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대부분은 매년 9∼10월에 교단 총회를 엽니다.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에 하나는 과연 누가 교단 지도자 선거에 당선될 것이냐입니다. 그러나 통탄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경우, 이 중요한 선거가 금권선거로 얼룩져 왔다는 것입니다. 교단 규모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심지어는 약 10억 원에 이르는 돈을 쏟아 붓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실증된 통계는 아닙니다만 '돈 봉투를 내가 돌렸다'고 양심 선언한 몇몇 사람들의 고백을 토대로 생각해볼 때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쉽게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8월16일에는 한국 교계 사상 처음으로 예장통합 총회 부총회장 후보자 초청 합동토론회가 기독교방송(CBS)에서 중계되었습니다. 금권선거에 관련된 질문에 대한 후보자들의 답변을 보면 현재 실정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금권선거에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원광기 목사는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모호한 대답을 했습니다. 김순권 목사는 "돈을 안 쓰고서 어떻게 당선되겠느냐"는 말을 듣고 있다면서도 "깜빡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박영선 목사는 "한국 교회의 명예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핵심을 피해 가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설삼용 목사는 "교단선거법을 지키느라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라고 말했는데, 이것 역시 애매한 대답임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곧이어 네 후보자 모두 현재의 금권타락선거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차선책으로 제비뽑기를 한시적으로 도입하는데 찬성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현재 교단임원 선거가 얼마나 금권선거로 얼룩져 있는가를 스스로 시인한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 교회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는 교계 지도층 인사들이 하나님보다 힘을 더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힘에 대한 욕망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원초적 본능입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마저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맨손으로 예수님을 쫓아 나선 사람들로서 이른바 방랑 공동체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섬기는 종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말씀을 날마다 듣고 그분의 삶을 코앞에서 지켜보며 숙식을 함께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틈만 나면 '누가 더 크냐'는 힘 겨루기를 하면서 서로 다투었던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오순절 성령 경험을 하고서야 그들은 비로소 이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성령이 불처럼 바람처럼 한국교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임함으로 그들이 힘의 우상을 떨쳐버리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깊은 회개의 역사가 일어나야 합니다.

둘째로 성도들 자신이 무지하거나 냉소적 무관심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교회 목사가 교단 지도자가 되도록 돕기 위해 선거 자금을 모아주는 것이 하나님과 하나님의 종을 잘 섬기는 것인 양 착각하거나, 교회 재정을 빼돌리는데 앞장서는 일부 거짓된 장로들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아픈 것은 이를 알아차리고서도 적당히 넘어가려는 성도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만 이를 바로 잡지 않고는 한국 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은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힘의 노예가 된 지도자들은 잘 길들여진 성도들과 무관심에 익숙해진 성도들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거니와 그런 상황에서는 자기 개혁을 위해 절대로 노력하지 않습니다. 아니 철저히 이용해 먹습니다.

성도들은 지도자 선거의 부패와 타락이 얼마나 한국 교회를 썩게 만들고 성도들의 영적 생명을 갉아먹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한 항의와 집단 운동을 통해 타락한 지도자들이 설 자리를 없애야 합니다. 난공불락의 성처럼 견고한 교권주의의 벽을 뚫고 나가야 합니다. <뉴스앤조이>도 이에 힘을 보탤 것입니다.

편집인  박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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