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교회는 지난 2009년 2월 26일 용산 참사 주민들과 함께하는 예배를 시작으로 2011년 12월 22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기도회까지 매주 목요일, 총 121번의 촛불을 밝혔다. 사진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위한 121차 촛불 기도회 모습. ⓒ뉴스앤조이 최유진
'훅' 하고 불면 금방 꺼져 버리는 촛불 하나. 그러나 두 개 세 개가 모였을 땐 한 번에 끄지 못하고 여러 번의 입김이 필요하다. 이처럼 사회문제도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이 모여 문제 제기를 할 때 개선될 확률이 더 높다.

작은 촛불이 모여 커다란 빛을 만드는 것처럼 기독교계 내에서도 촛불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촛불을켜는그리스도인(촛불교회·최헌국 사무국장).' 촛불교회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광우병 파동, 용산 참사 등 촛불 정국 시기에 탄생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경찰을 동원한 폭력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정부를 보며 촛불교회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직접 찾아가 격려하고 기도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2월 26일 용산 참사 주민들과 함께하는 예배를 시작으로 2011년 12월 22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기도회까지 매주 목요일, 총 121번의 촛불을 밝혔다.

천막 들고 찾아가는 교회

두리반, 용산 참사 현장, 발레오 농성장, 재능교육 해고 농성장,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공단, 전주 버스 기사 파업 현장, 제주 강정마을…. 촛불교회는 121차 동안 약 50여 곳의 철거 및 농성 현장을 찾았다. 기존 교회가 예배 현장으로 사람들을 불렀다면 촛불교회는 직접 고난 현장을 찾아간다. 최헌국 사무총장은 "촛불교회는 흩어지는 교회를 지향한다. 예수님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직접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삶을 사셨던 것처럼 우리도 그러한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고난의 현장을 밝혔던 촛불은 2009년 시작해 1년이 넘는 장기 농성을 해 온 두리반 철거 주민들에게 531일 만에 타협을 이루어 내는 데 힘을 보탰다. 또한 전주 버스 기사 파업 현장도 촛불교회가 다녀간 후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물론 문제가 해결된 것이 기도회 때문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찾아가 기도했던 곳이 회복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다. 더디지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며 촛불교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고난의 현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촛불교회는 단순히 예배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예배 이전에 농성 현장과 철거 현장을 찾아가 당사자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장 사람들에게 적선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싫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찾아간 곳은 대부분 길거리 농성장이었지만, 사람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추위와 더위를 견뎠다.

이러한 촛불교회의 모습은 자연스레 교회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변화시켰고, 전도로 이어지게 했다. 저녁을 챙겨 먹지 못하고 찾아간 쌍용자동차 농성장에서 지부장은 최헌국 사무총장에게 손수 밥을 차려 주었다. 찬송을 알지도 못했던 노동자들이 기도회 마무리 시간에는 화답의 의미로 직접 찬송가를 불러 주기도 했다.

▲ 기존 교회가 예배 현장으로 사람들을 불렀다면 촛불교회는 직접 고난 현장을 찾아간다. 두리반, 용산 참사 현장, 발레오 농성장, 재능교육 해고 농성장,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공단 등 3년여 동안 약 50여 곳을 찾아가 불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100차 촛불 기도회 때 참석한 발레오 농성단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사회 현안뿐만 아니라 단독 고난 현장에도

신앙생활과 사회참여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촛불교회를 '진보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정치적인 교회로 바라본다. 그러나 촛불교회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단체, 교단을 보면 에큐메니컬, 복음주의,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한국예수교장로회통합(예장통합) 등 다양한 진영의 사람들이 있다. 그 외에 사회문제에 관심이 적은 보수 교회를 다니지만, 개인적으로 사회의 고난 현장을 돕기 위해 기도회에 나오거나 헌금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3년여 동안 고난의 현장을 찾은 촛불교회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교계뿐만 아니라 사회단체에서도 촛불교회에 기도회를 요청하고 있다. 그 예로 5차에 걸쳐 진행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는 촛불교회가 3차례 주도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기도회도 촛불교회가 2차례 실무를 맡아서 진행했다.

찾는 곳이 많다 보니 사회 현안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외 계층의 현장은 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사회 내 소외 계층과 노동 외 다양한 현장을 찾기로 했다. 회원들이 알고 있는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기도하고,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유가협),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수요시위 현장 등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특별히 오는 2월 23일은 촛불교회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3주년 행사에는 지난 100차 촛불 기도회 때 하지 못했던 기념 문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기념 문집에는 촛불 기도회 축사 서문, 창립 선언문, 예배 내용, 촛불교회가 찾아갔던 현장 설교문 등의 내용이 담긴다. 또한 기념 문집 내용을 가지고 3주년 기념 세미나도 진행한다. 현재 촛불교회는 121차 촛불 기도회를 끝으로 휴지기에 들어갔고, 2월 2일 122회 촛불 예배를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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