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운영이사회가 인사권자의 뇌물 수수 의혹, 신대원생의 수업 거부 등 학내 현안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위원회를 만든 의도 자체를 의심받으며 제대로 활동을 못 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과 신학대학원 원우회 임원 등 조사 대상자들은 필요하면 총장을 통해 조사받겠다며 위원회의 소환에 불응했다. 학내 일각에서는 위원회 활동은 총장과 이사장 퇴진을 요구한 이들을 징계하기 위한 수순일 뿐이라고 우려한다.

총신대 운영이사회 임원회는 지난해 11월 30일 '학내 사태 관련 조사위원회'(위원회)를 만들었다. 조사 대상은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된 김영우 재단 이사장과 정일웅 총장,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하고 신대원 원우회의 집회에 참석한 교수 4명이다. 지난해 수업을 거부하고 96회 총회에서 송전탑 이전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한 원우회 관계자들도 조사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신대원) 수업 거부 및 학생 집단 시위' 조사를 명목으로 교수 4명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교수들 중 3명은 위원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는 학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위치나 보직이 아니다. 신대원의 수업 거부, 학생 시위와 어떤 연관도 없다"고 주장했다. 소환 대상인 한 교수는 "수업 거부는 학생 총회에서 결의했다. 교수들이 수업 거부와 시위를 선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교수들은 학내 문제 조사는 학사를 총괄하는 총장의 소관이기 때문에 운영이사회 임원회가 직접 관여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교수들은 1월 11일 위원회에 제출한 출석 요구에 대한 답변서에서 "운영이사회 임원회가 운영이사회의 결의도 없이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이 문제를 제기한 후 운영이사회는 지난 1월 30일 조사위원회 구성을 추인했다.

원우회 측도 위원회의 조사에 불응했다. 2월 20일에 예정된 위원회 모임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원우회 관계자는 "학내 사태와 관련된 문제는 총장을 통해서 조사받겠다"고 했다. 소환 불응과 함께 원우회는 2012년 새 학기 등록을 거부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원우회 한 임원은 "방학 중이라 학내 현안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방학이 끝나면 다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교 한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인 교수들은 총장과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교수협의회 임원들이다. 소환은 이들을 징계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 한 관계자는 "얽혀 있는 학내 문제를 풀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었다. 총장과 이사장도 조사 대상이다.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그는 "빠른 시일 안에 조사를 마무리해 재단이사회에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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