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 등 개혁성향의 교계인사들이 CBS 토론회에서 교회내 비민주적인 요소
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한국교회는 과연 민주적인가"

이 질문은 한국교회 개혁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 교회 내의 많은 문제점들이 비민주적 제도와 관행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은 개혁을 지향하는 교계 인사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생사를 건 교회개혁>의 저자 김동호 목사(높은뜻숭의교회)와 5년전 일산 광성교회를 개척하고 민주적 교회운영을 실현하고 있는 정성진 목사, 그리고 각 교단헌법을 집중적으로 연구분석한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부) 등은 모두 이런 의견을 가진 인사들이다.

이들은 지난 8월 30일 기독교방송(CBS) 주최 토론회에 참석, 한국교회의 비민주적 요소와 대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또 교회사랑모임 즉 교사모 운동을 쭉 지켜보며 취재했던 뉴스앤조이 이승균 기자도 함께 참석, 교회 내의 많은 부조리한 요소들이 목사와 장로들에게 집중된 교회권력 때문에 발생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제시된 의견 중 핵심내용을 요약 분석한다.<편집자 주>


'교회는 민주주의인가 신본주의인가?'

언뜻 교회는 당연히 하나님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신본주의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김동호 목사는 몇 년전 발생한 한 가지 사건을 예로 들면서 이 질문이 근본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구나 알 만한 큰 교회에서 재작년 일간신문에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본주의다'는 주장을 실었다. 그리고 '교회는 하나님의 권위를 담임목사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담임목사를 거부하는 것은 하나님을 거역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교회의 주장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신본주의를 가장한 인본주의다."

▲김동호 목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김 목사의 지적은 일부 목회자가 신본주의를 빌미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상황을 어떻게 합리화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토론자들은 신본주의의 정확한 해석은 하나님을 중심으로 교회가 운영되는 것이지 특정한 직분-그것이 목사든 아니든-에게 하나님의 권위가 위임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즉 하나님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는 교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토론자들은 교회 내에서의 신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는 '신본주의를 위한 민주주의'가 정답에 가장 가깝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백종국 교수 ⓒ뉴스앤조이 이승균
백종국 교수는 루터와 칼빈의 종교개혁 사상도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 칼빈의 '진리는 언제나 목회자의 품에서 양육되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인용, 교회의 민주적 제도 정착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정성진 목사는 "교회내 기득권층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신본주의를 해석해 본래 뜻이 오용되었다"고 지적했다. 즉 자신의 권리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성도들을 왜곡된 '신본주의' 울타리 속에 가둬두었다는 비판이다. 또 정 목사는 가부장적 유교전통 속에 장로들이 교회 부흥의 주역이 되었지만 이제 그들이 내세우는 권위주의 때문에 한국교회가 퇴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 놓았다.  

▲정성진 목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그렇다면 일부 목사와 장로들이 신본주의라는 허울 속에 독재적 권위주의를 행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토론자들은 교회 제도상 허점과 우리나라의 토속신앙과 유교적 정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어울어져 이런 결과를 나타냈다고 보고 있다.

우선 백종국 교수가 교회 제도의 허점을 거론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각 교단 헌법은 당회에 3권을 부여한 것은 물론 목사가 거의 무한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당회는 재정과 감독 치리 등 전 영역에 골고루 권한을 행사하고, 담임목사는 당회의 막강한 권한을 조율할 수 있는 당회장에 자동적으로 오른다.

또 교회 최고 의결기관인 공동의회는 당회 승인 없이 열리지도 않는다. 아무리 많은 교인들이 요구해도 당회가 거부하면 어떤 공동의회도 불법이다. 교회 헌법이 삼심제를 보장하고 있지만 당회장 혹은 당회원과 관련된 소송은 사실상 공정한 재판을 받기도 힘들다. 재판 자체가 당회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불평등한 관계도 비민주적 제도 때문이다. 교회헌법상 부목사는 임시직. 부목사 사택이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교회 내의 열악한 부목사 지위를 그대로 반영한다.

부목사 임기는 예장통합측이 얼마전 3년으로 고쳤지만 다른 교단들은 대개 1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부목사는 담임목사 눈에 들어야 1년마다 계속 연임할 수 있다. 임금은 거의 최저생계비 수준에 머문다. 김동호 목사는 "헌법상 부목사는 담임목사를 보좌하도록 명시돼 있어 거의 주종 관계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목사가 무속신앙의 샤먼 그리고 장로가 유교적 개념인 '어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교회의 뿌리깊은 비민주적 관행을 정착시키는데 한몫 했다.

토론자들은 목사를 '작은 하나님'으로 부르는 웃지 못할 상황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목사가 매우 특별한 '주의 종' 혹은 '선지자'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  

이런 분위기 속에 일반 교인들이 목사를 함부로 비판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목사의 잘못을 지적하면 '벌 받는다'는 얘기까지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

토론자들은 목사와 장로직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회 내 직분은 모두 성직이며, 목사직 역시 다른 직분에 비해 차별적인 지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장로직은 교인을 대표하는 대의원일 뿐, 어른처럼 군림하는 지위가 아니라고 말한다. 즉 제 역할을 못하면 언제든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 미국 장로교의 경우 20대와 여성을 대표하는 장로를 임명, 장로가 대의원 역할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승균 기자 ⓒ뉴스앤조이 이승균

이날 토론자들은 잘못된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민주적인 교회를 건설하기 위해 제도개혁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았다. 본지 이승균 기자는 결국 비민주적 권위주의 속에 잉태된 교회 내 부조리한 요소 때문에 교사모 운동이 필연적으로 태동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또 공동의회 등 교인총의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제도가 정비된다면 교사모 발생 소지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토론자들 역시 교단헌법의 목사와 당회의 권한을 축소하고 재정과 예산편성 및 감사권을 골고루 분배, 제도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목사 장로 임기제는 거의 필수적인 항목으로 지목됐다. 임기제와 신임투표제 중 임기제가 보다 장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교단헌법 개정에 앞서 개 교회가 민주적인 모범정관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주목을 받았다.

민주적 모범정관을 제정하는 교회가 확산될 경우 한국교회 민주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 교수는 "일반법은 개교회 정관을 교단헌법에 우선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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