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5일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57주년 되는 광복절이다. 우리 민족은 과거 36년 동안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빼앗겼고, 말도 글도 빼앗겼으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와 전통도 잃어버려야 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학병으로 끌려가 전쟁터의 총알받이가 되었고, 우리의 꽃다운 누이들은 일본 군인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었다.

이토록 무참하게 한 나라의 주권이 빼앗기고, 한 사람의 인권이 짓밟히고 생명이 유린당하는 참으로 끔찍한 아픔이 또 있을까. 내 것을 내 것이라 말하지 못하고, 저들의 종처럼 살아가야 했던 36년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일본의 노리개였다. 저들의 종이었다. 노예였다. 저들은 저들 하고 싶은 대로 우리 민족을 유린하고 강탈했다.

해방 이후에도 우리는 민족 상잔의 비극을 맞이했고, 그 이후로 미국·소련·일본·중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모든 원인은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빼앗기고 노예로 살았던 데 기인한다. 노예로 살았던 우리 민족 스스로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힘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나라를 독립하려고 하지 않고 해방 후에도 여전히 외세에 의존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민족 분단이라는 참으로 끔찍한 아픔을 경험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의 노예

광복 57주년이 된 오늘 우리 안에는 여전히 패배주의와 외세 의존적인 노예 근성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여전히 미군이 있어야 안심이 되고, 일본·중국·러시아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해방 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기 생명을 바쳐 희생한 유공자들은 무시당하고, 일본에 기생하여 살았던 친일 변절자들이 다시 권세를 누리는 나라가 우리나라였으며, 여전히 미국에 눈치를 보는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나라가 바로 이 민족이다.

여기에 한국 교회는 대미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다. 신학뿐만 아니라, 기독교 문화도 친미적이어서 미국의 대형 교회를 탐방하려는 목사들이 줄을 섰고, 요즘 이름 꽤나 알려진 교회들은 미국의 성공한 교회의 목회 시스템을 모방한 교회들이다. 목회자들은 미국의 텔레비전 설교가들을 흉내내기 바쁘고, 미국 교회 예배를 그대로 옮겨오기에 정신이 없다. 한국 교회는 정치적으로도 친미적 성향이 강하다.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며, 저들이 영원히 우리 민족을 지켜줄 것을 믿고, 그들을 신봉하며 저들을 위해 기도한다.

우리 민족은 일본의 노예였고, 미국의 노예이다. 여기에 열쇠가 있다. 우리가 일본의 노예였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데 그 해결책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미국에 포로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부터 우리 민족이 나갈 길이 보인다. 우리가 일본의 노예였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산다면 비극은 또다시 찾아올 것이며, 우리가 여전히 미국의 손아귀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면, 이 민족의 자주 독립은 오지 않는다.

신명기 6장20절 이하에 보면 훗날 이스라엘 자손들이 "하나님 야훼께 받은 훈령과 규정과 법령이 웬 것이냐"고 묻거든, "우리는 애굽에서 바로의 종노릇을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야훼께서 강한 손으로 애굽을 내려치시고 우리를 거기에서 이끌어내셨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야훼께서 주신 율법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우리는 애굽의 노예였다는 것을 알려주라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노예 근성에서 벗어나는 것은 우리가 과거 노예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망각의 역사가 아니라 역사적 진실 앞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안에 있는 노예 근성, 패배주의, 외세 의존주의를 벗어버리는 것이다.

해방 57주년이 지난 우리는 몸은 해방되었지만, 의식·신념·가치관·종교는 여전히 미국의 노예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의 종노릇에서 벗어났지만, 그것은 단지 몸의 탈출일 뿐 그들의 정신, 신앙은 여전히 애굽에 남아 있었다. 그 때가 더 좋았는데, 저들의 품에서 살 때가 더 좋았는데. 그들은 아직도 야훼 하나님을 알지 못했다. 제 나라, 제 민족이 자주적으로 백성들 스스로 살아갈 꿈을 꾸지 못했다. 모세의 인도를 받고 뒤쫓아오는 애굽의 군사와 병거를 물리치고 마침내 홍해를 건넜을 때, 그들은 비로소 몸의 자유뿐만 아니라 신념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야훼 하나님이 자기들과 함께 하심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 민족은 일본·미국으로부터 몸은 독립했지만, 정신·문화·정치·경제·종교 등은 여전히 저들의 포로가 되지는 않았는지. 우리에게는 아직 홍해 사건과 같은 저들의 아귀에서 벗어날 진정한 독립 사건이 없었던 것이다.

한민족의 홍해 사건은 통일

이 민족이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민족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 이 민족을 살릴 수 있는 홍해 사건, 그것은 바로 통일이다. 통일만이 우리 민족을 진정한 독립 국가로 다시 세울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영원한 통일의 사도, 늦봄 문익환 목사처럼 분단의 땅에 태어난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통일의 사도가 되어야 하리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민족의 홍해 사건, 곧 통일은 이룰 수 없고 완전한 자주 독립이란 요원하다. 우리는 여전히 일본의 노예요, 미국의 종노릇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나님은 우리 민족의 해방 곧 통일을 원하신다. 애굽의 포로에서 벗어나게 해주신 하나님, 남유다 북이스라엘로 갈라진 저들의 한 민족됨을 바라신 하나님은 우리 민족의 통일을 바라신다. "한 민족으로 묶고 한 임금을 세워 다스리게 하리니, 다시는 두 민족으로 갈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반으로 갈라져 두 나라가 되지 않을 것이다"(에스겔 37:22). 사람들은 여전히 두 민족, 두 하늘이라고 여기고 분단선을 긋고 서로 총을 겨누며 원수라 하지만, 하나님은 이미 우리 민족을 한민족, 한 하늘로 만들어주셨고, 다시 한민족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일본에 의해 나라를 빼앗겼을 때, 많은 기독교인들은 자기의 안일과 일신을 위해 살지 않고 자기를 희생하여 나라의 자주적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그들은 모든 사람, 모든 민족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예수의 가르침을 알았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노예도, 종도, 차별도, 우열도 없는 평등만이 있다.

57년 전 8월15일은 민족이 일본으로부터 국토만, 법만, 우리의 몸만 독립한 날이었지만, 오늘 우리는 미국이나 다른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민족 스스로 통일을 이루어 완전한 독립, 완전한 자주를 펼쳐 하나님이 주신 참된 평등·평화를 이 민족 안에 이루었으면 좋겠다.

채희동 / 벧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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