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는 올해 1월부터 팟캐스트에서 매주 1~2회 '10분 설교'를 하고 있다. 유 목사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팟캐스트 등록 방법을 터득했다. 이 외에도 설교 녹음, 편집 등 모든 과정을 혼자서 다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안녕하십니까. 안동교회 원로목사인 유경재입니다."

70대 같지 않은 또박또박한 말투를 지닌 노목사의 설교가 팟캐스트를 통해 흘러나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안동교회 유경재 원로목사. 유 목사는 올해 1월부터 팟캐스트에서 매주 1~2회 '10분 설교'를 하고 있다.

유경재 목사는 작년 안동교회 황영태 담임목사로부터 태블릿 PC를 선물 받은 후 팟캐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시작으로 여러 팟캐스트를 검색하고 청취했다. 목회자들이 자신의 설교를 등록해 놓은 것을 보고 '나도 한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직접 인터넷을 뒤져 가며 설교를 등록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내용은 편식 없이 골고루, 시간은 10분이면 충분

"팟캐스트 설교를 들어 보니 대부분 예배 때 설교를 그대로 올리더라. '나꼼수' 같은 방송은 주제를 놓고 서로 대화하는 방식이라 한두 시간도 들을 수 있지만, 설교를 끈질기게 앉아서 들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제목처럼 설교는 딱 10분만 한다. 원고도 아예 10분 분량으로 미리 만들어 놓았다. 유 목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근 시간 지하철, 버스 등에서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 것을 보았다. 출근길에 가볍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해 보니 10분이 가장 적당했다. 1980년부터 2001년까지 21년 동안 CBS에서 10분 설교를 진행한 경험도 도움이 되었다. 20분짜리 주일예배 설교를 반으로 줄여 핵심만 전달했더니 주변에서 '설교 좋았다, 잘 들었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설교 내용도 다양한 주제를 다루려고 노력한다. 28년 목회를 하며 직접 쓴 1400여 편의 설교 원고는 성경에 있는 대부분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은퇴할 무렵 '생명'을 주제로 한 설교를 많이 했고, 자료집을 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생명'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현재까지 9번의 설교 중 4번을 '생명'을 주제로 다뤘다. 그 외에 유 목사는 "환경, 평화, 사랑, 고난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설교할 것"이라고 했다. 필요하면 시사 문제도 이야기하겠지만, 가능하면 성서를 기초로 신앙의 본질적인 주제를 다루려 한다.

10분 설교를 시작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반가운 이야기도 들린다. 팟캐스트를 듣고 난 뒤 유 목사에게 설교 원고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홈페이지에 잘 듣고 있다며 감사의 댓글을 남기는 이들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설교를 통해서 생각지 않았던 곳에 복음이 전파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유 목사는 반가웠다.

방송을 듣는 사람들을 위해 발음에도 더 신경 쓰게 되었다. 목소리 톤은 적당한지 녹음을 하고 가족에게 물어본다. 또렷하게 들리기 위해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목소리를 보정하기도 한다.

▲ 유경재 목사는 작년 안동교회 황영태 담임목사로부터 태블릿 PC를 선물 받은 후 팟캐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유 목사는 팟캐스트 외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은 '10분 설교' 화면을 보여 주며 웃고 있는 유경재 목사. ⓒ뉴스앤조이 최유진
함께 소통하기 위해

취미 생활도 있었지만 유 목사는 자신이 가진 자료들이 설교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또 비록 목회는 은퇴했지만 팟캐스트를 통해 후배들과 편하게 소통하고 안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팟캐스트 외에도 유 목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회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댓글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유 목사는 "목회자가 은퇴 후 외롭게 지내기보다 함께 소식을 나누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유 목사는 지난 2004년 8월, 28년간의 목회를 마무리하고 65세 조기 은퇴, 2008년까지 실천신학대학원 임상교수로 목회자 양성에 힘썼다. 2009년부터는 김상근 목사(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신경하 감독(전 기독교감리회 감독회장), 이재정 신부(전 통일부 장관)와 함께 더불어한교회를 공동 목회한다. 또 은퇴한 목회자들과 만나 함께 예배하고 공부하고 있다. 요즘에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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