로 두 교회의 합병을 추진한 것이다. 두 교회의 합병은 잘못이 아니며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사전에 충분한 설명 없이 졸속으로 진행한 것이 문제이며, 노회 일정에 쫓기듯 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는 결의를 했다. 총회 결의 사항을 번복하는 결정을 총회장을 역임했던 자가 한 것이다.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분이 자신에게는 이렇게 관용해도 되는가. 교계 지도급 인사가 법을 안 지키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후배들이 뭘 보고 배우라는 것인가. 얼마나 황당하고 말이 안 되는 처사인가. 총회 결의 사항대로 준수하고 은퇴한 많은 목회자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말이지 ‘자연스럽게’ 교회 세습을 밀어붙일 셈인가.
 
설교자가 없어 연말까지 강단을 지키는가. 그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노욕(老慾)이 지나친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지나친 자기 과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나님의 교회는 순리대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위적인 방편이 동원될 때 이미 그 교회는 교회로서의 사명을 스스로 저버리는 꼴이 된다.
 
총회 결의 사항을 번복하기 위해 대리회장으로 온 목사도 반드시 총회 차원에서 징계해야 할 것이다. 장자 교단을 자임하는 합동교단이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보수 교단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더 나아가 요즘 지교회에서 도입하고 있는 '사역장로 제도' 역시 교단헌법에 없는 사항을 지교회가 정관을 변경하면서까지 도입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 때문에 장점도 분명히 있을 수 있으나, 단점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대외적으로 홍보할 때는 시무장로 명단에 삽입하고, 대내적으로는 사역장로이므로 당회원으로 갖는 모든 권한이 이미 상실된 상태가 아닌가. 이는 담임목사를 제왕적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시무장로는 장립 기준 7년 또는 만 65세에 은퇴하게 하고 정작 담임목사는 7년마다 신임 투표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담임목사를 견제하는 장로가 없기에 제왕적 담임목사만 남게 되고, 교회 내 재정의 불투명과 전횡도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교회는 교단헌법과 총회 결의 사항을 준수해야 하며, 이참에 총회 결의 사항 또는 교단헌법의 명문 규정을 위반하여 시행하는 교회에 대해서도 총회 차원의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할 것이다.

대형 교회의 세습은 한국교회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게 하는 선교 역효과를 낳는다. 세습은 교회 사유화의 전형적인 형태이며 천박한 자본주의를 따라 하는 죄악일 뿐이다. 세습을 찬성하거나 묵인하는 왕성교회 성도들에게 "목사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아니며, 목사가 잘못된 길을 걸어갈 때는 분연히 일어나서 그것을 지적하거나 항의를 하는 것이 교회의 머리 되시고 주인 되신 주님께 순종하는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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