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이 계속해서 교회를 세습하고 있다. 직전 총회장 김삼봉 목사에 이어 전 서경노회장 황진수 목사가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한다. 황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제일성도교회는 서경노회에서 가장 큰 규모로 3000명 이상이 출석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유영

"그는 몸인 교회의 머리시라. 그가 근본이시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먼저 나신 이시니 이는 친히 만물의 으뜸이 되려 하심이요(골 1:18)."

하나님의 은혜가 목사님의 생애와 교회에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20여 년 전에 제일성도교회 부교역자로 사역했던 김용인 목사입니다. 공개편지를 결정하기까지 많이 고심하였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가치가 근본적으로 훼손되는 일에 침묵할 수 없어서 부족한 미말의 종이 직필을 들었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교회가 빛과 소금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여 세상으로부터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되었고 '개독교', '먹사'라고 하는 악평을 듣고 있는 와중에 사위 목사 세습 결정은 커다란 반향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사위를 후임으로 세운다는 풍문이 교회 안팎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올 것이 왔다고 체념하고 있습니다. 제가 평소에 존경하던 목사님께서 교회 세습을 결정한 것은 상상도 못 하던 정말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누구와도 통화하거나 왕래하지 않기 때문에 <뉴스앤조이> 기사를 통해서 세습 전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사님과 개인적으로 만남도 없었고 약 5년 전에 어느 결혼식장에서 잠깐 스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목사님께서 '기독교사회복지은행' 대표회장으로 관련되어 혹시나 어려움을 당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됐습니다(강보영 목사 구속 사건).

현재 한국교회는 매우 혼란스럽고 영적으로 혼탁하여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교회가 타락한 세상과 죽어 가는 영혼을 살리기 위하여 기도하고 걱정을 하였는데, 작금에는 세상이 교회를 너무 가련하게 여기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기독교인이 천주교회로 옮겨 가거나 아예 신앙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1200만 성도-엉터리 통계입니다. 2005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기독교 교세는 861만 명 정도 되는데, 이 중에는 이단과 사이비가 포함된 통계이므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향후 어떻게 될지 마음이 아픕니다.

몇 차례 죽을 고비에 없다던 야망의 부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사형 선고를 받은 줄 알았으니 이는 우리로 자기를 의지하지 말고 오직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심이라(고후 1:9)."

진웅희 목사님과 관련하여 <크리스찬타임스>(2009년 2월 18일, 강지연 기자) 인터뷰에서 "저는 한번 죽었기(급성 심낭염) 때문에 야망도 없습니다"고 고백하였고, <크리스찬타임스>(2010년 7월 22일, 정나윤 기자)에 탈봇신학교에서 목회를 꿈꾸며 학업에 열중할 때 간경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진 목사는 몇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하나님의 은혜로 살았습니다. 필라델피아에 안정된 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모험하기로 하고 애틀랜타로 가서 샘터교회를 2007년 11월 개척하였습니다. "간경화에 걸려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니 개척이라도 한번 하고 죽어야 하겠다"고 했던 진 목사님이 얼마나 절박하고 진솔한 기도를 하였을까를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누구든지 초심(初心)을 잃으면 그 시간부터 내리막입니다. 목사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뜻과 자신의 뜻을 분별하기는 매우 쉽습니다. 어떤 일이 절대로 포기가 안 된다면, 죽어도 그 일만큼은 내려놓지 못하겠다면 그것은 100% 자기의 뜻이 확실합니다. 자신의 욕심에 미혹되어 스스로 정한 자신의 야망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나에게 중요한 일이라도 한순간에 그 일을 포기할 수 있다면 그 일은 하나님의 뜻이 확실합니다. 일은 하나님이 하시고 우리는 다만 도구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시키시면 할 것이요, 하나님이 막으시면 멈출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말 영적으로 민감하게 깨어 있지 않으면, 자신의 욕심과 하나님의 뜻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정말 불쌍한 사람은 자신의 야망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진 목사님이 급성 심낭염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고 나서 고백했던 '야망이 없다'는 말이 지금도 유효한지 묻고 싶습니다. 야망(野望)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앞날에 큰일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 분수에 넘치는 야심을 품은 욕망"입니다. 사경에서 은혜로 고침 받아 덤으로 사는 인생이므로 하나님의 뜻을 면밀하게 살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혹시 초심을 잃어버리고 분수에 넘치는 야망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초신자 위주로 구성된 샘터교회가 힘들어서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던 초심을 잃고 장인을 비빌 언덕으로 삼는 것은 아닙니까?

청빙 목사 결격, 공동의회 결의는 원인 무효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사람 앞에서 스스로 옳다 하는 자이나 너희 마음을 하나님께서 아시나니 사람 중에 높임을 받는 그것은 하나님 앞에 미움을 받는 것이니라(눅 16:15)."

진 목사님은 맏사위로 2005년(?) 3월(민식 민영 블로그)에 Evangelical Christian Alliance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현재 Southern Baptist Convention(미국 남침례교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합동 교단의 제일성도교회가 후임 목사를 청빙하기 위해서는 총회헌법 정치 제15장 제1조<목사 자격;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 후 총회에서 시행하는 강도사 고시에 합격하여 1개년 이상 교역에 종사하고 노회 고시에 합격하고 청빙을 받은 자라야 한다.>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정치 제15장 제13조<다른 교파 교역자; 다른 교파에서 교역하던 목사가 본 장로교회에 속한 노회에 가입하고자 하면 반드시 본 장로회 신학교에서 2년 이상 수업한 후 총회 강도사 고시에 합격하여야 한다. 한국 이외 다른 지방에서 임직한 장로파 목사도 같은 예(例)로 취급한다. 또한, 본장 10조에 규정한 각 항의 서약을 하여야 한다.>고 하므로 진 목사님은 정치 제15장 제13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뉴스앤조이> 유영 기자가 서경노회 서기에게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진 목사님은 회원 명단에 없고 '노회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진 목사님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서경노회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점이 확실하게 특정되었습니다. 설령 가입하였다 하더라도 청빙 목사 자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침례교파의 목사로 현재 총회신학원에서 편목 과정을 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편목 과정을 마치고 총회가 올해 6월 19일 오전 9시 총신대학교 양지캠퍼스에서 실시하는 강도사 고시에 응시하여 논문, 주해, 설교, 시험(조직신학, 교회사, 헌법, 면접)에 합격하고 빨라도 올해 10월 가을 정기노회에서 강도사 인허와 목사 서약을 마치고 서경노회의 회원 자격을 취득하므로 비로소 청빙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2011년 5월 8일 시행한 공동의회의 청빙 결의는 청빙 목사의 결격 사유로 원인 무효이며 총회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였습니다.

<뉴스앤조이> 기사에서 서경노회 노회장 박규갑 목사님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고, 청빙위원장 김승기 장로님은 "진 목사는 적합한 인물이며, 나는 교회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노회장이 불법 청빙을 합리화하고 청빙위원장이 청빙 자격을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서경노회에서 가장 큰 3000명이 출석하는 제일성도교회에서 입교인의 90% 이상이 찬성한 것이 아니라, 391명(위임 112명)이 참석하여 투표자의 81% 찬성으로 결의했고, 사위 목사 세습을 위하여 모든 것을 침소봉대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총회헌법 공동의회 제1조 제1항에 "본 교회 무흠 입교인은 다 회원 자격이 있다"고 하였는데, 무흠 입교인은 제일성도교회 세례 교인 전체가 공동의회 회원이 되는데 교세에 비례하여 공동의회의 참여 저조와 무관심, 사위 세습에 대한 교인들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법을 합법으로 포장하여 미화할 수 있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 있습니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습니까? 신앙의 기본은 진실과 정직이라는 가치에 기반 하는데 이것을 무시하면 무슨 좋은 열매를 맺으며 교회의 밝은 미래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초대교회 이후 가톨릭교회가 처음에는 사제들도 모두 결혼하였습니다. 그러나 교회에 부가 축적되면서 사제직을 자식들에게 세습하여 교회가 부패하고 타락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악순환과 타락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1046년에 칙령을 내려 사제의 결혼을 금지하였습니다. 오늘날의 교회 세습과 똑같은 양상이 중세 가톨릭교회 타락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세습은 교회를 무너지게 하는 악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세습은 본질적으로 담임목사의 자리가 부와 명예를 보장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어려운 교회, 아무도 오지 않으려고 하는 교회에서 사위를 후임 목사로 삼으려고 한다면 미담(美談)이 될 것입니다.

세습에는 '소유'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세습이란 무형이든 유형이든 소유권자가 자기가 원하는 사람에게 그 '소유'를 이양해 주는 것입니다. 목사는 어떤 경우에서도 교회 공동체의 재산이나 신분상 '소유권자'가 될 수 없습니다. 어떤 목사가 '내가 젊은 나이에 개척하여 이만큼 큰 교회로 키웠다', '교회는 내가 부임해서 이만큼 성장시켰다'는 주장을 한다면 그것은 믿음 없는 삯꾼의 억지 주장에 다를 바 없습니다. 교회는 오직 '주님의 교회'일 따름입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피로 값 주고 사신 교회를 특정인의 소유물처럼 여긴다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목사를 포함한 교회 구성원이 교회 안에서 기득권을 주장할 수 없고 또한 누구라도 그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였다면 전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며 은혜를 넘치게 받았다는 뜻이고, 교회의 주인이 예수님이라는 신앙과 양심적인 고백이 존재한다면 담임목사는 임기가 끝나면 조용히 물러나면 됩니다. 만약 교인이 수십 명 미만이고 교회 건축으로 빚을 지고 은행 융자를 평생 갚아야 할 상황이라면 과연 사위 목사에게 세습을 고려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후임자 결정에 대해 전임자가 간여하는 것은 목사의 윤리에 반하는 행동입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교만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방법대로 하십니다. 그간의 대형 교회의 세습 과정을 살펴보면 결국 세습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교회가 세습된다면 이미 교회로서의 생명력을 잃은 것입니다. 세습화는 모든 사유화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일부 교회가 행하고 있는 세습은 천박한 자본주의를 기초한 세속화의 단면입니다. 교회 세습을 하기 위하여 '내 사위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교회를 가장 잘 아는 적합한 인물이다', '목사의 사위이기 때문이 아니라 본 교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목사이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교회의 형편이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목사님이나 사위 중의 한 사람이라도 성숙한 신앙과 인격이 있다면 세습은 반드시 포기해야 합니다.

<생사를 건 교회 개혁>의 저자 김동호 목사님은 그의 설교에서 "세습은 참 전근대적인 것이다. 사업도 조그맣게 할 때는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아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이 커져서 주식회사가 되고 여러 주주들의 돈으로 큰 회사를 이루게 되면 사장의 아들이라는 이름만으로 그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개인 회사는 개인의 것이니까 아들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주어도 되지만, 주식회사는 개인의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장과 회장의 회사가 아니라 주주들의 회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자기 아들이라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뒤를 이어 사장을 만들고 회장을 만드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옳지 않은 일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했다면 그는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아마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저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는 남의 자리와 기회를 도적질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고 세습에 대해 비판하였습니다. <뉴스앤조이>에 양 아무개 집사님이 쓴 답글에 공동의회와 주주총회를 비교하며 설명한 것을 보았는데 교회가 무엇인지 기본을 모르고 있습니다.

▲ 황진수 목사의 사위인 진웅희 목사는 탈봇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ECA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하나교회와 좋은교회에서 부교역자로 활동했고, 청빙되기 직전에는 애틀랜타주에 있는 샘터선교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했다. (미국 아틀랜타 샘터선교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목사는 섬기는 종일 뿐, 비성경적 권위주의 내려놔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20:28)."

목사는 교회를 돌보고 맡기신 성도들을 섬기는 종의 위치에 있습니다. 종은 자기를 즐겁게 하는 자가 아니라 주인을 기쁘게 하는 자이며, 자기 짐을 가볍게 하려는 자가 아니라 주인을 위하여 무거운 짐을 지는 자입니다. 종은 주인의 자리를 넘겨보는 자가 아니라 종으로 써 주심에 감사하는 자이고 자기의 일보다 주인의 일에 우선권을 두는 자이며 종은 요나처럼 자신이 가고 싶은 대로 가는 자가 아니라 땅끝까지 어디라도 주인을 따라가는 자입니다. 종에게는 소유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종은 종의 모든 것이 주인의 것이며 주인의 아들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나님의 종을 자처하는 목사는 이 원칙을 반드시 적용해야 합니다. 이것을 무시하고 변칙을 시도할 때 교회의 부패와 변질과 타락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입니다.

이미 교회를 세습한 목사들은 과연 교회를 어떤 관점으로 생각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심장을 소유했는지 한없는 연민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회를 개인의 기업 정도로 여기는 신앙은 그가 속한 교회의 성도들에게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교회 세습은 하나님과 성도를 상대로 벌인 희대의 사기극이 됩니다. "코끼리가 설교대로 올라가는 이유는 거기에 비스킷이 있기 때문이다"는 미국 교계의 야유가 풍자하듯이 사위에게 교회를 물려주려는 것은 거기에 세속적인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본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일수록 하나님을 빙자하여 목사나 당회가 하나님의 자리와 권위를 대신하여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그것을 신본주의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신본주의자는 엄격히 말하자면 인본주의의 본류라는 것은 분명한 것입니다.

교회 안에는 그럴듯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목사 비판하면 안 된다, 그러면 하나님에게 벌 받는다'. 아주 웃기고 비성경적인 공식입니다. 이런 비성경적인 권위주의가 무너져야 합니다. 목사에게 예언자적 기능이 사라져 교회를 사유화하고 세습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만연되었습니다. 처음 세습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사회문제가 되었고 교회 안에서도 반대 의견이 비등했습니다. 하지만 세습이 다 이뤄졌습니다. 교회 재정은 성도들이 내는 헌금과 십일조로 운영되지만, 그것은 신앙 공동체인 교회에 낸 것이지 목사 개인에게 낸 것은 결코 아닙니다.

목사의 능력이 교인들을 끌어모으고 교회를 확장시켰다 하여 그것을 개인의 것이라 여기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입니다. 썩어져 없어질 물질과 명예에 매몰된 중병이 치료되지 않는 한 교회는 몰락의 길로 가게 될 것이며 상상할 수 없는 참혹한 열매로 나타날 것입니다. 목사가 세운 교회, 목사가 키운 교회이니 마땅히 자식에게 물려주어도 된다는 불신앙과 몰염치가 향후 한국 사회에서 교회의 리더십과 영향력 상실로 귀결될 것입니다.

세습은 조직신학 교회론(敎會論)의 핵심인 예수님이 교회의 머리 되심을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목사와 성도들도 세상에 사는 날 동안에 끊임없이 권력과 명예에 대한 유혹이 있고 실족할 수 있다는 겸손한 자기 고백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세습은 담임목사의 지위를 지나치게 강화하여 예수님이 교회의 머리되심을 약화시킬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또한, 세습은 교회의 언약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회는 혈연적인 관계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교회는 예수님을 믿음으로 언약 관계에 있는 새로운 공동체이며 결코 혈연 공동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담임목사가 교회의 결정을 전횡하고 자신의 아들이나 사위를 세습시킨다는 것은 이미 그가 상당 부분 교회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뜻이 자신을 통해 나타난다고 믿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위와 권한을 사용해서 자신의 자식에게 담임목사직을 세습하는 그곳에 교회의 참된 주인인 예수님이 계실 자리는 없습니다. 담임목사의 권한과 특혜가 존재하는 한 아무리 훌륭한 목사라도 이 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식 사랑이 또 하나의 우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토양에서 세습은 거절하기 어려운 현대판 선악과가 되었습니다.

윤경로 교수, 교회 세습은 김일성 3대 세습과 다를 바 없어

한성대학교 역사문화학부 윤경로 교수님은 한 토론회에서 교회의 배타성을 비롯해 정치화, 권력화, 세속화 등을 문제점을 들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세상을 닮아 가고, 사회로부터 '걱정거리'로 전락되는 민망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습니다. 교회의 세습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도 밝혔습니다. 또한 "일부 대형 교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목사직 세습은 북한의 '김일성 공산 정권'의 정치 세습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적 기업의 경영 세습도 문제가 되는데, 하물며 교회를 사적 소유로 주장하며 자식에게 물려주는 '교회 세습'은 세상으로부터 돌팔매를 맞아 마땅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끝으로 "국민이 우려를 넘어 비난의 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을 기독교계는 귀담아들어야 한다"며 "시민의 눈에 비친 안쓰러운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성경적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 성당에 당시 중세 교회의 부패상을 알리는 95개 조문을 게시하였는데 감리교신학대학교 이덕주 교수님과 신학대학원생들이 2011년 종교개혁일을 기념해 한국교회 현실을 고백하는 '한국교회 개혁 95개 논제'를 학교 게시판에 붙이고 한국교회 갱신과 개혁을 위해 기도하는 의미 있는 행사를 했습니다. 목사 후보생들인 이들 신학대학원생은 한국교회를 향해 신앙의 본질 회복과 함께 교회와 선배 목회자, 그리고 교단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을 95개 논제에 담았습니다. 특히 평신도들보다도 복음에서 멀어진 목회자들이 비판의 대상이었습니다. 지묘정 학생(신대원 1학년)은 "95개조의 내용이 평신도들보다는 목회자들에게 집중돼 있다"면서 "95개조를 작성하면서 앞으로 목회자의 길을 걸을 사람으로서 복음 앞에 나 자신이 바로 서 있나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95개 논제에는 권력과 이익을 좇는 지도자들과 함께 담임목사 세습에 대해 "교회 재산을 목회자 개인의 뜻에 따라 운영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소유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돈으로 매매되거나 세습에 의해서 유지되는 교회에서 일하는 목사 또한 하나님의 종이 아닌 자신의 기업을 꾸려 가는 기업가"라고 질타했습니다.

합동 교단 수원신학교 이석봉 교수님은 '세습 목회 언제 끝나려나?'의 칼럼에서 세습과 관련하여 다섯 가지로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① 목회자의 신적 권력 때문일 것이다. 목회자 자신이 신적 권력으로 군림할 수도 있고 신도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그러한 배경에는 커지면 군림하는 불량품 목회자와 큰 것에 약하여 굽실거리는 신도들의 맹종이 한몫한다. ② 아첨꾼들의 적극 지지 때문일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 부서의 분야가 많아지면서 부서장이 움직일 수 있는 금전이 많아지게 되고 그에 따른 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생계와 연계되면서 각 부서장의 당회장에 대한 아첨과 더불어 동료 간에는 너 죽고 나 살기의 쟁탈전이 한몫을 할 것이다. ③ 맹종 신앙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신도는 신앙과 신학에 대하여 무력하다. 일반적으로 종교는 윤리 도덕의 가르침으로 보며 기복주의로 보고 받아들인다. 신학의 깊은 면 성령으로 말미암아 거듭나서 구세주 예수를 믿고 육의 자아가 죽고 속된 자신을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이웃을 섬기는 것이 종교의 본질임을 간과하고 보이는 물질세계와 아집적 출세 관념에 매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④ 목회자의 처신은 모두 미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목회자가 사치를 해도 당연한 것으로 보는 일이다. 하나님의 종은 나라의 대통령보다 더 귀하니 물질적으로도 더 귀하게 섬겨야 한다고 가르치는 소위 부흥사(?)들이 많다고 한다. 목회의 본모습, 목회자가 신도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도가 목회자를 섬겨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목회자의 일상생활은 탈선하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미화한다. 돈(헌금)을 빼돌려도 눈감아 주고 부도덕한 일을 해도 눈감아 주는 일이 많은 이유일 것이다. ⑤ 아버지의 권세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이 대를 물려받으면 아버지를 잘 모시게 될 것이라는 안전장치가 보장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루어 놓은 것이니 아들 아니면 물려줄 수 없다는 집념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목회자는 본래 소명(하나님의 부르심)과 사명(소명자의 헌신적인 사역)으로 그 길을 가야 하지만, 그리고 그 자리까지 온 것은 신도들의 헌신으로 된 것이지만, 인본적인 생각 곧 내가 이렇게 이루었기 때문에 내 자식이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위 세습 준비 완료! 공교회 정신과 총회헌법은 개무시?

적어도 신부나 승려 사회에서는 세습은 없습니다. 신부는 자식이 없으니 세습할 이유가 없고, 승려(대처승)는 자식이 있을지라도 대를 이어 승려가 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일까요? 교회 세습을 단절하는 것이 가정을 가지는 것 때문에 걸림돌이 된다면 바울 사도처럼 가정을 갖지 말아야 함이 옳지 않겠습니까? 모든 것이 가하다고 모든 것이 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위가 목회자라고 할지라도 세습이 건덕이 되지 않는다면 마땅히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세습은 그 자체가 불의이며 불법입니다. 신앙고백이 규정한 공교회 정신과 충돌하고 합당한 담임목사를 세워서 교회를 바르게 인도하실 성령의 역사를 방해하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교회 안에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주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하나님나라의 거울로서의 교회의 참모습을 훼손하므로 성장과 선교에도 치명상을 입히게 됩니다. 세습 문제로 비난받을 불의한 일을 도모하는 인본주의적인 연결 고리를 과감하게 끊고 교회가 흔들림 없이 시대적인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세습은 재산, 신분, 직업 등을 한집안에서 대물림하는 것입니다. 기득권으로 누리는 재산, 신분, 직업을 개인의 소유처럼 사유화하여 정당한 절차나 노력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단지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세습이 문제시되는 것은 권력화된 목사직과 교회를 기업처럼 사유화하려는 목회자의 탐욕과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성도들의 무지 때문입니다. 교회가 세습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성경적 근거는 명백합니다. 교회란 결코 사유화될 수 있는 특정 개인이나 인간들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자기 피로 값 주고 사신 주님의 몸으로서, 그리스도가 머리이고 주인이십니다.

목사직은 주님의 몸인 교회를 섬기도록 하나님이 그분의 뜻대로 불러 세운 직분이며, 그분의 뜻대로 쓰임 받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정당한 목회 신학 원리와 교회법적 절차를 따라 목사를 세워야 하며, 오직 주님의 뜻을 따라 목회자를 청빙해야 합니다. 아무리 교회 간판을 걸고 있어도 추호라도 특정 개인이나 사람들의 뜻이 주인 노릇 한다면 그 집단은 이미 주님의 교회가 아닙니다. 총회헌법 신도개요서 제25장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의 유일하신 머리이시니,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교회의 머리라고 하는 주장은 비성경적이요, 사실에 근거가 없으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욕을 돌리는 권리 침해이다(골 1:18)"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 청빙위원회의 결정을 보고받고 1년 동안이나 고심하고 내린 결론이 세습이라니 참담하고 실망스럽습니다. 함남노회 29대 노회장을 역임하고 교회법에 밝은 목사님과 명문 법대를 졸업하여 누구보다 준법정신이 투철해야 할 진 목사님이 불법을 간과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폐일언하고 과감한 결단과 신앙적 양심으로 제일성도교회를 넘어서 한국교회에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세습을 즉시 철회하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립니다. 영락교회를 섬기고 청빈과 겸손한 삶을 실천하며 아름다운 빈손으로 모범을 보이신 추양(秋陽) 한경직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을 인용하여, "목사님, 예수 잘 믿으세요!"(요 6:29) 이것이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려지시길 바랍니다. 모쪼록 제일성도교회의 부흥과 화평을 소원합니다. 매끄럽지 못하고 거친 글에 대해 너그러우신 사랑으로 용서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1월 23일

주안에서 김용인 올림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