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있는 중부명성교회. ⓒ뉴스앤조이 김종희
일반재정의 65%를 바깥으로 보내고 35%만으로 살림살이를 하는 교회. 한쪽에선 돈이 없어서 아우성이고, 다른 한쪽에선 돈이 차고 넘쳐서 문제가 되는 한국교회. 이 모양이건 저 모양이건 돈의 사슬에 매여 있는 한국교회의 현주소에서, 이처럼 돈에 자유로울 수 있는 교회를 만나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청주에 있는 중부명성교회(송석홍 목사)의 7대 실천지침은 음미할수록 하나 하나가 마음에 와 닿는다. '①성령보다, 기도보다 앞서지 않는다 ②선교지향적인 교회로, 학원선교·농어촌선교·북방선교·세계선교에 역점을 둔다 ③청주성시화운동에 지역 모든 교회와 함께 주력한다 ④교회 재정의 65% 이상을 선교와 구제에 사용한다 ⑤개혁 지향적인 목회현장을 조성하며, 이웃교회를 섬기는 목회모델을 만들어간다 ⑥모든 성도들은 신앙의 생활화·문화화·형제화·순장화를 이루는데 목표점을 둔다 ⑦성도들은 교회의 모든 사역과 집회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며, 교회의 모든 기관은 선교체제로 조직·운영한다.'

일곱 가지 대부분이 추상적인 느낌을 주지만, 네 번째 '교회 재정의 65% 이상을 선교와 구제에 사용한다'는 문구는 숫자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나중에 딴 소리 하기가 어렵다. 사실이 정말 그러한가 확인하기 위해서 2002년 교회재정 결산보고서와 선교위원회 회계보고서를 살펴봤다.

일반재정 지출 총액은 7억 7,100여 만원이다. 그중 선교지원비가 5억 원이다. 덩치가 제일 크다. 다음으로 교역자와 직원 생활비가 1억 1,800만 원 조금 넘는다. 연료비·공과금·보험료 등 각종 운영비가 7천만 원 정도 된다. 예배비·교육비·봉사비 등은 잡비 수준이다.

작년의 경우, 일반재정에서 선교지원비로 넘어가는 것 외에, 미전도종족 선교헌금·일반/특별선교헌금·사랑의 식빵 등 항목으로 1억 원 정도가 추가됐다. 중부명성교회는 작년에 6억 원 정도의 선교·구제 재정 중에 5억 8천만 원 정도를 쓰고, 3천만 원을 이월했다. 일반재정의 65%를 선교·구제비로 쓰는 것과 별도로 선교를 위한 특별헌금은 100% 선교·구제비로 쓰이기 때문에, 실제 총액 비율은 65%가 넘는 셈이다.

▲예심원이라고 하는 어린이집. 지금은 4층짜리 어린이집이지만, 앞으로 3개 층이
더 올라가면 장애인 육아와 교육, 방과후학교, 주민들을 위한 컴퓨터교실 등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선교·구제비 지출 내역을 좀더 들여다보자. 크게 △국내선교 △국내구제 △해외선교 △일반선교 △지역사회개발 △교회개척 △기타 등으로 나뉜다. 국내선교의 경우, 14곳의 농어촌교회와 6곳의 개척교회를 돕고, 중·고·대학교 선교회 간사를 후원하고, 장애인기관을 지원하는데 1억 9천만 원 정도를 썼다. 국내구제의 경우, 구제사역을 하는 13개 기관을 지원하고, 이와 별도로 영세민이나 걸인 등을 돕는데 5천만 원 가까이를 썼다. 해외선교는, 43명의 해외선교사와 교회가 입양한 두 곳의 미전도종족(인도네시아와 중국), 단기선교 등에 9천여 만원을 썼다.

항목과 내역이 대충 이 정도라는 것만 밝혔을 뿐이지, 실제 장부를 보면 교회재정이 어디로 얼마나 쓰였는지 금세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다. 재정을 건강하게 쓰고, 또 건강한 만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교인들이 헌금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를 위해서 잊지 않고 기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선교와 구제를 위해 막대한 돈을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교인들간에 이견이 없다. 교회 근처가 '교회쇼핑센터'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수많은 교회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중부명성교회 주보에 실린 7대 지침, 특히 네 번째 항목을 보고 맘에 들어서 등록하는 교인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니, 이의를 제기할 까닭이 없다.

그렇다고 불만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공동의회 때도 교육비 때문에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작년 교육비가 3천만 원을 간신히 넘겼다. "제 새끼 굶는데 남한테 퍼주기만 할거냐"는 불만이 있었던 것이다. 선교도 좋지만 교육에도 신경을 쓰자는 것이다. 일반재정으로는 65%지만, 전체 재정으로는 67%니까, 그중 2%는 교육'선교'비로 돌리자는 절묘한 타협안도 나왔다. 행복한 공방이다. 결국 연구위원회가 구성되어서 4월 제직회 때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재활작업장의 일부. 식당에서 쓰는 나무젓가락을 비닐포장하는
기계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주일학교 교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성가대원들도 회비를 걷어서 밥을 먹어야 한다. 부장들 주머니가 두둑할 날이 없다. 성가대 지휘자 반주자도 전부 무보수 자원봉사다. 게다가 3월 2일에는 '예심원'이라는 어린이집을 개원했기 때문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 지금은 4층짜리지만, 3층을 더 올려서 7층이 되면 종합사회복지관이 된다.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과 자활 시스템을 구축하고, 방과후학교도 운영한다. 35% 일반재정으로 이 엄청난 일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무조건 졸라매는 수밖에.

그래도 감사한 것은, 교인들이 매년 10% 정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년이 820명 정도, 주일학교 학생들이 420명 정도 출석하고 있다. 교회 재정이 워낙 투명하고 건강하게 운영된다는 것 하나만 가지고도, 사람들이 찾아오고, 즐거운 마음으로 헌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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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홍 목사 인터뷰

▲송석홍 목사. ⓒ뉴스앤조이
김종희
94년 4월에 아파트에 모여서 개척준비모임을 가졌다. 그때부터 65% 정책이 결정됐고, 실천했다. 첫 달치는 100% 선교비로 썼다. 지금까지 한번도 어긴 적이 없다. 선교지에 돈을 보내는 날짜를 단 한 번도 못 맞춘 적이 없다.

96년 3월 예배당을 지어서 12월에 입주했다. 120명 정도가 모였을 때다. 97년 IMF가 닥쳤다. 이자율이 폭등했다. 한 달 이자가 800만 원이나 됐다. 그때도 65%를 선교비로 보냈는데, 딱 800만 원이었다. 선교를 중단하면 원금도 갚을 수 있다는 유혹도 있었지만, 모두들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65%를 고수하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94년 9월에 교회부지 800평을 서울명성교회가 3억 5천만 원에 사주었다. 개척 전에 선교지향적인 교회들을 둘러보다가 깡통교회로 유명한 전주안디옥교회를 방문했다. 60% 이상을 선교비로 쓴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 중부명성교회는 맨땅에 시작한 것이 아니고 땅값은 지원 받은 것이니 그만큼 더 선교비로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안디옥교회보다 5%를 높여 잡았다.

옛날에 목회할 때는 교회를 키우는 것 자체가 목표였고 목적이었다. 실제로 교회를 크게 키운 경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교회의 존재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목표를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린이집 이름을 예심원이라고 한 것은, 우리 교회가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서다. 앞으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일, 교회를 분가하는 일, 이 모든 일들을 통해서 예수님의 마음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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