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이 계속해서 교회를 세습하고 있다. 직전 총회장 김삼봉 목사에 이어 전 서경노회장 황진수 목사가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한다. 황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제일성도교회는 서경노회에서 가장 큰 규모로 3000명 이상이 출석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유영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총회장 이기창) 소속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이 줄지어 교회를 세습하고 있다. 예장합동 직전 총회장 김삼봉 원로목사(대한교회)에 이어 전 서경노회장 황진수 목사(제일성도교회)가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한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제일성도교회는 예장합동 서경노회(노회장 박규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인만 3000명 이상이 출석하고 있다.

오는 5월 퇴임하는 황진수 목사는 제일성도교회를 개척해 40년간 담임으로 목회했고, 세계현지협력선교회 등 여러 단체에서 이사장과 대표로 활동했다. 지난해 기독교사회복지은행이 창립하려고 했을 때 준비위원회 대표회장을 맡기도 했다. 교계와 해외 선교에 영향을 미쳐온 황 목사가 교회 세습으로 사역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황진수 목사의 사위인 진웅희 목사는 탈봇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ECA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하나교회와 좋은교회에서 부교역자로 활동했고, 청빙되기 직전에는 애틀랜타주에 있는 샘터선교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했다. (미국 아틀랜타 샘터선교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논란의 불씨, 청빙 자격 문제

제일성도교회는 지난해 5월 공동의회를 열고 황진수 목사의 사위인 진웅희 목사를 후임 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대형 교회 세습은 교계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비도덕적인 행위로 지탄받아왔다. 게다가 제일성도교회의 경우, 교단 헌법을 위반한 청빙이어서 법적으로 논란이 될 불씨를 안고 있다.

진웅희 목사는 예장합동 소속이 아니다. 예장합동 교회법상 타교단 목사는 담임으로 부임할 수 없다.(총회 헌법 정치 15장 1조) 진웅희 목사는 미국 탈봇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교단인 ECA(Evangelical Christian Alliance)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물론 외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더라도 편목 과정을 거치면 청빙이 가능하다. 노회 정식 회원이 돼야 하는데, 편목 과정을 마치고 강도사 고시를 봐야 한다. (총회 헌법 정치 15장 13조)

지난해 12월 총신대신대원에 확인한 결과, 진 목사는 편목 과정을 밟고 있었다. 올해 1월 말 졸업 예정이다. 서경노회 서기는 "진 목사는 노회원 명단에 없다. 노회 가입 신청서도 아직 받지 못했다"고 했다. 공동의회가 열렸던 지난 5월, 진 목사는 ECA 소속이었기 때문에 교회법상 기본적 청빙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 교회를 세습하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진 목사 청빙은 교회법적으로 논란이 될 소지도 있다. 진 목사는 현재 예장합동 소속이 아니다. 예장합동은 교회법상 교단 소속의 목사만 담임으로 청빙할 수 있다. 총신대신대원 확인 결과, 진 목사는 아직 편목 과정을 마치지 못했다. 서경노회에도 가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동의회가 열렸던 지난 5월, 진 목사는 ECA 소속이었기 때문에 교회법상 기본적 청빙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제일성도교회 주보 갈무리)

"진 목사 청빙 자격 문제없다"

지난 1월 5일 기자는 황진수 목사에게 사위를 청빙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황 목사는 그저 청빙위원회(청빙위)의 결정에 따라 후임을 내정한 것이라고 했다. 황 목사는 "후임 청빙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청빙위에서 최종 후보로 진 목사를 결정해서 보고했다. 자세한 내용은 청빙위원장에게 들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청빙위원장 김승기 장로는 절차에 문제가 없었으며, 많은 교인들이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 장로는 "청빙위는 2009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다른 유력한 후보가 있었지만, 다른 교회 담임으로 갔다. 이후 목사 4명을 추천받았고, 청빙위가 찾아다니며 만났다. 진 목사도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청빙위가 최종 후보로 진 목사를 결정해 황 목사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황 목사는 1년간 고심했고, 진 목사도 극구 사양했다. 공동의회가 열리기 전, 권사회와 안수집사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을 들은 권사회와 안수집사회는 이해했고, 공동의회도 90%가 넘는 지지율로 결의했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사위 세습, 적합한 인물이면 문제없다")

박규갑 노회장은 불법적인 청빙을 부인하고 있다. 박 노회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진 목사는 편목 과정을 수료했고, 서경노회에도 가입되어 있다"고 했다. 기자가 총신대에 확인해 편목 과정을 아직 마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노회 가입 신청서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박 노회장은 "전혀 문제가 없는 청빙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

▲ 제일성도교회는 지난해 5월 공동의회를 열어 진 목사 청빙을 결의했다. 청빙위원장 김승기 장로는 "90% 이상이 찬성할 정도로 진 목사에 대한 신뢰감이 높다"고 했다. 사진은 공동의회 모습. (제일성도교회 주보 갈무리)

교회와 노회, 세습 청빙 의견 엇갈려

제일성도교회 세습에 대한 서경노회 임원들의 의견은 갈렸다. 한 임원은 "세습이라는 말이 나쁜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이다. 말씀으로 교인들을 잘 양육하고, 인격을 갖춘 목사라면 아들이나 사위도 청빙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임원은 "교회에도 최소한의 민주주의는 필요하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목사가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준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교회가 사회에 본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진 목사는 1월 중 제일성도교회로 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인 대다수는 사위 목사의 교회 세습에 대해 반발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몇몇 교인들은 사위를 후임 목사로 청빙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 교인은 "황진수 목사가 북한의 세습에 대해 비판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하려고 한다. 황 목사는 그간 선교에 힘쓰며 교회 안팎에서 존경받았다. 은퇴하는 모습도 존경스러운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교계와 해외 선교에 영향을 미쳐 온 황진수 목사가 교회 세습으로 사역을 마무리하고 있다. 오는 5월 퇴임하는 황 목사는 제일성도교회를 개척해 40년간 담임으로 목회했고, 세계현지협력선교회 등 여러 단체에서 이사장과 대표로 활동했다. (제일성도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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