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을 섬긴 행복> 양창삼 지음 / Serving the People 펴냄
"서서평,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2012년 3월 17일,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오원기념각(기독간호대학 내)에서는 서서평 선교사 내한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그곳은 오래전 그녀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 전날 전국적으로 내리던 비는 개였고 하늘은 맑았으나, 아직 찬 기운이 느껴지던 날, 그녀가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그녀의 독일식 이름은 엘리제 요한나 쉐핑(1880~1934), 미국식 이름은 엘리자베스 J. 쉐핑. 그녀는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자신이 사랑하던 조선을 위해 22년간 살다가 조선의 가난한 자들에 모든 것을 주고, 조선 광주 양림동 선교사 묘역에 잠들었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 열심과 개척자적인 정신으로… 3개 병원(서평자주: 서울 세브란스병원, 군산 구암예수병원, 광주 제중원)에서 효율적인 간호사로서, 넓은 시골 지역의 순회 설교자로서, 부인조력회(서평자주: 나중에 여전도회로 이름을 바꾸었다)의 조직자이자 리더로서, 이일성경학교의 창립자이자 가르치는 교장으로서, 구원받지 못한 자, 약한 자, 병든 자, 억압받는 자, 가난한 자, 작은 아이들의 친구로서 주님을 섬겼다"고 남장로교 선교부의 공식 기록은 전한다.

"먼저 가니 천국에서 만납시다"

서서평 선교사의 전기는 고 백춘성 장로의 <천국에서 만납시다>가 최초다. 수많은 직접적인 자료와 세밀한 조사 끝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백춘성 장로도 서서평에 대한 자료가 너무나 부족해서 아쉽다고 했는데, 양창삼(본서의 저자), 양국주 두 분의 노력으로 서서평 선교사의 족적(足跡)이 더욱 선명해졌다. 서서평에 대한 다양한 사역과 수고에 대한 많은 말이 전해지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은 따로 있다. 과로와 풍토병과 영양실조로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감한 서서평 선교사의 희생적인 조선 사랑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주고 '담요 반 조각, 일주일 품값에 해당하는 돈 7전과 강냉이 가루 2홉'이라는 그가 남긴 보잘것없는 유산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성공이 아닌, 섬김'

서서평 선교사의 절친(切親) 니스벳 선교사가 서서평 사후 그의 집에서 발견한 그녀의 인생 모토다. 니스벳이 자신의 노트에 기록하지 않았던들, 서서평의 생각과 인품과 삶을 '제대로' 조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굶주리고 아파하며 여러 가지 억압 가운데 신음하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나, 남미 오지를 생각하듯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조선은 가난하여 굶주리고 한센병과 풍토병이 창궐하던 그런 버림받은 곳이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의료봉사, 사회복지, 그리고 복음이었으며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였다. 이것이 신자들의 진정한 예수 닮음의 현장이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다.

"또 하나의 서서평을 기다린다"

우리가 100년이 지난 지금, 서서평과 같은 '참된' 선교사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같이 기독교의 본연의 모습이 잊히고 왜곡되는 상황 속에서 참으로 다행이다! 우리가 잊은 것은 서서평뿐이 아니다! 지금껏 우리가 그들의 삶을, 아니 신자의 삶의 본분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닌가! 희생과 봉사와 사랑의 사역이 기독교와 교회의 본연의 임무가 아니었던가! 서서평의 삶은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게 한다.

지금까지 조선과 한국은 선교사를 받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선교사를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들 가운데 속한다. 우리가 조선에 온 선교사들의 단점들을 발견했다면, 우리는 우리 선교사들의 단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조선에서의 선교 역사는 우리의 '국외' 선교 역사의 기초와 거울이 된다. 우리가 굳이 윌리엄 캐리나 허드슨 테일러를 선교의 모델로 삼을 필요가 없는 이유는 이미 조선에 수많은 선교사가 그 역할을 감당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사료들을 통하여 당시 선교사들의 조선 사랑과 목숨을 바친 희생정신과 복음 전도의 열정을 '충분히' 찾고 발견할 수 있다.

본서는 크게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편에는 미국 남장로교의 조선 선교 역사를 다루었다. 전라도-제주 지역을 맡은 미국 남장로교 선교부는 1892년에 7인의 선발대를 파송한다. 그중에 의료 선교사들은 전문 간호 선교사의 파송을 염원하였고 서서평이 간호 선교사로 조선에 오게 된 것이다. 죽은 어린이들의 풍장(風葬)터였던 양림동에 배유지 선교사가 예배를 시작하였다.

제2편에는 서서평의 선교사 이전 생애를 다루었다. 독일에서 태어나 아주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미국에 이민을 떠나고 할머니 품에서 자라던 서서평은 어머니와의 재회를 위해 미국행 배를 탄다. 미국 뉴욕에서 서서평은 선교사로서의 간호사와 신학생이라는 중요한 교육과 경력을 쌓게 된다. 제3편에는 서서평 선교사의 4대 사역(간호, 교육, 복음 전도, 사회 선교 사역)을 망라하였다.

이 사역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군산과 광주를 포함한 제주-전라도 전 지역에서 행해졌다. 제4편에는 서서평이 남긴 말과 글을 실었고 그녀의 성격을 다루었고, 마지막으로 그의 후계자들 활동이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비록 서서평이 미혼으로 자녀가 없었지만, 병자와 가난한 자와 고아와 여인들을 위한 희생적인 사랑은 이후에도 여러 사람을 통해서 뿌리 내리고 크게 자라 열매를 맺게 되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서서평 선교사가 그리스도 안에서 보여 준 조선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하여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딛고 일어나 봉사와 희생정신의 나이팅게일이 되었고, 성경과 신학에 대한 연구로 전도자와 교육가로 거듭나고, 조선에 선교사로 찾아와서 그가 배우고 익혔던 모든 경험과 능력을 '조선인들을 위해' 온전히 쏟아부었던 서서평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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