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합 기구를 창립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한기총정상화를위한대책위원회(한기총대책위·위원장 박위근)는 올해 초 한국교회연합 창립을 선언하고 3월 13일 창립총회를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창립총회 전날 긴급회의를 열어 총회를 3월 29일로 연기했다. 창립 자체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기 전에 창립을 추진하려다 벌어진 촌극이다.

한기총대책위를 주도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통합(예장통합·총회장 박위근)은 창립총회 하루 전인 3월 12일 노회장 및 기관 대표 연석회의를 열었다. 새 기구 창립에 대한 교단 내부 반발 때문이다. 회의 분위기는 "창립은 시기상조"라는 쪽이었다.

연합 기구 창립이나 가입 문제는 총회나 그에 준하는 모임에서 논의해야 한다. 이번 일은 일부 교단 인사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예장통합이 급하게 모임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긴 했지만, 이마저 한기총대책위가 수용하지 않았다. 다른 교단들은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 한기총대책위 몇몇 인사에 의해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창립 과정에 잡음이 끊이질 않으니 외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미래목회포럼(대표 정성진)은 3월 15일 성명을 내고 "제3의 기관을 성급히 발족한다면 정당성과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요원해진다"며 "연합 기구 창립을 교단 총회가 열리는 9월까지 연기하라"고 주문했다. 대표 정성진 목사는 "급히 만들다 보면 분리주의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으니 충분히 대화하고 교단 의지를 숙고한 다음 창립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예장고신 소속인 정주채 목사(향상교회)는 더 강하게 비판했다. 정 목사는 현시점에서 새 단체 창립은 "한기총 해체보다 못한 일", "한국교회를 다시 분열시키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출발할 때는 명분과 취지를 내세우지만,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한국교회가 분열한 것이 아닌가. 이번에도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분열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정 목사는 한기총 개혁과 정상화를 1순위로 삼되 이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일단 지켜보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쪽에서는 올해 치르는 총선과 대선 때문에 창립을 서두른다고 본다. 국가조찬기도회에 한기총 대표회장이 순서를 맡지 못하는 등 최근 정부 유관 기관에서조차 한기총을 공식 파트너를 택하는 데 난색을 표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보수 연합, 혹은 새로운 대화 창구를 만들어 입지를 선점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 예장고신 총회장 정근두 목사는 "한기총이 저렇게 된 마당에 기독교를 대변하는 대사회적 창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새 기구 태동의 당위성을 설명한 바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한 기관의 태동이 다른 기관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기총의 태동 역시 '교회협 대항'이었다. 연합체의 명확한 목적과 선교 의식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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